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및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점령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미국과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 간 갈등이 높아지는 가운데, 덴마크가 중국과 함께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3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4개국 순방을 시작한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첫 일정으로 2일 덴마크를 방문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과 만나 이러한 입장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은 덴마크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며 "또한 중국은 덴마크가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하며, 이는 유엔 헌장과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왕이 부장은 현재 국제 정세가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며 "중국과 덴마크는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으로서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국제법치를 중시하며, 국제 문제에서 유엔의 핵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양국은 다자 차원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모든 일방주의와 패권적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또 국제사회가 약육강식의 정글 법칙 시대로 퇴보하는 것을 막고, 세계 평화와 안정 유지 및 글로벌 번영과 발전 촉진에 중·덴마크 양국이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접수 야욕을 함께 막아내겠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을 시사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3일 오전에는 왕쉐펑 주덴마크 중국 대사와 함께 코펜하겐의 아말리엔보르 궁전에서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을 예방했다. 여기에는 라스무센 외무장관도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적 압박을 받고 있는 덴마크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유럽 내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과 더 가까워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2일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 유럽판은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퍼스트가 지난 6월 6일부터 22일까지 유럽연합(EU) 소속 24개국 성인 2만 3970명(국가별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한 여론조사 결과(오차범위 ±0.6%) 8개국 응답자는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선호했고, 9개국은 미국을 선호했으며, 7개국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EU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 응답자의 29%는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유럽이 중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답했고 28%는 중국과 관계가 다소 약화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하는 등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독일 역시 중국과 관계 선호가 30%, 미국과 관계 선호가 29%로 집계됐다.
주요 7개국(G7)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에 좀 더 우호적인 경향을 보였다. 이탈리아 응답자의 35%는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답했는데, 반대인 경우는 28%에 그쳤다.
미국과 이란 전쟁 당시 기지 사용과 영공 통과를 전면 불허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스페인 역시 중국 쪽에 좀 더 우호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스페인 응답자의 41%는 중국과 관계 강화를 선호했으며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9%로 조사됐다.
다만 동유럽의 폴란드와 러시아에 접해있는 에스토니아, 벨라루스에 접해있는 리투아니아 등은 미국에 대해 더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두고 매체는 이들 국가가 냉전 이후 미국에 오랜 기간 의존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하지만 현실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는 응답도 전체 응답자의 38%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26%는 실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실현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19%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응답자의 43%는 향후 10년 안에 중국이 유럽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27%에 불과했다. 국가별로 보면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23개국에서 10년 후 중국이 유럽의 주요 무역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지정학적 동맹 관계를 뒤흔들어 놓았음을 보여준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모욕하고,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으며 미군을 철수시키고 심지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합병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미국과 유럽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미국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나토에 9990억 달러를 지출했다면서 "상호적이지 않은 관계에서 미국이 이런 일방적인 길을 계속 가는 것은 터무니없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올리며 또 다시 나토 탈퇴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오는 7~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릴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다른 회원국 간 방위비 부담 문제를 비롯해 미군 철수 등을 두고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관측되는 가운데, <폴리티코>는 유럽 내에서도 자체 방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자국이 유럽의 군사적 지원에 의존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미국과 같은 유럽 이외 국가의 지원을 수용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퍼블릭퍼스트의 아난드 메논 이사는 "유럽인들은 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미국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인식이 유럽 자체의 방위력 구축을 위한 더 큰 큐모의 투자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는 것으로 바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응답자의 46%는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방위 장비를 생산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응답자의 41%는 유럽이 자신들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반면, 43%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자체 방위력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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