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집중호우 당시 안동지역 산불 이재민 임시조립주택 일부가 물에 떠밀려 이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안동시가 공급한 임시조립주택 641동 전체에 주택을 기초에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고, 경찰은 납품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안동시청 건축과 등을 압수수색했다.
“앵커볼트가 빠졌다”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임시조립주택은 말 그대로 ‘임시’라는 이유로 안전까지 임시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산불과 같은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최소한의 구조적 안전성은 더욱 엄격하게 확인돼야 한다. 특히 2025년에는 주거용 이동식 주택에 관한 규제가 일부 강화되어, 현재는 장기간 특정 부지에 설치할 경우 건축물로 간주되어 허가를 필요로 한다.
건축물의 안전은 외형이 아니라 힘이 어떻게 기초와 지반까지 전달되는가에서 출발한다. 특히 각파이프 등 철골구조로 제작된 이동식 조립주택이라면 강풍이나 집중호우, 지진 등의 외력에 의해 구조물이 흔들리거나 한쪽이 들리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향후 주택허가에 관한 사항을 고려 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들이 몇가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기초와 상부 구조를 연결하는 고정 시스템이다. 쉽게 말하면, 철골 기둥 → 고정철물(홀다운 등) → 앵커볼트·앵커플레이트 → 기초 콘크리트 → 지반 으로 힘이 끊김 없이 전달돼야 한다.
‘앵커볼트 하나’가 아니라 구조 전체를 봐야 한다
홀다운은 철골 기둥이나 벽체에 발생하는 인장력과 전도에 저항해 상부 구조를 기초에 고정하는 구조용 철물이다. 앵커볼트와 기초 역시 상부 구조의 힘을 지반까지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다.
핵심은 앵커볼트 하나의 설치 여부가 아니라 설계·구조계산·허가·시공이 서로 일치했는지다.
특히 내진설계가 적용된 주택이라면 지진과 강풍에 따른 인장력과 전도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그 결과에 따른 홀다운 등 적정한 접합 방식이 구조도면에 반영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의문은 분명하다. 내진설계와 구조계산에 필요한 고정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 빠져 있었다면, 과연 어떤 구조계산과 구조도면을 근거로 허가가 이뤄졌는가. 홀다운이 설계상 필요하도록 구조계산이 이뤄졌다면 실제 현장에도 해당 철물과 이에 상응하는 접합 방식이 제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홀다운을 적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대신 어떤 구조적 방법으로 동일한 안전성을 확보했는지를 구조계산서와 상세도면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결국 설계도면과 실제 시공이 일치했는지, 허가 과정에서 구조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됐는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의성·청송·영양·영덕, ‘내진설계’가 있었다면 실제 현장은 어땠나
산불 이재민 임시조립주택이 물에 떠밀리면서 논란의 초점이 안동에 맞춰졌지만, 문제를 안동만의 사례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안동·의성·청송·영양·영덕 등 각 지역의 임시주택이 같은 기준으로 설계·시공됐는지, 업체와 구조 방식은 달랐는지, 기초와 앵커볼트 등 고정 방식은 적정했는지를 비교·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시주택이 향후 이재민 우선 매각이나 관리전환, 일반매각 등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 숙소나 관광객 숙소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고려했다면, 단순한 임시시설이 아닌 장기간 사용을 전제로 한 구조·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할 지자체는 이후라도 건축허가 신청을 해야하고 이 과정에서 건축사 설계도면,배치도, 구조 안전 검토 서류 등이 요구된다.
핵심은 서류와 현장이 일치하는지 여부다. 서류상 정상으로 처리됐더라도 실제 시공이 설계와 달랐다면 철저히 밝혀야 한다. 안동뿐 아니라 다른 산불 피해지역 임시주택도 안전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앵커볼트만 확인할 일이 아니다. 기초와 철골 접합부, 용접, 벽체와 지붕, 단열재와 마감재, 전기설비까지 계약서와 설계도서, 구조계산서, 납품서류를 실제 현장과 하나씩 대조해야 한다.
서류와 현장의 차이를 밝혀내는 것, 그것이 이재민들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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