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3월 경북 북부를 휩쓴 초대형 산불은 안동을 비롯한 북부지역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4천500여 채의 주택이 불에 타고, 주거공간을 잃은 이재민 3천323세대 가운데 2천415세대는 임시주거시설에서 생활해야 했다. 당시 안동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재민들의 주거 안정이었다.
안동시는 신속한 주거 공급을 위해 개별 설치보다 공동부지에 선진이동식주택을 집단 조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공동부지는 전기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한꺼번에 구축할 수 있고 공사 기간도 단축할 수 있어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재민들이 대피소를 벗어나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임시주택으로 입주할 수 있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시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가능하면 내 땅에 이동식주택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농지와 과수원을 관리할 수 있고 기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며, 향후 새집을 지을 때 이주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임시주거용 조립주택 운영지침'도 원칙적으로 입주자 소유 토지 설치를 우선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진입도로 확보와 기반시설 설치, 안전성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공동부지 설치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동시는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954동 가운데 70여 동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동부지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지난 18~19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일부 공동부지가 침수되고 이동식 임시주택에도 빗물이 유입되면서 주민들은 다시 긴급 대피해야 했다. 현장에는 진흙이 쌓였고, 일부 이동식주택 주변에는 토사가 밀려들었다.
주민들은 산불 이후 또 한 번의 재난을 맞았다. 산불이 삶을 앗아갔다면, 이번에는 폭우가 어렵게 찾은 안정을 흔들었다.
이번 호우는 기록적인 자연재해였지만, 임시주거시설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극한호우 등 복합재난까지 고려한 입지 선정과 안전성 검토가 보다 세밀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운영지침 역시 대상지의 안전성과 접근성, 기반시설, 재난 위험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영지침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기준이 얼마나 충실히 적용됐는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로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는 만큼 임시주택 부지 선정 기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안동시의 신속한 복구 행정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이번 침수는 재난 복구가 속도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보여줬다. 임시주택은 단순한 거처가 아니라 이재민들이 다시 삶을 시작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산불 이재민 선진이동형주택 전반에 대한 안전성 점검과 설치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행정안전부 감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인 만큼, 이제는 관계기관이 함께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침수 피해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난 이후 임시주거시설의 입지 선정과 설치 기준, 안전성 검증 체계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행정기관과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객관적인 조사와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유사한 피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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