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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과 지역 이야기] ⑫미식으로 지역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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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의 미식과 지역 이야기] ⑫미식으로 지역을 차린다

지속가능한 미식 도시를 위한 제언

열한 번에 걸쳐 지역의 음식이 어떻게 사람을 부르고 지역을 살리는지를 이야기해 왔다. 미식으로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결국 무엇인가? 화려한 축제나 유명한 맛집 하나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앞선 글들에서 함께 확인했다. 마지막 글에서는 이 시리즈를 관통해 온 생각을 정리하고 지속가능한 미식 도시를 위한 몇 가지 제언으로 매듭짓고자 한다.

결국 하나의 이야기였다

돌아보면 이 시리즈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뤘지만 결론은 한 곳으로 모인다. 지역의 음식이 관광 자원이 되고 지역을 살리려면 그 지역만이 가진 '진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이제 먹으러 온다. 그러나 아무 음식에나 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먹으러 온다. 그 대체 불가능함은 그 지역의 땅과 역사에 뿌리내린 테루아에서 나오고 자원을 콘텐츠와 목적지로 키우는 단계를 거쳐 브랜드가 된다.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것은 진정성이며 진정성은 근대유산의 골목과 시장에서 주민의 삶이 살아 있는 리빙 헤리티지에서 자란다. 밤의 야시장도 지역의 축제도 이 원리 위에 설 때만 오래간다. 그리고 성공이 부르는 위기, 곧 오버투어리즘과 젠트리피케이션을 견디게 하는 힘도 결국 같은 자리에 있다. 남을 베끼지 않고 우리 것을 지키는 것. 이 하나의 이야기가 열 편을 관통해 왔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첫째, '더 많이'가 아니라 '더 깊이'다. 방문객 수 신기록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만족하며 다시 오는지가 미식 도시의 진짜 성적표다. 스쳐 가는 관광은 소음과 쓰레기를 남기고 머무는 관광은 소득과 관계를 남긴다.

둘째, 지역에 돈이 남게 하라. 관광의 성공은 방문객이 쓴 돈이 지역의 농민과 상인, 주민에게 돌아갈 때 비로소 지역을 살린다. 지역 식재료를 쓰는 가게에 힘을 싣고 관광으로 얻은 세수를 지역 먹거리 체계에 되돌리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주민의 삶을 지켜라. 주민이 떠난 관광지는 텅 빈 세트장이 된다. 임대료 상승을 막는 상생 장치와 주민이 주인으로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있어야 그 지역을 매력적으로 만든 삶이 성공에 밀려나지 않는다.

넷째, 진짜에 투자하라. 화제성과 거짓 홍보가 아니라 음식 본연의 실력이 평가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운영자를 키우고 지키는 일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 미식 도시의 근본을 떠받친다.

다섯째, 오래 밀고 나가라. 브랜드는 한두 해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 세대를 쌓아야 만들어진다. 담당자와 정책이 자주 바뀌어 축적이 끊기지 않도록 이 일을 꾸준히 이끌 전담 조직과 긴 호흡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마을 판차노 인 키안티. 인구 몇백 명의 이 시골 정육점 '안티카 마첼레리아 체키니'에는 매일 전 세계에서 손님이 몰려든다. 8대째 정육을 이어 온 다리오 체키니는 동물 한 마리를 남김없이 쓰는 철학과 카운터에서 단테를 읊는 특유의 방식으로 유명해졌고, 넷플릭스 다큐 〈셰프의 테이블〉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벽에 걸린 미국 총영사관의 '문화 외교' 표창은 정육점 주인 한 사람이 음식으로 이룬 일을 말해 준다. 화려한 도시도 값비싼 마케팅도 아니었다. 한 사람의 진정성이 이름 없던 시골 마을을 세계인의 목적지로 바꿔 놓았다. ⓒ 프레시안(문상윤)

음식은 지역을 담는 그릇이다

이 시리즈를 쓰는 내내 나는 한 가지 생각을 놓지 않았다. 음식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담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한 그릇의 국수와 한 조각의 빵, 한 잔의 술에는 그 땅의 기후와 물,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손맛이 담겨 있다. 여행자가 그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지역을 통째로 맛보는 일이다.

그래서 지역의 음식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단순한 관광 진흥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정체성과 삶을 지키는 일이 된다. 미식으로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결국 지역이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과 만나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유행을 좇아 어디서나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맛과 이야기로 우리다움을 지키는 것. 그것이 이 오랜 이야기의 마지막 결론이다.

내가 이 시리즈에 '미식과 지역'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식은 지역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지역은 미식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건넨다. 우리 곁의 작은 식당과 오래된 시장, 골목의 노포 하나하나가 곧 그 지역을 차리는 밥상이다.

그 밥상을 소중히 여기고 지켜 갈 때 우리의 지역은 오래도록 사람을 부르고 스스로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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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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