지역사회 "영구처분장 없는 임시시설, 고착화 가능성…이송 계획 명시해야"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원자력발전소 내에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보관할 '건식저장시설' 조성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시작됐다.
그러나 핵연료 폐기물을 최종 처리할 영구 처분 시설 확보 계획이 전무한 상태여서, 이번 임시 시설이 사실상 '영구 저장소'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 사회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한빛원자력본부 등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17일 한빛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시설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전날인 22일부터 본격적인 주민 의견 청취에 착수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10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영광군 등에 관련 시설 계획 초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현재 한빛원전 내부 습식저장시설이 오는 2030년경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마련된 대책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 원전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추가 저장 공간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수원 측의 입장이다.
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전 내 부지 1만 9050㎡에 건축면적 7328㎡ 규모의 건식저장시설을 건립한다.
이곳에는 핵연료 폐기물 4810다발을 수용할 수 있는 건식저장용기 130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습식 방식과 달리, 전용 용기에 폐기물을 넣은 후 공기 순환을 통해 열을 식히는 '건물 내 용기 저장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수원은 오는 8월 18일까지 40일간 영광군과 11개 읍·면사무소 등에 공고를 게시해 주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후 설명회, 토론회, 공청회 등 행정 절차를 거쳐 오는 2028년 6월 착공, 2030년 7월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광군을 비롯해 방사선비상계획구역(반경 30km)에 포함된 장성군 등 인근 지역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장 부지 선정이 수십 년째 표류 중인 상황에서, 원전 내 임시 건식저장시설이 지어지면 결국 기한 없는 장기 보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번 시설 추진이 현재 진행 중인 한빛 1·2호기의 수명 연장(계속운전)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수명 연장을 신청했으며, 현재 원안위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연장안이 통과될 경우 한빛 1호기는 2035년, 2036년까지 가동이 연장돼 핵폐기물 발생량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40년 수명을 다한 노후 원전의 계속 운영에 따르는 위험성도 문제지만, 건식저장시설 설치 이후 향후 이 폐기물들을 언제, 어디로 이송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빠져 있다"며 "주민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계획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방편에 불과한 건식저장시설이 '우회적인 영구 방폐장'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오는 8월까지 이어질 주민 의견 수렴과 설명회 과정에서 반출 시점 명시 등을 요구하는 지역민들과 한수원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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