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늘 먹은 치킨, 커피, 김밥, 빵을 떠올려 보자. 아마 그중 상당수는 같은 간판을 단 가게가 전국에 수백, 수천 개씩 있는 프랜차이즈였을 것이다. 어느 동네에서나 똑같은 맛과 똑같은 가격. 우리는 그 익숙함과 안심을 소비한다. 그런데 그 반듯한 간판 뒤에는,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에 맺어진 복잡한 '계약'이 있다. 외식산업을 공부하며 나는 이 계약의 구조야말로 우리 외식 생태계의 명암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낀다. 오늘은 그 간판 뒤편의 경제학을 들여다본다.
우리 외식의 절반은 '간판을 빌린' 가게다
먼저 그 규모부터 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가맹본부는 9960개, 브랜드는 1만 3725개, 가맹점은 약 38만 개에 이른다.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식당이 실은 개인이 홀로 차린 가게가 아니라 본사의 이름과 방식을 빌려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라는 뜻이다.
프랜차이즈의 원리는 간단하다. 본사는 브랜드와 조리법, 그리고 검증된 사업 방식을 제공하고 가맹점주는 그 대가를 치르며 자기 돈으로 매장을 열어 운영한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맨땅에서 시작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디서든 일정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다. 잘 굴러갈 때 이 관계는 서로에게 이득이다. 문제는 이 관계가 애초에 '기울어진 계약'이라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돈은 어디서 오가나, 계약의 속살
프랜차이즈 계약에서 돈이 오가는 길목은 여럿이다. 처음 낼 때는 가맹비와 교육비, 보증금,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이 있다. 여기까지는 눈에 잘 보인다. 정작 오래 그리고 깊이 얽히는 것은 그다음이다.
핵심은 '필수품목'이다. 본사는 맛과 품질의 통일을 위해 가맹점이 특정 재료와 물품을 반드시 본사(또는 본사가 지정한 곳)에서 사도록 정한다. 소스나 반죽처럼 맛의 핵심이 되는 것을 통일하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필수품목의 공급가에 붙는 마진, 이른바 '차액가맹금'이 본사의 주요 수익원이 되면서 갈등의 뇌관이 된다.
실제로 한 피자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공급하는 도우가 시중 도우보다 약 네 배 비싸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겉으로는 로열티를 적게 받는 듯 보이는 본사도 재료값에 마진을 얹는 방식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본사는 계열 물류사나 외주업체를 중간에 끼워 이 차액가맹금을 실제보다 적게 보이게 하기도 했다.
'갑을'이라는 오래된 그늘
이 구조가 왜 문제가 되는지는 숫자가 말해 준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가맹점주의 54.9%, 그러니까 절반이 넘는 점주가 본사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불만이 매출을 부풀린 정보, 광고비 떠넘기기, 그리고 필수품목 강매였다.
특히 아픈 것이 인테리어와 재단장(리뉴얼)이다. 본사가 일정 주기로 매장을 새로 꾸미도록 요구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점주 몫이 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일이라지만 매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의 재단장 비용은 점주에게 큰 부담이다. 여기에 본사가 새 매장을 자꾸 늘리면 기존 점주는 가까운 곳에 생긴 '같은 간판'과 손님을 나눠야 하는 처지가 된다. 본사는 매장 수가 늘수록 이득이지만 점주는 옆 가게가 곧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본사의 성장과 점주의 생존이 늘 같은 방향은 아니라는 데 이 계약의 근본적인 긴장이 있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가 '악'은 아니다
여기서 균형을 지키고 싶다. 이 시리즈에서 배달 플랫폼을 악당으로 몰지 않았듯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본사는 분명한 가치를 만든다. 개인이 홀로는 갖추기 어려운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망을 열어 주고 품질과 위생의 기준을 세우며,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검증된 매뉴얼을 제공한다. 든든한 본사의 브랜드 힘 덕분에 초보 창업자가 첫해를 무사히 넘기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잘 설계된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점주가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프랜차이즈'라는 방식 자체가 아니라, 그 계약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을 때다. 본사가 점주를 '함께 가는 동업자'가 아니라 '물품을 사 줄 고객'으로만 볼 때 관계는 무너진다.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을 보라
그렇다면 이 기울어진 계약 앞에서 창업자는 무엇을 봐야 할까. 나는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한다.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을 보라.
프랜차이즈 설명회에서 가장 자주 울려 퍼지는 말이 "이 매장 월 매출이 O천만 원"이다. 그 숫자는 크고 매혹적이다. 그러나 매출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돈일 뿐, 내 손에 남는 돈이 아니다. 그 매출에서 필수품목 재료비를 떼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내고, 로열티와 각종 수수료, 카드수수료, 배달 비용까지 빠져나가고 나면 정작 점주에게 남는 순이익은 그 화려한 매출의 그림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매출이 아무리 커도 남는 게 없으면 그 장사는 실패다. 그러니 물어야 할 질문은 "얼마나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남느냐"이다. 매출은 본사가 자랑하고 싶은 숫자이고 순이익은 점주가 살아가는 숫자다. 이 둘을 혼동하는 순간, 창업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다.
유명한 이름에 속지 말라
또 하나,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유명한 이름'이다.
요즘 유명인이나 연예인이 대표로 나서거나 얼굴로 내세운 프랜차이즈가 부쩍 많다. 익숙한 이름이 주는 신뢰감에, 다른 것은 따져 보지도 않고 계약을 서두르는 안타까운 경우를 나는 여럿 보았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이 노래나 연기, 운동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뜻이지 외식업을 잘 안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이름이 알려졌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사업이 저절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명세는 초반의 반짝 화제를 만들 뿐, 그 열기가 식은 뒤에도 브랜드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음식의 힘과 경영의 실력이다. 화제로 뜬 것이 화제와 함께 진다는 이야기는 이 지면에서 여러 번 되풀이한 그대로다.
그러니 유명인이 관련된 프랜차이즈일수록 오히려 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그 사람이 정말로 외식과 식품을 이해하는 전문가인지 아니면 이름만 빌려주고 뒤로 물러난 것인지. 그 브랜드를 오래 책임지고 이끌 역량과 의지가 있는지. 간판에 걸린 이름이 아니라 그 뒤에서 실제로 사업을 굴리는 실력을 봐야 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확인해야 할 것
물론 우리나라에는 '정보공개서'라는 장치가 있어, 본사의 재무와 평균 매출, 계약 조건, 필수품목 정보 등을 창업 전에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있어 온 제도다. 다만 이것만 믿어서는 안 된다. 내용이 부실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서는 출발점으로만 삼고 발로 뛰어 확인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로 운영 중인 가맹점 여러 곳을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이왕이면 잘되는 매장만이 아니라 평범한 매장, 문 닫은 매장의 점주에게도 물어보는 것이 좋다. 매출이 아니라 실제로 손에 남는 순이익이 얼마인지 필수품목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본사가 재단장이나 추가 출점을 어떻게 요구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브랜드의 폐점률과 평균 존속 기간은 어떤지. 화려한 설명회의 말이 아니라 이 현장의 숫자들이야말로 앞선 글들에서 되풀이한 그 원칙(앞면의 말이 아니라 뒷면의 숫자를 읽는 일)의 진짜 실천이다.
다만 그 '발로 뛰는 조사'에도 함정이 있다. 나는 예비 창업자들이 답사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한가한 평일 오후 세 시에 매장에 가 보고는 "손님이 없네, 장사가 안 되는군" 하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손님이 몰리는 주말 저녁 피크 타임에 한 번 들러 보고는 "북적이네, 대박이다" 하고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그러나 장사는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인다. 사무실이 밀집한 상권은 평일 점심에 반짝하고 주말엔 텅 비며 주택가 상권은 정반대다. 대학가는 방학이면 손님이 뚝 끊긴다. 몇 번의 방문으로 매장의 진짜 실력을 안다는 것은 몇 장의 사진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답사를 하려거든 시간대(점심·저녁·심야)와 요일(평일·주말), 그리고 계절과 상권의 성격까지 나누어 여러 번, 다른 조건에서 살펴봐야 한다. 표본이 적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아무리 발로 뛰어도 그 결론은 틀린다.
소비자도 '이름'이 아니라 '음식'을 보라
그리고 이 이야기는 창업자만의 것이 아니다. 소비자인 우리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유명 프랜차이즈니까', '그 연예인 가게니까' 하며 무턱대고 몰려가는 소비는 이름값만 앞세운 브랜드가 실력 없이도 살아남게 만든다. 반대로 우리가 간판의 이름이 아니라 그 음식과 서비스 자체를 보고 판단할 때, 정직하게 잘 만드는 곳은 살아남고 이름만 빌린 곳은 설 자리를 잃는다.
어디서나 똑같은 맛의 편리함 뒤에 그 균질함을 지키느라 애쓰는 수십만 명의 이웃 점주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화제나 유명세가 아니라 진짜 맛과 정성을 알아보는 눈을 갖는 것. 그 현명한 소비가 결국 좋은 브랜드를 키우고 우리 외식의 수준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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