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출범을 하루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계획에서 전북이 사실상 제외되면서, 전북 지역에서는 민주당 소속 도지사와 14개 시·군 단체장들이 화려한 취임식 대신 정부를 향한 분명한 문제 제기와 결기를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원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당선인은 30일 인수위원회 최종보고회에서 "광주·전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삼중소외를 겪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우려와 걱정,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투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북이 소외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도민들의 반응은 훨씬 냉랭하다. 정부와 여당이 모두 민주당인 상황에서 전북 정치권이 이번 결과를 막기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느냐는 근본적인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장관 2명에 당대표, 최고위원까지 배출한 전북 정치권이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것이 무엇이냐"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위치에는 만족했지만 지역 현안에는 무기력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도민들에게 허탈감만 안겨준 상황에서 성대한 취임식을 치르는 것이 도민 정서에 과연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직 정치인들도 비슷한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오은미 전 전북도의원은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가 더욱 강화된 상황에서 민선 9기 출범을 마냥 축하할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도지사를 비롯한 14개 시·군 단체장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 아무런 공동 대응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전 도의원도 "취임식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자리인 만큼 행사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계획을 도민들에게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희 전 의원은 더욱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그는 "도민들 사이에서 취임식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선진국과 대만의 반도체 산업 사례를 보면 핵심 생산시설은 국가 균형발전과 공급망 안정 차원에서 분산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80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서 전북이 완전히 빠진 현실은 도민들에게 큰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발표 이전에 전북 정치권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 전북도당과 새로 출범하는 민선 9기 단체장들이 힘을 모아 입지와 기반시설이 이미 검증된 새만금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금이라도 강력히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이번 사태를 전북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은 "반도체 공장은 실제 가동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사업"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북은 농도라는 강점을 살려 농협중앙회와 NH투자증권 등 농업·금융 관련 핵심 기관을 유치하는 데 정치권이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반도체 투자 발표를 계기로 전북에서는 단순히 투자 유치 실패를 넘어, 민주당 일색의 정치 지형 속에서 지역 정치권이 얼마나 지역의 이해를 대변하고 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발휘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민선 9기 출범을 맞는 전북 정치권이 도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를 실질적인 지역 발전 전략과 정부 대응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