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호남 지역에 새로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계획이 29일 오후 청와대 대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정작 발표 전부터 여야 간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정현·양향자 등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당내 다수의견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이유는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 때문"이라며 "우리는 광주·전남에 반도체 공장이 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들이 반도체 공장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자율적 판단 아래 투명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절차에 따라 입지가 결정된 것인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 원내대표는 "서로 경쟁하는 두 개의 대기업이 동시에 같은 입지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보다는 정부의 관치 개입에 따른 억지 결정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공직자들의 설득 요청에 따라 CEO들이 결단한 것이라면서 직권남용이나 강요·지시가 아니라 행정지도라고 했다. 이는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말장난임과 동시에 공장의 입지가 정부의 간섭과 개입으로 결정된 것임을 자인한 관치 개입 자백 발언"이라고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도 "왜 정부가 나서서 이것을 발표하느냐"며 "정치 이념 빼고 얘기해보자. 광주·전남으로 가야 되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신 최고위원은 특히 "아직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왜 이것을 정부가 결정했는지를 두고 저는 반드시 국정조사가 국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중에 다 감옥 가야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역시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이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평당 1000원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구미시장에 왜 이런 파격적인 제안을 했겠나. 정부가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광주·전남에 정치적으로 반도체를 밀어붙이고 반도체 특구인 구미는 이제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구미는 이미 용인·평택과 함께 국가 차원의 반도체 특화 단지로 지정돼 있고 인프라도 완벽하게 구축돼 있다. (반면) 광주·전남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호남 공업용수 역량 관련) 정부가 말하는 '하루 100만 톤'은 전혀 근거가 없다. 반면 경북 구미는 낙동강 수계를 활용한 1일 68만 톤 공급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거나 "호남의 재생에너지의 높은 단가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생산 원가를 갉아먹게 된다. 반면에 구미의 전력 자립도는 전국 1위 228%"라고 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내에서 장동혁 지도부와 대립 중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조차 "구미는 전통적인 전자산업 강세 지역"이라며 "호남은 전력도 신재생 전력, 간헐적인 전력 중심이고 용수도 가뭄이 잦다. 과연 진짜 정치적 외압 없이 결정됐다고 누가 믿겠나"라고 가세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 내에서도 양향자 최고위원은 "(반도체는) 지역의 문제도 정파의 문제도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3~4년 안에 세계 AI 혁명의 주도권을 잡느냐 밀려나느냐를 가르는 국가 생존의 문제"라며 "호남도 대한민국이다. 호남 청년에게도 세계 최고 산업에 도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호남이기 때문에 안 된다, 호남이기 때문에 된다, 이런 말은 충분하지 않다"며 "반도체 앞에 좌우가 어디 있나. 전력망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나. 지역도 정파도 이념도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앞설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밖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호남 보수'를 대변해온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국민의힘이 바뀌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이) 광주·전남을 38년째 포기하고 있다", "거꾸로 오히려 더 앞장서서 '진짜냐? 그거 우리가 도와줄 일 없어?’ 라고 치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 지역의 산업 인프라에 대해 "물도, 전기도, 전문인력도, 땅도, 교통도, 그 밖의 다른 협력업체나 연구소도 실질적으로 부족하다.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는 지금 맨 땅"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정부가 주체가 돼서 국가 아젠다로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는 울산도 창원도 구미도 전부 허허벌판이었다. 똑같았다. 그때 어디 물이 있었고 전기가 있었나. 거기 (국가사업이) 들어가니까 그런 것들을 다 갖추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호남으로서는 단군 이래 최고 최대의 발전 기회다. 정말 솔직히 전남광주 통합 시민의 입장에서 이게 사실이라면 춤이라도 추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플래카드를 걸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기쁜 소식"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특정 지역에다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는 사업들을 계속 해왔다. 포항에 철강을, 창원에 중공업을, 구미에 전자를, 울산에 자동차·조선을, 대전 연구단지에 과학연구를, 인천에 공항을, 세종·충주에 바이오를 쭉 해 왔는데 광주전남은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여당은 국민의힘 다수파 주장에 대해 "악질적 흑색선전"(한병도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라고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한 대행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프로젝트 발표 전부터 철지난 지역주의를 들먹이며 딴지를 걸고 있다"며 "자극적인 단어로 사실을 호도하고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있다. 제정신인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한 대행은 "국민의힘의 주장은 글로벌 기업의 생존 전략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이자, 국가 성장을 가로막으려는 악질적인 발목 잡기"라며 "이제라도 근거 없는 선동을 멈추고 국가 대계 사업에 대해 정파를 초월한 협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 경제의 미래가 달린 중대 사안을 정치 공세 도구로 삼는 21세기판 매국행위"라며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라. 기업은 정치적인 이유로 수백조 원을 투자하지 않고, 표를 보고 경영 판단을 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였다.
황 최고위원은 특히 "광주·전남은 윤석열 정권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 첨단산업 특화단지 공모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지역"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객관적 평가를 정무적 판단으로 뒤집고 호남을 배제한 채 용인·평택·구미만을 반도체 특화단지로 최종 선정했다. 이것이야말로 관치경제이고 노골적인 정치개입이며 지역 패싱"이라고 역공을 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국민의힘은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한심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를 막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미래를 인질로 삼는 범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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