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 이후 전북 정치권 안팎에서 '전북 소외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군산환경운동연합이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좀처럼 제기되지 않았던 새만금 매립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해 주목받고 있다.
군산환경운동연합은 6일, 발표한 논평에서 "기업 유치 실패를 정부 탓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36년 동안 새만금 매립을 사실상 제자리걸음으로 만든 개발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며 한국농어촌공사의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싸고 환경 문제나 예산 문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매립 속도 자체를 문제 삼으며 사업 주체 변경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단체는 새만금 전체 계획용지 291㎢ 가운데 현재까지 매립이 진행된 면적은 약 4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토지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36년 동안 연평균 1% 수준의 매립 속도로는 국가 전략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며 "현대자동차의 9조 원 투자 역시 준비된 산업용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규모의 첨단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땅은 있는 것일까? 무엇이 오든 와야 할 곳은 새만금 뿐인데 그렇다면 새만금에 충분한 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군산환경운동연합은 새만금의 매립이 더딘 가장 큰 원인으로 현재 사업 구조를 꼽았다.
논평은 "새만금 매립을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매립토 부족을 이유로 공사를 늦추고 있지만,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조직이 존속하는 구조인 만큼 속도전에 적극적일 유인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만금개발청 역시 농어촌공사의 사업 방식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새만금 개발체계의 전면 개편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담당하는 현재의 매립 방식을 종료하고, 새만금개발청을 해양수산부로 이관해 준설과 매립을 국가가 직접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만금개발공사를 중심으로 정부가 매립을 직접 추진하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며 사업 전반의 재정비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9조 원 규모 투자 유치로 새만금의 산업적 가능성이 다시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기업 유치 경쟁보다 기업이 즉시 입주할 수 있는 산업용지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가 새만금 성공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산환경운동연합은 "준비된 땅이 있어야 기업이 온다"며 "이제는 정치권이 지역 차별 논쟁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새만금 속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개발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