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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⑥외식은 왜 늘 짜고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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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식탁 위 이야기] ⑥외식은 왜 늘 짜고 달까

맛의 설계와 우리 몸

지난 글 끝에서 김치의 나트륨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우리 식탁에서 나트륨을 이야기하자면 정작 더 크게 짚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바로 '밖에서 먹는 밥'이다. 집에서 먹을 땐 그럭저럭인데, 식당 음식은 유난히 국물이 짜고 양념이 달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건 기분 탓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외식산업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문제를 '식당이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거기에는 맛의 과학과 산업의 구조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

숫자가 말하는 것, 밖에서 먹으면 더 짜다

먼저 사실 확인부터 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하루 2000㎎의 약 1.6배다. 우리가 나트륨을 가장 많이 얻는 음식은 면·만두류, 김치류,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 순이었다. 국물과 면, 그리고 밥과 함께 먹는 짭짤한 반찬, 우리 밥상의 익숙한 얼굴들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숫자가 있다. 집에서 밥과 국, 반찬을 차려 먹었을 때 한 끼 나트륨은 평균 1031㎎이었던 반면, 음식점에서 사 먹었을 때는 1522㎎이었다. 같은 한 끼인데 밖에서 먹으면 약 48%를 더 먹는 셈이다. 우리의 그 '느낌'은 정확했다. 외식은 실제로 더 짜다.

소금은 짠맛만 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그럴까. 여기서부터는 요리사의 감각이 아니라 식품학의 영역이다.

소금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유능한 일꾼이다. 소금은 단지 짠맛을 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쓴맛과 잡맛을 눌러 주고, 단맛과 감칠맛은 도드라지게 하며, 재료가 가진 향을 앞으로 끌어낸다. 한마디로 소금은 '맛의 증폭기'다. 같은 국이라도 간을 맞추는 순간 맛이 확 살아나는 것은 그래서다. 소금을 뺀 음식이 밋밋한 것은 짜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른 맛들이 살아나지 못해서다.

당도 마찬가지다. 설탕은 단맛을 내는 동시에 신맛과 쓴맛의 모난 데를 둥글게 다듬고, 열을 만나면 먹음직스러운 갈색과 고소한 향(캐러멜화·마이야르 반응)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기름이 더해지면 입안의 감촉이 부드럽고 풍성해진다. 소금·당·지방, 이 셋이 만나면 사람이 거부하기 어려운 맛이 완성된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빨리, 많이 먹게 만드는 설계'가 바로 이 조합이다. 게다가 단맛은 짠맛을 가려 준다. 달콤짭짤한 양념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혀는 그 음식이 얼마나 짠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 채 계속 먹게 된다.

식당이 간을 세게 하는 진짜 이유

여기까지가 과학이라면 이제 산업의 이야기다. 식당이 간을 세게 하는 데에는 냉정한 이유들이 있다.

첫째, 강한 맛은 즉각적으로 '맛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 온 손님이 한 숟갈을 떠먹고 3초 안에 내리는 판단이 재방문을 좌우한다. 심심한 맛은 '건강하다'보다 '맛없다'는 말을 먼저 듣기 쉽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간을 세게 하는 것은 자영업자에게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둘째, 강한 간은 재료의 편차를 덮어 준다. 늘 최상급 재료만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원가 압박은 갈수록 커진다. 이때 소금과 당, 진한 양념은 재료의 아쉬움을 가려 주는 가장 값싼 해법이 된다. 좋은 재료를 쓸수록 간을 덜 해도 된다는 사실은 뒤집으면 재료에 쓸 여력이 없을수록 간이 세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셋째, 표준화의 문제다. 여러 매장에서 누가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야 하는 프랜차이즈나 대량 조리 현장에서는 맛을 사람의 손끝에 맡길 수 없다. 그래서 맛을 소스와 양념에 고정한다. 그 표준화된 소스 안에 나트륨과 당이 집약된다.

넷째, 우리 식문화의 구조다. 국·탕·찌개·면류는 국물에 간이 배어 있고 우리는 그 국물을 마신다. 나트륨 섭취 순위 상위가 면류와 국·탕·찌개류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니 식당 탓만 할 수는 없다

여기서 나는 균형을 지키고 싶다. 이 문제를 '양심 없는 식당'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고 무엇보다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어느 식당 주인이 결심하고 간을 확 줄였다고 하자.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손님은 "여기 맛이 변했다"며 발길을 끊고, 옆집으로 간다. 혼자 착해지면 혼자 망하는 구조다. 이것은 개인의 양심이 아니라 시장의 구조가 만든 문제이며 개별 자영업자의 의지만으로는 결코 풀 수 없다. 짜게 만드는 식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짠맛을 선택하는 시장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리고 그 열쇠

그렇다면 답은 어디에 있을까. 두 곳이다. 정책과 소비자다.

먼저 정책은 이미 움직이고 있고 실제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나트륨·당류 저감화 종합계획'을 세워 꾸준히 정책을 펴 왔고 같은 종류의 제품보다 나트륨을 10%, 당류를 25% 이상 줄이면 '덜 짠', '당류를 줄인' 같은 표시를 할 수 있게 해 저감 제품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19년 3289㎎에서 2023년 3136㎎으로 5년 사이 4.7% 줄었다. 아직 권고 기준의 1.6배로 갈 길이 멀지만 방향은 분명히 옳다. 정책이 작동한다는 증거다. 앞으로는 외식과 배달 음식의 영양 정보를 소비자가 더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사 먹는 한 끼에 소금이 얼마나 들었는지 대개 알지 못한 채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 열쇠는 역시 소비자다. 이 시리즈에서 되풀이해 온 결론이 여기서도 반복된다. 국물을 다 마시지 않고 남기는 것, "덜 짜게 해 주세요"라고 한마디 청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담백하게 내는 집을 알아보고 다시 찾아 주는 것. 싱거운 집이 살아남아야 싱거운 집이 늘어난다. 우리가 '심심하다'며 발길을 끊는 대신 '재료 맛이 살아 있다'고 알아봐 줄 때 비로소 식당은 간을 줄일 용기를 낸다.

다행히 우리 입맛은 생각보다 잘 적응한다. 몇 주만 덜 짜게 먹어도 예전에 먹던 간이 오히려 짜게 느껴지고 그제야 재료 본래의 맛이 보이기 시작한다. 짠맛에 길든 혀를 되돌리는 일은 맛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한 맛을 되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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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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