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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라고 다 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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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로컬푸드 이야기] '로컬푸드'라고 다 착할까?

우리가 속는 '로컬 마케팅'의 민낯

요즘 식당과 마트, 온라인 쇼핑몰 어디를 가도 비슷한 문구가 넘쳐난다. '지역 농산물', '산지 직송', '우리 동네에서 온 재료', '로컬푸드'. 착하고 건강한 느낌을 주는 이 말들 앞에서 우리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런데 한번 냉정하게 물어보자. 그 '로컬', 정말 로컬이 맞을까. 식품을 오래 연구하고 취재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 질문을 자주 던진다. 로컬푸드가 좋은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로컬푸드'라는 말이 좋게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실제와 상관없이 마케팅 문구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로컬 워싱' 이라는 눈속임

실제와 상관없이 '로컬'을 마케팅으로만 앞세우는 이런 행태를 가리키는 말은 이미 있다. '로컬 워싱(local-washing)'이다. 친환경인 척 포장하는 '그린 워싱(green-washing)'에서 갈라져 나온 말로 그린 워싱이 환경(green)과 눈속임(whitewashing)의 합성어이듯, 로컬 워싱은 지역과 무관한 상품에 '지역(local)'이라는 이름표만 덧입히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대기업이 실제로는 지역 기업이 아니면서 '지역'을 앞세우는 마케팅을 비판하며 언론과 학계가 써 온 용어다.

예컨대 한 다국적 식품 기업이 '진짜를 먹자, 지역을 먹자'는 구호의 캠페인을 벌이거나 대형 스낵 기업이 광고에 농부를 내세워 자사 제품을 지역 식품처럼 보이게 한 사례가 대표적인 로컬 워싱으로 지적되었다.

'지역'이라는 말의 허점

로컬 워싱이 파고드는 가장 큰 틈은 정작 '지역'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는 로컬푸드에 대한 법으로 정해진 단일한 정의가 없다. 흔히 시·군 같은 행정구역이나 반경 50km 이내를 기준으로 삼지만 이는 관행일 뿐 강제되는 규정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산'이라는 말이 어디까지를 뜻하는지 파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옆 동네에서 온 것도, 같은 도(道) 반대편 끝에서 온 것도, 때로는 그냥 '국내산'도 '지역 농산물'이라는 이름표를 달 수 있다.

여기에 흔한 오해가 더해진다. 많은 사람이 '유기농'이나 '국산'을 로컬푸드와 같은 말로 여긴다. 그러나 셋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유기농은 '어떻게 길렀는가(농법)'의 문제이고 국산은 '어느 나라 것인가'의 문제이며 로컬푸드는 '얼마나 가까운 곳에서 어떤 관계로 왔는가'의 문제다.

수천 km를 건너온 유기농산물은 로컬푸드가 아니고, 지역에서 관행농법으로 기른 것은 로컬푸드일 수 있다. 이 차이를 흐릿하게 둔 채 '유기농·국산·친환경·로컬'을 한데 뭉뚱그리면 소비자는 자기도 모르게 착각 속에서 값을 치르게 된다.

메뉴판의 '지역 채소'는 검증되기 어렵다

더 흔한 경우는 식당이다. 메뉴판에 '지역 채소', '인근 농가 직거래'라고 적혀 있어도 그것이 사실인지 손님이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실제로는 일부 재료만 지역산이거나 계절이 바뀌어 이미 일반 식자재로 바꿨는데 문구만 그대로인 경우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나 프랜차이즈가 내거는 '로컬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광고는 산지의 농부를 비추지만 정작 매장에 깔린 물량의 실제 조달 경로는 그와 다를 수 있다.

오해는 말자. 나는 모든 '지역 농산물' 표기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로 애쓰는 생산자와 가게가 훨씬 많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는 문구를 남발하는 소수의 로컬 워싱이 그 진짜들의 신뢰까지 갉아먹는다는 데 있다. 한 곳의 과장이 드러나면 소비자는 '로컬푸드'라는 말 전체를 의심하게 된다. 정직하게 지역 재료를 쓰는 가게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소비자가 진짜를 가려내는 법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어렵지 않다. 핵심은 '구체성'이다.

두루뭉술한 '지역산·국내산·친환경'만 크게 적혀 있고 그 이상 정보가 없다면 한 번쯤 의심해도 좋다. 반대로 산지와 생산자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곳, 이를테면 "○○군 △△마을 □□ 농가의 것"이라고 이름을 내거는 곳은 신뢰할 만하다.

진짜는 대개 구체적이고 거짓은 대개 두루뭉술하다. 제철도 좋은 단서다. 한겨울에 여름 채소를 '지역산'이라 내세운다면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여기에 제도적 장치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지리적표시제(GI)처럼 특정 지역에서 그 지역 특성을 살려 생산된 식품에 국가가 법으로 이름을 보증해 주는 인증이나 생산자 실명이 붙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소비자의 확인 수고를 크게 덜어 준다.

커피가 좋은 예다.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는 생산 국가는 물론 지역과 농장, 재배 고도, 가공 방식, 나아가 향미 평가까지 세세히 공개한다. 소비자는 그 정보를 보고 믿고 살 수 있다.

반면 어떤 곳은 그런 정보 없이 그저 '케냐산', '에티오피아산'이라며 '프리미엄이니 비싸다'고만 한다. 대표적인 오해가 케냐 커피의 'AA' 등급이다. AA는 흔히 최고 등급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생두의 '크기'를 나타내는 등급일 뿐 맛의 등급이 아니다. 케냐 커피에는 AA·AB 같은 크기 등급과는 별개로, 향미(컵 품질)를 평가한 TOP 같은 등급이 따로 있고 농장 정보까지 밝히는 스페셜티가 있는데 이런 구분을 지운 채 "AA가 곧 최고 등급이고 케냐는 원래 비싸다"는 식으로 파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같은 'AA'라도 향미와 이력에 따라 가격이 크게 벌어진다. '케냐산 AA'라는 두루뭉술한 문구만으로는 그 커피가 정말 좋은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로컬푸드도 다르지 않다. 구체적인 정보 없이 '지역산'이라는 이름값만 앞세운다면 그 값이 정당한지 소비자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 이것이 '마녀사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가게가 모든 재료를 100% 지역산으로 채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러니 '일부만 로컬'인 것을 탓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일부만 로컬'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부 로컬'인 척 속이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가게는 이 재료만큼은 지역산입니다"라고 정직하게 밝히는 가게가 가장 믿을 만하다.

로컬푸드의 진짜 가치는 '정직'이다

로컬푸드의 본래 가치는 '얼굴 있는 먹거리'라는 말에 담겨 있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길렀는지 알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해 로컬푸드의 핵심은 '가까움' 그 자체가 아니라 '투명함'이다. 그러니 검증할 수 없는 로컬푸드는 엄밀히 말해 로컬푸드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결국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가장 강력한 힘은 소비자에게 있다. 우리가 조금 더 깐깐하게 묻고 구체적으로 확인할수록 로컬 워싱은 설 자리를 잃고 정직한 로컬푸드가 제값을 받는다.

좋아 보이는 말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 것, 그것이 좋은 먹거리 문화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다음 글에서는 또 하나의 흔한 착각, '비싸야 로컬푸드'라는 오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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