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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과 지역 이야기] ①관광객은 이제 '먹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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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과 지역 이야기] ①관광객은 이제 '먹으러' 온다

미식관광의 부상과 지역경제

여행의 이유를 물으면 이제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거기서 먹을 음식'을 꼽는다. 어떤 도시는 특정 빵집 하나로 어떤 지역은 한 그릇의 국수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음식이 여행의 곁다리가 아니라 목적이 된 시대다. 외식산업과 지역경제를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 변화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늘부터 몇 차례에 걸쳐 지역의 음식이 어떻게 하나의 산업이자 관광 자원으로 자라나는지를 전문적으로 풀어 보려 한다. 그 첫 번째는 왜 지금 '미식관광'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음식은 어떻게 여행의 '목적'이 되었나

먼저 개념부터 정리하자. 세계관광기구(UN Tourism, 옛 UNWTO)는 미식관광(gastronomy tourism)을 '음식 및 그와 관련된 경험과 결합된 관광 활동'으로 정의한다. 핵심은 '경험'이다. 단순히 여행지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음식을 맛보고 배우고 체험하는 일 자체가 여행의 동기가 된다는 뜻이다.

과거에 음식은 관광의 부수적 요소였다. 명소를 보고 자고 그 사이에 밥을 먹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세계관광기구는 음식을 '문화의 정수이자 무형유산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이제 음식이 여행지를 선택하는 주요 동기로 작용한다고 진단한다. 사람들이 그 도시의 미술관이 아니라 그 도시의 시장과 골목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음식은 한 지역의 문화를 가장 쉽고 깊게 경험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 지역의 땅과 기후,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한 접시에 압축되어 있다. 여행자는 그 한 접시를 통해 낯선 문화를 혀로 이해한다. 이것이 다른 어떤 관광 콘텐츠도 대체하기 어려운 미식만의 힘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국내만 해도 전주는 비빔밥과 한정식을 앞세워 유네스코가 지정한 '음식 창의도시'가 되었고 강릉은 바다를 낀 커피 거리로 통영은 굴과 충무김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들 도시를 찾는 이유는 대단한 명소가 아니라 '거기서 먹을 것'이다.

눈을 국경 밖으로 돌리면 그 정점에 이탈리아가 있다. 볼로냐와 파르마의 파스타와 치즈, 토스카나의 와인과 농가 식탁(아그리투리스모), 나폴리의 피자를 맛보러 전 세계의 여행자가 모여든다. 슬로푸드 운동이 태어난 나라답게 이탈리아는 음식 그 자체를 국가적 관광 자산으로 키워 낸 미식관광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 지역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이 곧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 지역의 해산물을 이용한 리쪼또. ⓒ프레시안(문상윤)

지갑은 이미 식탁 위에서 열린다

이것이 낭만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숫자가 증명한다. 여행자가 지갑을 여는 곳이 이미 식탁으로 옮겨 왔기 때문이다.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여행자는 전체 여행 경비의 약 4분의 1을 먹고 마시는 데 쓴다. 물가가 비싼 여행지에서는 그 비중이 35%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유럽에서도 여행 예산의 약 25%가 음식과 음료에 쓰인다는 분석이 있다. 다시 말해 여행 지출에서 음식은 이미 가장 큰 항목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에서 쇼핑비와 식음료비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더 극적이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관광 지출의 약 28%가 음식 관광에서 나왔고 미식관광 시장은 향후 몇 년간 해마다 두 자릿수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이 관광산업 안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분야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관광객은 이제 말 그대로 '먹으러' 온다.

'먹으러 온 손님'이 지역에 남기는 것

미식관광이 지역 경제에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그 돈이 지역에 남는 방식에 있다.

대형 리조트나 면세점에서 쓰는 돈은 상당 부분이 외지의 대기업 본사나 글로벌 브랜드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지역의 식당에서 지역의 재료로 차린 음식에 쓴 돈은 다르다. 그 돈은 식당 주인에게 그 식당에 재료를 대는 지역 농민과 어민에게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지역 주민에게로 흘러간다.

앞선 여러 글에서 이야기한 지역경제의 선순환, 곧 지역 안에서 돈이 여러 번 도는 승수효과가 미식관광에서 유독 크게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방한 외국인 음식관광의 총규모가 한 해 6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 바 있는데 이 거대한 지출이 지역의 식재료와 인력으로 이어질 때 그 파급은 배가된다.

게다가 미식관광은 진입 장벽이 낮다. 거대한 테마파크를 짓거나 대규모 시설을 유치하지 않아도 이미 그 지역에 있는 음식과 식재료, 그리고 이야기만으로 시작할 수 있다. 자본이 부족한 지방 도시일수록 오히려 승부를 걸어 볼 만한 영역인 것이다. 없는 것을 새로 짓는 관광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새롭게 조명하는 관광이라는 점에서 미식관광은 지역의 미래 먹거리 전략으로서 남다른 매력을 지닌다.

다만, '식당이 많다'와 '미식 도시다'는 다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경계할 것이 있다. 음식이 관광 자원이 된다는 말을 '맛집이 많으면 관광객이 온다'는 말로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식당이 많은 도시와 미식관광 도시는 전혀 다르다. 미식관광이 성립하려면 흩어져 있는 개별 맛집을 넘어 그 지역만의 고유한 음식 정체성과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곳에 가야만 하는 이유', 다시 말해 대체 불가능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몇 개 있는 것과 그 지역의 땅과 역사에 뿌리내린 음식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략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요구된다.

결국 미식관광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관광객이 먹으러 오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분명한 기회이지만 그 기회를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바꾸는 데에는 정교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그 설계의 첫 단추가 바로 그 지역만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것'을 찾아내는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핵심, 즉 '그곳에서만'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테루아와 로컬리티의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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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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