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독립을 향한 염원이 서린 땅 머나먼 카자흐스탄에서 온 독립유공자 후손이 암투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다가 광주시민들의 온정으로 다시 일어설 희망을 얻었다.
1500만원에 달하는 로봇수술 비용 앞에 치료를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한 사람의 선의가 또 다른 선의로 이어지며, 수술비가 순조롭게 모이고 있는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2025년 11월 홍범도 장군이 말년을 보낸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26명이 광주를 찾았다. 광복회 광주광역시지부의 초청과 광주광역시청·교육청 등의 지원으로 성사된 방문이었다.
이들 중 스베틀라나 학생(16)의 아버지이자 안산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세르게이씨(52)는 최근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약 15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야 할 위기에 처했다.
고욱 광복회 광주지부장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주변에 손을 내밀자 기적 같은 일이 시작됐다"면서 "한 후배가 선뜻 수술비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부담하겠다고 나섰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배의 따뜻한 마음은 마중물이 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십시일반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막막하게만 보였던 1500만 원의 수술비가 순조롭게 모이고 있다.
고욱 지부장은 "한 사람의 선의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들이 모여 한 생명을 지켜내는 작은 기적을 만들었다"며 "이는 단순한 모금의 성공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하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빼앗겼던 시절, 이름도 빛도 없이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며 "그 후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가 손을 내미는 것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역사가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후배와 시민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작은 기적이 수술의 성공이라는 더 큰 기적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면서 "뜻있는 많은 분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이어 "훗날 그분이 건강을 되찾아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는 날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의 선조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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