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가 다시 한번 역사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를 국가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충청권은 반도체 패키징 거점으로 육성하고 AI데이터센터를 대폭 확대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여기에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새로운 공장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종시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로 평가된다.
민선 5기 세종시정이 출범한 지금, 세종시는 단순히 "대기업이 투자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는 것을 산업정책의 성공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의 경험은 그것만으로 지역경제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생산시설은 들어왔지만 연구개발은 본사에 남고, 협력기업은 다른 지역에 있으며, 지역기업은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공장은 있었지만 산업은 남지 않았던 것이다. 세종시는 같은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투자는 삼성전기의 공장 증설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AI 반도체 공급망이 충청권으로 확대되는 신호이며,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와 연결되는 국가전략의 일부다. 그리고 그 본질은 세종시가 외형만 성장한 행정도시를 넘어, AI 관련 원천기술과 특허를 창출·보호하는 '지식재산(IP) 중심의 AI 산업수도'로 도약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데 있다.
세종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특한 도시다. 중앙부처와 국책기관이 모여 있고, 국가정책과 공공데이터가 가장 많이 생산된다.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라는 세계적 자산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 여전히 약하다. 좋은 민간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들은 수도권과 대전으로 떠난다. 상권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도시의 성장 속도에 비해 산업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는 세종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삼성전기의 AI 패키지 기판 생산은 단순한 부품 공장이 아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시대를 떠받치는 핵심 기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산업 역시 반도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즉 이번 투자는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로봇, 스마트시티가 하나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세종에 구축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이를 위해 세종시는 다섯 가지 산업 대전환 전략을 전개해야 한다.
첫째, 삼성전기와 단순 투자협약을 넘어선 '지역산업 상생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연구개발(R&D) 기능, 시험·인증센터, 협력기업 지원 인프라를 세종에 함께 묶어두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채용연계형 교육 프로그램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둘째, AI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전력소비시설'이 아닌 '지역산업 플랫폼'으로 전면 체질 개선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기반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되, 여기서 나오는 컴퓨팅 자원을 지역 스타트업에게 개방하고 스마트시티 싫증사업과 연계하는 생태계를 짜야 한다.
셋째, 삼성전기를 앵커기업으로 삼아 AI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대전의 R&D 역량과 충청권 반도체 밸류체인을 세종으로 집적하여 협력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동반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세종국가산업단지를 미래형 전략거점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전통적인 제조 중심 산단에서 탈피해 AI 반도체, 데이터, 피지컬 AI(로봇·자율주행) 기업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 메가 프로젝트를 세종의 독보적 자산인 스마트시티, Gov Tech, 공공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새로 출범한 민선 5기 시정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투자 유치 건수가 아니다. 국가 성장축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이를 세종의 맞춤형 산업전략으로 치환해 내는 정교한 정책 설계 능력이다.
이번 삼성전기 투자와 정부 정책을 하나의 큰 그림으로 연결한다면 세종은 단순한 행정도시를 넘어 AI 반도체와 데이터 산업의 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시설 하나에 만족한다면 이번 기회도 다른 지역의 성공을 돕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행정수도 건설이 세종의 첫 번째 성공이었다면, 앞으로의 두 번째 성공은 첨단기술과 지식재산이 살아 숨 쉬는 산업수도 건설이어야 한다.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세종시가 그 거대한 흐름의 중심에 설 것인가, 아니면 주변에서 바라볼 것인가의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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