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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① '무첨가'라는 말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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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① '무첨가'라는 말의 함정

식품 표시, 앞면 대신 뒷면을 읽어야 하는 이유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우리 손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단어들에 끌린다. '무첨가', '무설탕', '무방부제', 'MSG 무첨가'. 왠지 더 건강하고 착한 제품 같아서 값이 조금 비싸도 선뜻 집어 든다. 그런데 식품을 공부하고 취재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 단어들 앞에서 늘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그 '무(無)'라는 글자가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을 뜻하는지, 아니면 그렇게 믿게끔 설계된 말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오늘은 식품 포장 앞면의 큼직한 강조 문구에 가려진 뒷면의 진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무첨가'는 대체 무엇을 뺐다는 걸까

'무첨가'라는 말의 가장 큰 함정은, 정작 '무엇을' 첨가하지 않았는지가 흐릿하다는 데 있다. 소비자는 막연히 '몸에 안 좋은 뭔가를 뺐겠지' 하고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2010년 한 유업체가 커피믹스를 내놓으며 '카제인나트륨 무첨가'를 크게 내세웠다.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었다는 점을 건강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카제인나트륨은 우유 단백질에서 나온, 아무 문제 없는 합법적 식품 원료다. '무첨가'라는 강조가 마치 그 성분이 유해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든 셈이고 결국 과대광고로 제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무첨가 마케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아무 문제 없는 성분을 '뺐다'고 강조하는 것만으로 그 성분을 쓴 다른 제품은 순식간에 '나쁜 것'이 되어버린다.

이런 혼란이 쌓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이제 원래 그 식품에 들어갈 일이 없는 성분을 '무첨가'라고 표시하거나, 허용된 첨가물을 마치 유해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표시는 부당한 표시·광고로 제한된다. 뒤에서 이야기할 'MSG 무첨가', '무방부제' 같은 표현이 대표적으로 걸러진 문구들이다.

'무설탕'인데 왜 단맛이 날까

두 번째 함정은 '무설탕'이다. 여기서 먼저 알아둘 것이 있다. '무설탕(무당류)'과 '설탕 무첨가(무가당)'는 엄연히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무당류'는 말 그대로 당류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정확히는 식품 100g 또는 100㎖당 당류가 0.5g 미만일 때 '무'라고 표시할 수 있다). 반면 '설탕 무첨가' 또는 '무가당'은 '설탕을 따로 넣지 않았다'는 뜻일 뿐, 당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과일즙처럼 원재료 자체에 든 당은 얼마든지 들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무가당 주스'라고 해서 당이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무설탕' 제품에서 나는 그 단맛의 정체는 무엇일까. 대개는 당알코올(에리스리톨·자일리톨·말티톨 등)이나 고감미료(스테비아·수크랄로스 등) 같은 대체감미료다. 이들은 설탕보다 열량이 낮거나 거의 없어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무설탕=아무것도 안 든 깨끗한 단맛'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실제로 무설탕을 내세운 제품이 실제 당 함량은 기준을 넘거나 일반 식품에 슬쩍 '다이어트' 이미지를 붙였다는 소비자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MSG 무첨가'라는 오래된 오해

세 번째는 우리를 가장 오래 속여 온 'MSG 무첨가'다. 결론부터 말하면 MSG(L-글루탐산나트륨)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된 조미료다. 미국·유럽·국제기구의 오랜 평가에서 일반적인 섭취 수준에서 인체에 해롭다는 근거는 나오지 않았다. 한때 유명했던 '중국음식점 증후군'이라는 말도 엄밀한 연구에서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글루탐산은 인공적인 낯선 물질이 아니다. 다시마와 멸치, 잘 익은 토마토, 파르메산 치즈, 심지어 모유에도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감칠맛의 근원이 되는 아미노산이다. 우리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낼 때 우러나는 그 깊은 맛이 바로 글루탐산의 맛이다. 그런데도 'MSG 무첨가'라는 문구는 오랫동안 이 성분을 '몸에 나쁜 화학조미료'로 낙인찍어 왔다. 그래서 지금은 'MSG 무첨가', '무방부제' 같은 표시가 부당한 표시로 금지되어 있다. 허용된 안전한 첨가물을 유해한 것으로 오인시키는 것이야말로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해는 말자. MSG를 무조건 많이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MSG를 뺐다'는 사실 자체가 품질이나 건강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첨가물을 둘러싼 더 깊은 과학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따로 풀어보려 한다.

진짜 정보는 언제나 '뒷면'에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답은 단순하다. 포장 앞면의 큼직한 강조 문구가 아니라, 뒷면의 두 가지 '원재료명'과 '영양성분표'를 보는 것이다.

원재료명에는 그 제품에 들어간 재료가 '많이 들어간 순서대로' 적혀 있다. 몸에 좋다고 앞면에 내세운 재료가 정작 맨 뒤쪽에 조금 적혀 있고 앞쪽은 정제당과 정제유가 차지하고 있다면 한 번쯤 고개를 갸웃할 만하다.

영양성분표는 열량과 나트륨, 당류, 포화지방 같은 핵심 정보를 숫자로 보여준다. '무설탕'이라는 글자 대신 당류의 실제 함량을 '건강한'이라는 형용사 대신 나트륨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 이것이 어떤 강조 문구보다 정직하다.

핵심은 이것이다. 앞면은 '팔기 위한 말'이고 뒷면은 '법으로 정해진 사실'이다. 마케팅은 형용사로 유혹하지만 진실은 대개 뒷면의 명사와 숫자에 담겨 있다.

정직한 표시가 손해 보지 않는 시장을 위하여

이 문제는 소비자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한쪽에는 제도의 역할이 다른 한쪽에는 소비자의 눈이 있어야 한다.

정책은 오인을 부르는 강조 표시를 계속 촘촘히 걸러내야 한다. 안전한 성분을 '뺐다'며 공포를 파는 마케팅이 통하는 시장에서는 정직하게 만든 제품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 '무첨가' 경쟁이 과열될수록 성실하게 표시한 제조사가 '왜 우리는 무첨가라고 안 쓰냐'는 오해를 받는 역설이 생기는 것이다. 규제가 '무첨가 마케팅'을 정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앞면의 형용사에 덜 흔들리고 뒷면의 사실에 조금 더 눈을 두면 된다. 우리가 강조 문구가 아니라 실제 표시를 보고 지갑을 열수록 공포 마케팅은 설 자리를 잃고 정직한 제품이 제값을 받는다.

결국 좋은 표시 문화를 만드는 마지막 힘도 소비자에게 있다. 다음 편에서는 오늘 잠깐 등장한 그 이름, 억울하게 '나쁜 조미료'로 몰려 온 MSG를 비롯해 식품첨가물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려 한다.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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