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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공익을 이유로 위법한 처분을 살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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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변호사의 세상읽기] 공익을 이유로 위법한 처분을 살릴 수 있는가

이세영

변호사

행정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면 취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행정소송법은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더라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청구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른바 ‘사정판결’이다.

사정판결은 법치주의 원칙에 대한 극히 예외적인 제도다. 위법한 처분을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 자체가 공공복리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사정판결은 극히 엄격한 요건 아래 제한적으로만 허용되어야 하며, 위법한 처분을 취소할 필요와 그 취소로 발생할 공익상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 한계는 분명하다.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면 사정판결을 할 수 없다. 사정판결은 위법한 처분의 효력을 예외적으로 존속시키는 제도인데, 당연무효인 처분에는 애초에 존속시킬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처분의 하자가 무효에 이르지 않고 취소 사유에 그치는 경우에도 사정판결은 신중해야 한다. 대법원은 위법사유의 내용과 발생 원인, 전체 처분에서 위법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 처분 취소로 예상되는 결과,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와 이해관계인의 신뢰, 다른 조치로 위법한 상태와 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본다.

사업이나 정책 자체가 공익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법한 처분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사정판결을 정당화하려면 그 처분을 취소할 경우 구체적이고 중대한 공익상 불이익이 발생하고, 적법한 절차를 다시 밟거나 다른 조치를 통해서도 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법한 기존 처분을 존속시킬 이유는 없다.

처분을 취소하면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고, 그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들거나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담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처분 취소로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나 사실상태에 중대한 혼란이 생기거나 다수 이해관계인의 신뢰와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정판결은 행정청이 절차를 잘못 밟은 뒤 공익을 내세워 위법한 처분의 존속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아니다. 적법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행정의 편의보다 적법한 절차를 앞세우는 것이야말로 법치주의와 공공복리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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