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강가에 적막이 내려앉은 시간
물총새 한 마리가 수면 위를 스친다.
셔터가 눌린 것은 단 한 번
눈 깜짝할 사이 물속으로 몸을 던진 새는 먹이를 낚아챈 채 다시 하늘로 솟구친다.
수면을 가르며 튀어 오른 물보라와 물총새의 비상이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사진을 촬영한 이는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다. 연천군청에서 행사와 군정 홍보 촬영을 맡고 있는 기간제 공무원 유명진 씨다.
유 씨는 업무 시간에는 군의 주요 행사와 정책 현장을 기록하는 사진가지만, 퇴근 후에도 카메라를 내려놓지 않는다. 새벽이면 임진강과 한탄강, 숲과 들을 찾아다니며 연천의 사계와 야생 조류의 생생한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그의 사진에는 먹이를 물어 새끼를 키우는 어미새의 분주한 모습과 둥지를 짓는 새, 서로 마주 선 물총새, 나무 구멍에서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는 딱따구리 등 쉽게 마주하기 어려운 생명의 순간들이 살아 숨 쉰다.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고 기다리지 않았다면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장면들이다. 특히, 물총새가 물속으로 몸을 던져 물고기를 낚아채며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은 야생조류 사진에서도 손꼽히는 순간으로 꼽힌다. 빠른 판단과 정확한 타이밍, 그리고 무엇보다 긴 기다림이 있어야 가능한 촬영이다.
유 씨는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같은 장소를 3주 이상 찾아다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장면을 기다리며 렌즈에 몸을 밀착한 채 다섯 시간을 꼼짝하지 않고 버틴 적도 여러 번이라고 한다. 단 한 컷을 위한 집념과 인내가 그의 사진 한 장 한 장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유 씨는 "행사 사진도 중요하지만 연천의 자연은 그 자체로 후세에 남겨야 할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생명의 모습을 꾸준히 담아 많은 사람들에게 연천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천은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DMZ를 품은 국내 대표적인 생태 보고다. 그곳에서 이름 없이 묵묵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한 유 씨의 시선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 연천의 자연과 생명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누군가는 행사장의 순간을 기록하고, 또 누군가는 자연의 시간을 기록한다. 유 씨의 카메라는 오늘도 연천의 또 다른 얼굴을 찾아 조용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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