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를 계기로 노동계는 플랫폼사에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 재개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8-1민사부(재판장 이지영)는 지난 3일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이 제기한 해고무효 및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회사가 운영하는 이 사건 서비스를 수행하기 위해 배달업무라는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라 부당해고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근거로 △회사가 보수의 산정 기준 및 지급방식을 정한 점 △앱 알고리즘이나 관리직원의 구체적 지시·통제·제재에 따라 배차 등 지휘·감독이 이뤄진 점 △회사의 제재나 유인책을 통해 근무시간 준수가 어느 정도 강제된 점 △이윤 창출 방식, 작업도구 보유, 업무대체가능성 등 측면에서 독립사업자 징표가 보이지 않는 점 △근로 제공의 계속성, 종속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또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에 대한 입법 미비를 지적하며 "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만연한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보다는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개별 사안에서 근로기준법 규정의 탄력적인 해석을 통해 근로관계를 실질에 맞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성명에서 "하청사에서 근무 중인 상당수 배달노동자도 근로자 지위를 다투며 자기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플랫폼 노동자는 인간 관리자를 넘어 AI 알고리즘이라는 신기술에 통제받고 있다. 플랫폼사가 '게임'처럼 노동의 흔적을 지우고 있으나 그 실질은 결국 노동자"라며 "앞으로도 플랫폼사가 배달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한다면, 결국 그 모든 책임과 비용은 플랫폼사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건당 최저임금 적용을 부결시킨 최저임금위원회에 요구한다. 이번 부결 결정은 대한민국 법원의 판단, 국제노동기구의 협약 등 여러면에서 법리와 시대의 상식에 뒤떨어진 결정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즉각 부결 결정을 취소하고 건당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대한이륜자동차실사용자협회,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과 함께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륜차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에 관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추진을 중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19일 이륜차 주정차 위반 시 번호판 확인만으로 3~9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이륜차 운전자를 적발해야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었다.
반대 의견서를 통해 참가자들은 "대부분의 상가, 주거지, 도심 지역에는 이륜차가 합법적으로 정차하거나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사실상 없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륜차 주차공간 부족 문제, 생계형 이륜차의 업무 특성, 배달·퀵서비스 현장의 현실, 그리고 일반 이륜차 사용자의 이용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단속과 과태료부터 앞세우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배달라이더와 퀵서비스 노동자는 음식 픽업, 물품 전달, 고객 응대 등을 위해 짧은 시간 반복적으로 정차할 수밖에 없다. 일반 이륜차 사용자 역시 일상적인 이동 과정에서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시행령 개정 추진 중단, 생계형 이륜차 업무 중 정차 방안 마련, 합리적 제도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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