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케슘섬의 민가를 폭격해 민간인 부부와 아이가 사망한 데 대해 이란은 쿠웨이트의 미군 기지를 공격하며 보복에 나섰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개시 이후 쿠웨이트가 계속 폭격에 노출되고 있는 셈인데, 미국은 쿠웨이트 주둔 미군 규모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1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이란이슬람공화국 군이 쿠웨이트의 아흐마드 알자베르 기지에 있는 미군의 전략 거점들을 자폭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군 공보실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30일 이뤄진 미군의 케슘섬 민가 폭격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으로 29일 오후 8시(이란 현지 시간 30일 오전 3시 30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란 <파르스> 통신은 호르모즈간 의과대학 발표를 인용해 케슘섬의 민가에 있던 부부와 그들의 두 살 된 아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부상을 당한 나머지 9살 및 7살의 두 아이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군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이뤄진 이번 공격에서 아흐마드 알자베르 기지에 있는 전투기 격납고와 위성 통신 시스템, 장비 창고 등을 무인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쿠웨이트의 아흐마드 알자베르 기지는 미국의 공중 및 감시 작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미군에게 핵심적인 공중 지원 거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란 군은 미군의 케슘섬 민가 공격에 대해 "또 다른 전쟁 범죄 사례"라면서 "군과 혁명수비대(IRGC)의 단호하고 광범위하며 대규모로 벌어지는 공격은 적이 첨단 방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을 매우 값비싸고 어렵게 만들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본인의 'X' 공식 계정에서 "미국은 매일같이 새로운 범죄로 자신의 손을 더럽히고 있다"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쿠웨이트는 이번 공격을 포함해 미국과 이란 전쟁 개시 이후 지속적으로 이란의 공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초기인 지난 3월 1일 쿠웨이트 남부 항구도시인 포트 슈아이바에 위치한 미군 제103원정지원사령부 기지에서 미군 6명이 이란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바 있다.
30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이 미국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쿠웨이트 내에 위치한 미군기지뿐만 아니라 발전소, 담수화 시설, 국제공항,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항구 등을 겨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실시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도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쿠웨이트의 하루 약 20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수출이 수개월 간 중단됐고 이로 인해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2%가 감소했으며, 쿠웨이트의 주요 수입원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7월 18일 촬영된 위성 사진에는 쿠웨이트 알 아흐마디 항만 지역 상공으로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포착됐고 20일에는 쿠웨이트 석유·가스 부문을 총괄하는 국영 기업 소유의 북쪽 부두 인근에서 피해가 확인됐다"며 "이번 공격은 미국의 대규모 군사 주둔조차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쿠웨이트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에 쿠웨이트는 안보 협력 파트너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은 지난 27일 쿠웨이트가 파키스탄과 체결한 포괄적 국방 협력 협정을 3년 만에 비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협정은 쿠웨이트가 걸프 지역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제 파트너들과의 안보 협력을 심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체결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쿠웨이트 내부에서는 미국과 안보 협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데르 알 사이프 쿠웨이트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신문에 "미국이 주둔하든 안 하든, 이란 측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1990년대 재래식 전쟁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는 우리를 도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 이번 일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에 위치한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 소장이자 전 쿠웨이트 주재 미국 대사인 더글러스 실리먼은 신문에 "이번 공격으로 쿠웨이트 국민들이 미국의 존재를 부담으로 여기면서도 쿠웨이트 방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쿠웨이트 국민들은 최선의 방어 방안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을 때, 쿠웨이트는 갑자기 전혀 다른 종류의 전쟁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며 "다른 걸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쿠웨이트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협의 없이 자신들을 전쟁 표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으며, 전쟁이 장기화되고 석유 수출이 지연되면서 이러한 불만은 더욱 심화됐다"고 짚었다.
미국에 대한 불만이 있으면서도 여전히 미국의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쿠웨이트가 향후 안보에 대한 딜레마에 봉착한 가운데, 미군이 쿠웨이트 주둔 규모 축소를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신문은 "(미국과 쿠웨이트의) 관계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미국이 쿠웨이트에 대규모로, 영구적으로 미군을 주둔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라며 미 전쟁부의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전쟁부는 이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쿠웨이트의 미군 주둔) 병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 관리들은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에 대응하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쿠웨이트 주둔 병력 규모를 감축했다고 밝혔다"라며 "미 정부는 대규모 군사 주둔의 타당성을 재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근동 정책 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페르시아만 지역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덴트 전 전쟁부 관리는 "핵심은 이란 전쟁이 계속될 경우 대규모의 미군 주둔이 여전히 타당한가 하는 점"이라며 쿠웨이트 입장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미 국방부가 주둔 전력을 영구적으로 줄이는 것이 쿠웨이트 방어에 대한 미 정부의 공약 및 의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문은 지난 1990년 1차 걸프전 당시 미국 및 다국적 연합군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을 막아준 이후 쿠웨이트 내에서는 미군 주둔에 대한 강력한 지지 기반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 쿠웨이트 내 미군 주둔 규모는 더욱 확대되어 최대 1만 3500명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독일과 일본, 한국에 이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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