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예산은 확대를 원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이 지방교육의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개편을 강행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그동안 계속돼 온 교육계의 반발은 외면한 채 유·초·중·고등학생의 교육예산으로 활용되는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제’를 전격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21일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에서 세수 증감에 따른 ‘내국세 연동’ 방식을 전면 폐지하고, 학령인구 변화율과 경상성장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안이 담긴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1972년부터 54년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해 온 교육교부금의 산정 방식은 앞으로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의 변화율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이 같은 교육교부금 배분 방식의 개편을 통해 확보되는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에 적립, 영유아와 고등교육(대학 등) 및 평생교육 등에 활용된다.
이는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내국세 연동 방식의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고등교육의 재정으로 재분배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을 주장한데서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정부의 발표 이후 교육계는 의무교육을 위해 사용돼 온 교육교부금을 교육계의 계속된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경제적 논리에 맞춰 일방적으로 개편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 교육감도 정부의 일방통행식 교육교부금 개편에 대해 "국가의 미래인 교육예산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제시된 교부금 개편안에 대해 경기도교육감으로서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예산의 마지노선을 지키야 한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안 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내국세 20.79% 연동제 폐지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미래를 어둡게 하고, 국가의 교육투자 총량을 줄이는 후퇴"라며 "개편 전후의 차이와 교부금의 연도별 감소액 및 국가 전체 교육비 영향에 대한 중장기 추계조차 제대로 제시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이번 개편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내국세 초과세수분을 초·중·고등학교 지방교육에 대해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는 초·중등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인재양성이 유일한 경쟁력인 대한민국의 국가발전에도 유익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로섬(Zero-sum) 재분배’가 아닌, 교육투자를 확대하는 원칙과 방향을 주장했다.
안 교육감은 "영유아교육과 고등·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명분 삼아 국가의 기본 필수사무인 초·중등 의무교육 재원을 깎아 다른 분야로 옮기는 방식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으로 교육재정을 제로섬 재배분하는 것일 뿐으로, 지방교육재정의 변동성과 비효율은 개선하되, 그것이 국가의 전체 교육비 투자를 축소하는 수단이 돼서는 결코 안된다"고 지적했다.
안 교육감은 또 경기도의 교육현실을 언급하며 정부의 교육교부금 개편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안 교육감은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재학 중이며, 신도시 개발에 따른 학교 신설 수요와 과밀학급 해소 및 디지털 미래교육 인프라 구축 등 지속적인 교육투자가 절실한 지역으로,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교육투자 증가율을 줄인다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며 "낙후한 교육여건에 대한 교육투자에 대한 절박함과 AI시대에 맞는 교육대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적 필요성을 국회가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실제 경기도의 경우, 전국 대비 학생 수 비중이 2020년 28.0%에서 2025년 29.35%로 확대된 것과 달리, 교육교부금 규모는 전국 67조여 원 대비 24.3%(2025년 기준)에 불과해 다른 지역에 비해 불합리한 여건 속에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 개발에 따라 도내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학생 수도 크게 늘면서 이미 지난 2024년에만 경기지역 신도시 내 학급당 학생 수는 전국 평균보다 4.5명 더 많은 27.1명을 기록했고, 현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턱 없이 부족한 교육교부금 규모는 경기지역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안 교육감은 "한 가정의 수입이 늘어나면 그에 맞춰 자식들의 교육비를 늘리는 것이 당연하듯, 학령인구 숫자만으로 단순화해 교육예산을 줄이는 것은 교육현장의 절박한 요구와 교육의 질적 전환을 완전히 외면하는 처사"라며 "이 문제는 국회의 주도 속에 교육계와 국민의 의견을 모아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할 사안으로, 초·중등교육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교육예산 확충 구조가 확보될 수 있도록 수정입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경기도교육청은 초·중등교육 예산의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교육주체와 국민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교육투자의 안정적 증가추이가 보장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경기교육 공동체와 함께 합리적 효율적 교육예산 집행을 위한 ‘경기교육예산 대전환’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 교육감은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교육예산 줄이기에 앞장서는 기획예산처의 비교육적·경제만능주의적 접근이 아닌, 예산을 제대로 투자해 교육을 제대로 바꿀 때, 비로소 한국 사회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며 "교육예산은 결코 소비가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AI시대가 발전할수록 문·예·체 교육과 인간관계 교육, 자존감 교육 및 공동체 삶의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개편안 발표와 관련해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지방교육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일방적 교부금 개편 반대한다"며 "국가의 재정 여건이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현행 내국세 연동률 20.79%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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