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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폭주와 기술 파시즘 사이, '어떤 전환'이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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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폭주와 기술 파시즘 사이, '어떤 전환'이어야 하는가

[초록發光]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빨려든 정의로운 전환

산업전환고용안정법의 정식 명칭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다. 정부와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정의로운 전환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노동 법률로 소개한다. 이 법의 인과 구조는 단순하고 일방향이다. 산업전환은 독립변수이고, 노동전환은 종속변수이고, 고용안정 지원은 매개변수이다.

산업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및 디지털전환 등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기존 산업 또는 업종이 감소·소멸하고, 다른 산업·업종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노동전환은 "산업전환에 따라 직업 또는 직무가 다른 산업·업종 또는 같은 산업·업종 내의 다른 직업 또는 직무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고용안정 지원은 "산업전환 및 노동전환에 대응하고 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일자리 이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시행하는 정책"이다.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의 모호성

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2024년 4월 법 시행 이후 2년이 지난 2026년 7월에서야 기본계획이 마련됐다. 2021년 발표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방안'에 비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모호하다.

아마도 이미 정해진 또는 정해질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불안 및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적이고, 법정 계획 중에서도 위상이 낮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일 것이다. "산업전환의 속도와 양상은 정확한 예측 불가, 고정된 계획이 아니라 일자리를 둘러싼 정책환경 변화를 감안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단서 조항은 이런 문제를 감추기 위한 핑계로 읽힌다. 고용노동부는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숙의 원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나름 정성을 들였지만, "함께 도약하는 노동 있는 산업전환"이라는 비전에 맞는 추진 전략과 과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

▲2026년 7월 1일,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숙의 원탁회의. ⓒ차종관(공익저널)

한편 '전환기 소득 공백을 메우는 지원 방안', '전환이 키운 성과를 미래세대의 기회와 연계 방안', 그리고 '기술의 시대, 모두를 위한 새로운 소득 보장 방안'은 '전환시대 새로운 사회 계약을 위한 담대한 과제'로 제기된다. 그러나 "단기간 내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우나,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구조적 과제들의 해법 마련을 위해 사회적 논의"에 착수한다는 유연한 대응 방침을 밝히는 데 그친다.

다른 한편, '노사정이 함께 쓰는 전환 시대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사회적 대화, 특히 중앙, 지역, 산업·업종을 포괄하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사회적 대화 기구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사회적 파트너의 개입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활성화돼야 한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해서 사회적 대화의 효능감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녹색전환(GX) 산업·업종에 포함된 석탄 발전,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자동차 중 어느 것도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적 대화 2.0을 표방하며 지난 3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산업전환고용안정법 개정으로 신설될 산업전환고용안정위원회가 녹색전환과 AI전환(AX)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마련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다른 산업·업종에 비해 논의 속도가 빨랐던 석탄발전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 거버넌스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2025년 8월~2026년 1월)가 합의한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 그리고 발전산업 정의로운 전환 협의체(2025년 8월~2026년 7월)가 합의한 '발전산업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가 사회적 대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기본계획의 AI 전환은 선제적 투자 정책을 전제로 하고 반응적 보호정책을 기조로 삼는 것처럼 풀이된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과 녹색 전환을 동시에 구상하는 쌍둥이 전환에 대한 접근이 미흡한 것도 산업전환에 종속된 노동 전환이 갖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와 직무의 대체-재편-창출 논리는 결국 '노동친화적 AI' 담론으로 수렴된다. 생태-사회-산업의 정책통합이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 자리엔 이미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인공지능기본법, 반도체산업특별법, AI데이터센터특별법이 진을 치고 있다.

3대 메가 프로젝트라는 전환 소용돌이

지난 6월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산업전환, 노동전환, 지역전환을 아우르는 정의로운 전환을 후퇴시키고 있다. 복합위기와 포스트 성장 시대에 '성장 추종 정의로운 전환' 담론으로 우경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피지컬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용수 공급과 전기국가(electro-state) 전환 비전은 지역균형 발전 정서, 첨단산업 경쟁력, 금융투자 일상화와 결합하면서 국가 헤게모니 프로젝트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은 "대기업 자본을 향한 무제한적 재정 특혜, 생태적 수용력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비용은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산업의 무조건적 확장"이라고 비판한다. '3대 메가 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역시 "막대한 국가 재정과 전력, 용수를 투입하면서도 생태적 한계와 기후위기 대응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핵발전과 SMR, LNG·석탄발전까지 총동원함으로써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무력화하고, 장거리 송·변전시설 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더욱 키울 것"이고, "노동권과 노동안전, 농업과 농민의 삶, 지역균형발전의 가치, 나아가 민주주의와 공공성까지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다.

▲2026년 7월 13일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 기자회견 ⓒ3대 메가 프로젝트 규탄 시민사회

3대 메가 프로젝트의 '개발 폭주'를 문제 삼는 이들과 달리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긍정 의견 분포가 높게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의 당리당략과 성장동맹 지역주의에 따른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특이점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전남·광주에서 등장한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제2의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을 환영하며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국가 균형발전, 정의로운 산업전환이라는 사회적 과제 속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균형, 정의, 전환이라는 같은 기표를 동원하지만, 상반된 기의를 나타낸다. 광주지역본부는 재생에너지 생산-소비 공간적 일치(co-location)를 호남의 장점으로 제시하지만, 실상은 재생에너지 100%(RE100)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공급할 공업용수로 인해 생활용수와 농업용수가 제한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우리는 정의로운 전환 주류 담론의 한계를 확인하고 있다. 경제 패러다임과 산업전환 전략, 나아가 전환국가에 대한 지향성을 둘러싼 전환기 논쟁을 멀리하고, 노동전환과 지역전환에 대한 성찰적인 공론을 게을리한 탓이다. 지금이라도 어떤 산업, 어떤 지역, 어떤 노동이냐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테크노파시즘(technofascism) 경향도 경계해야 한다. 전기국가는 동력원 중 전기 비중을 높이고, 전기 인프라와 제조 기반을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테크노파시즘은 신냉전과 신권위주의 시대에서 AI를 중심으로 자본과 기술, 강제와 동의가 융합된 또 다른 형태의 파시즘으로 전망된다. 사회와 생태를 희생시키면서 등장하게 될 전기국가 모델 중 하나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정당성과 필요성, 실행 가능성과 인프라 조건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국가와 테크노파시즘에 주목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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