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가 전북에서 조우해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총리가 출마선언에 이어 재차 "자기 정치"를 언급하자, 정 전 대표는 "노무현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같은날 광주를 찾은 송영길 전 대표도 정 전 대표를 "홍명보 감독"에 비유해 비판하는 등 당권 경쟁에 참전했다.
김 전 총리와 정 전 대표는 10일 전북 전주시 민주당 전북도당에서 열린 도당 상무위원회에 나란히 참석해 악수를 나눴다. 8.17 전당대회의 최대 요충지로 꼽히는 호남에서 당권 행보를 이어가던 두 후보가 같은 자리에 모인 것.
특히 최근 두 후보는 '자기정치', '적통론' 등 당권 경쟁 소재를 가지고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던 가운데라 눈길을 끌었다. 웃으며 악수를 나눈 두 후보였지만, 이후 시작된 인사말에선 후보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돋보였다.
김 전 총리는 "정 전 대표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승리를 위해서 애쓰셨다"면서도 "지난 선거가 전국에서 좋은 결과였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지금 이대로 가면 내일 모레 선거를 치르면 총선에서 우리가 안정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언론의 민주당 내 계파 구분에 대해 "지금 그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지금은 자기정치를 할 시간도 아니고 대선의 시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앞서 김 전 총리는 지난 6일 출마선언 당시부터 정 전 대표를 향해 "자기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고 비판해왔다.
김 전 총리는 "지금은 오로지 대통령과 정부를 뒷받침하는 것 외에는 여당의 책무는 없다"며 "모두가 친명(親이재명)이 되어야 한다. 그것에 부족함이 있다면 그것은 결과적으로는 반명(反이재명)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가 정청래 지도부를 두고 '정부 국정운영 뒷받침이 아쉬웠다'고 평가해 온 만큼, 이 역시 정 전 대표를 향한 강한 견제구로 해석됐다.
김 전 총리는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서 (대통령 뒷받침을) 그렇게 할 것이고, 지난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어필했다. 그는 "두 번째로는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 승리를 위해선 우리가 더 큰 통합과 확장을 해야 하고 탄탄한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당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뉴 이재명'으로 상징되는 친명계의 '외연확장' 전략을 통한 총선 승리를 호소한 셈이다.
김 전 총리는 또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신경 쓴 것이 새만금의 현대차 투자"라는 등, 전북 지역현안에 대한 총리 재임 시절 성과를 강조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도 반격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지난 6.3 지방선거를 돌이키며 "전북은 제 기억으론 전국에서 가장 크게 이겼다. 도지사 14개와 시장·군수를 이겼고 도의원도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100% 당선된 걸로 안다"고 하면서 "가장 어려운 선거였지만 가장 크게 이겼다"고 강조했다.
서울·평택을·부산북갑 등 주요 경합지 패배를 근거로 한 '선거 책임론'에 전북지역 승리를 들어 반박한 셈이다. 앞서 지방선거 국면에서 전북지역은 당시 현역 지사였던 김관영 전 지사가 정 전 대표의 '사심공천' 의혹을 제기하고, 이원택 당시 후보(현 전북지사)에 비해 여론조사상 우위를 점해 위기론이 일었던 지역이다.
정 전 대표는 이어선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실 때는 온갖 조롱과 비판이 있었다. 노 대통령이 서거한 이후 노무현의 가치를 우리는 알게 되었다"며 "뿌리를 자르고 꽃을 피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전 대표는 본인 정체성을 두고 "나는 노무현 키즈"라고 강조해 외연확장 기조의 김 전 총리와 대비되는 당 '적통성'을 강조하고, 특히 김 전 총리의 정치적 약점인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김 전 총리가 강조하고 나선 '총선 승리' 의제에 대해서도 "총선 승리의 조건이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지지했던 우리의 동지들을 한 군데 모아야 된다"며 자신의 의제인 '4통 통합'을 강조하고 "우리 내부의 단결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외연확장을 할 수 있겠나" 꼬집었다.
앞서 정 전 대표의 '노무현 키즈' 발언으로 촉발된 당내 적통론 국면에서, 외연확장 기조를 추구하는 친명계 당원들이 '적통성'을 강조하는 정 전 대표 측을 비난하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분열의 언어, 멸칭의 언어, 조롱의 언어를 가지면 안 된다"며 "동지의 언어로 우리 내부부터 단결시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범민주 진보 연합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것이 총선-대선 승리의 지름길", "개혁하고 또 개혁해야 된다"고도 했다. 역시 본인이 호소해 온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기조와 함께, 친명계와 대비되는 개혁파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다. 특히 그는 "억울하게 공격받고 비판받은 적도 있지만 당대표로서 한마디 하지 않고 참고 또 참고 인내하면서 개혁의 결과물을 내왔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남·광주 통합특별시를 찾아 역시 호남 당권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도 이날 정 전 대표를 겨냥 "이런 사람들이 지도부를 구성해 앞으로 2년을 끌고 간다면 우리 민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광주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방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이 민주당한테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것을 해석하는 데 있어 (당과 정부가) 극심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도 '꼭 이겨야 할 곳을 졌다'고 문제의식을 표명했는데, 지금 원 지도부들은 다 자기를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긴 선거다', '뭘 잘못했냐', '오히려 정부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식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정청래 지도부를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이 과정에서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으로 화제가 된 홍명보 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정 전 대표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홍 감독도 남아프리카와 싸울 때 계속 밀렸잖나"라며 "(홍 감독도 정 전 대표도) 너무 평이한 전술만 계속 반복했다", "이런 체제에서 우리가 총선을 치르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또 지방선거 국면에서 정 전 대표가 지휘한 경선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너무 자신의 계보 중심의 공천이나 선거를 한 게 아닌가, 이런 비판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그는 "정 전 대표께서 특보직을 700개, 800개를 남발했다, 이런 말이 있잖나"라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될 당대표가 후보로 나올 사람들한테 특보직을 남발한 것", "불공정 경선 아닌가"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최근 당내에서 친명계와 친청계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일고 있는 8.17 전당대회 선호투표제 도입 문제를 두고도 "선호투표제는 결선투표를 본투표와 통합시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선호투표도 결선투표의 한 일종"이라고 말해 친청계 측이 제기하는 '당헌당규 위반' 논란에 선을 그었다.
정 전 대표의 대표 재임 당시 간판 정책인 1인1표제와 관련해서도 "(그대로 시행하면) 부산·울산·경남 당원들의 지분이 너무 축소된다"며 "일부 가중치가 필요하고 세대별도 마찬가지다", "보완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친명계 측 '보완론'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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