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법정에서 "재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기일 변경을 요청해 예정된 증인신문이 연기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송병훈)는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공판을 열었으나, 피고인 측 요청에 따라 증인신문을 진행하지 않고 재판을 마무리했다.
당초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 측 증인인 임모 씨에 대한 피고인 측 반대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재판 시작 직후 이 전 부지사는 "오늘 재판이 있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방어권 행사를 위해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최근 여러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데다 지난달 국민참여재판 준비와 항소이유서 작성에 집중하면서 이번 공판 일정을 놓쳤다"며 "변호인으로부터 전날 이야기를 듣고서야 재판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구치소로 소환장이 이미 송달된 사실을 언급하며 준비 부족 사유를 확인했고, 이 전 부지사는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증인신문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이어 최근 진행 중인 특검과 자신이 문제 삼아 온 수사 검사에 대한 징계 절차도 언급했다.
그는 "이 사건은 자신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겨냥한 별건 수사의 연장선"이라며 "관련 특검과 검사 징계 절차의 진행 상황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치적 주장과 별개로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며 "피고인 개인 사정을 이유로 재판을 반복적으로 미루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위해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은 연기하기로 했지만, 특검이나 외부 수사 결과를 이유로 재판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재 다른 수사나 특검이 진행된다는 이유만으로 본 재판을 늦출 수는 없다"며 "앞으로 피고인의 귀책사유로 준비가 되지 않거나 출석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추가 연기 없이 예정된 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18일 오후 4시 30분 열리며 또 다른 검찰 측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연기된 임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10월 6일로 변경됐다.
이 전 부지사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지역위원회 운영비 명목의 자금을 받는 등 경기도 소재 업체 3곳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약 5억 원 상당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별도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뇌물수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역 중이며, 지난달에는 이른바 '연어 술자리 회유' 발언과 관련한 위증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추가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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