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한을 못 박아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의대와 대학병원 소재지를 둘러싼 동·서부권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양보없는 양 측 입장이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동부권의 순천 지역 5개 종합병원 병원장들은 12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을 촉구했다.
성가롤로병원·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순천한국병원·순천중앙병원·순천제일병원장은 이날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의료현장의 경험과 책임을 바탕으로 정부와 전라남도에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설립을 강력히 요구한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현장의 한목소리"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가 지역의대 신설을 추진하는 지금 의과대학의 입지를 정치적 이해관계나 특정 지역의 취약성, 지역 간 배분 논리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어느 지역에 의학 연구와 치료가 필요하고, 의사를 교육해 정착시킬 수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부권은 경남 서부권까지 연결되는 인구·산업 밀집 광역 생활권으로, 여수와 광양의 국가 핵심 산업시설에서 발생하는 화학사고와 산업재해에 대응할 전문 의료체계와 연구 기반이 절실하다"며 "전남광주특별시는 순천대 의과대학 설립을 조속히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전남광주동부권 범시민추진위원회가 통합특별시 동부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84만 전남광주 동부권 주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순천대·목포대 통합과 관련해 의대·대학병원 위치를 명시한 추진계획서를 요구했지만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독립적 검증 없이 서부권 설립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부권은 서부권보다 30만명이 더 많음에도 중증응급센터 등 의료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에 특별시는 왜곡된 지표가 아닌 동일한 기준으로 의료수요와 인프라를 재검증해야 한다"며 "84만 동부권 시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해 동부권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원이 국회의원과 강성휘 목포시장, 서부권 정·관계와 시민사회는 지난 11일 전남광주특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 대학의 통큰 통합 결단을 촉구하면서도 서부권 의대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원이 의원은 "목포대와 순천대가 끝내 통합하지 못한다면 국립의과대학과 대학병원 설립을 위해 지금까지 지역민들이 기울여온 36년의 노력과 수고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은 어느 지역이 무엇을 더 가져갈 것인가를 따질 때가 아니라 지역의 생명권을 지켜내기 위해 결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전남광주특별시 서부권은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의료취약지역"이라며 "이곳에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의대 없는 지역 의대 신설'이라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진정한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36년 동안 의대 신설을 기다려온 서부권 주민들의 한을 풀어달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결단을 요구했고, 전남광주특별시를 향해서는 지난달 27일 발표한 '초광역 통합 의료벨트' 구상의 차질 없는 추진을 주문했다.
또 "통합특별시는 발표한 계획대로 서부권에는 '메디컬타운 프로젝트'를, 동부권에는 '의료혁신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며 "의과대학 설립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약속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목포대와 순천대가 오는 20일까지 통합을 전제로 한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여 있다"며 "통합특별시도 양 대학의 통합의대 신설을 위해 가능한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결단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동·서부권이 양 지역의 논리를 앞세워 의대와 병원을 고집하는 가운데 정부는 최근 2030년 의과대학 신설 관련한 '최후 통첩성' 공문을 양 대학과 통합특별시에 보내 결단을 압박했다.
정부는 공문에서 경상북도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옛 전남)를 의과대학 신설 후보 지역으로 선정했음을 알리고, 통합을 전제로 지자체와 국립대학 공동 의대 신설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이는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목포대와 순천대 통합이 필수라는 것으로, 대학이 따로 접수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전제 자체를 무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무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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