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지난 4년 간 도의원 관련 사업 예산 1600억 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북교육청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천호성 교육감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천 교육감은 "현재 의회와 소통이 잘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른바 '의원 사업'이 직접 들어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포문을 열었다.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분석 결과 지난 4년 간 전북 도의원들과 관련된 사업 규모가 약 1600억 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어 "인수위에서 130개 사업을 재검토해 10개 정도를 문제가 있는 사업으로 판단했고, 다시 전문가와 관계자들에게 검토를 맡긴 결과 7개 정도는 교육청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사업 적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천 교육감은 "의원 관련 사업이라고 해서 문제가 있는데도 그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겠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전북도의회는 즉각 강력 반발하면서 천 교육감이 도의원 전체를 마치 부적절한 예산 편성에 개입한 집단처럼 매도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희수 전북도의회 의장과 이병도 부의장, 진형석 대변인 등은 지난 28일 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의원들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는 '초보운전자 천호성 교육감'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도의회는 도의원들이 학교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교육사업을 제안했고, 이를 교육청이 검토해 예산에 편성한 만큼 1600억 원 전체를 부적절한 예산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사업이 있다면 집행을 중단하거나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될 일이지, 구체적인 근거도 밝히지 않은 채 도의원 전체를 의심받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초보 교육감'이나 '범죄집단 매도' 같은 격한 표현에 앞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천 교육감이 직접 제시한 1600억 원의 산출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앞서 천 교육감은 지난 26일 발언에서 "인수위가 130개 사업을 재검토해 10개 정도를 문제 사업으로 판단했고, 다시 전문가와 관계자 검토를 거쳐 7개 사업에 대해 교육청의 부담이 크고 사업 적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도의원 관련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1600억 원이라는 숫자만 제시됐을 뿐, 어떤 사업이 여기에 포함됐고 무엇이 부적절한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북교육청이 공개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개 회계연도의 최종 예산은 모두 18조 6591억 원이다. 천 교육감이 말한 '1600억 원'은 이 기간 전체 예산의 약 0.86%에 해당한다. 전체 교육재정의 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연평균 400억 원 규모여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이 1600억 원 전체가 부적절한 예산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천 교육감도 1600억 원은 도의원이 제안했거나 도의원과 관련됐다고 교육청이 분류한 사업의 전체 규모이고, 이 가운데 일부 사업에 적정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수위가 검토했다는 130개 사업 전체가 도의원 관련 사업인지, 아니면 130개 사업 가운데 일부만 도의원과 관련된 것인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1차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10개 사업과 최종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 7개 사업의 관계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천 교육감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1600억 원이라는 숫자'를 제시한 이상 입증 책임도 교육청에 있다.
교육청은 우선 1600억 원에 포함된 연도별·사업별 명세와 '도의원 관련 사업'으로 분류한 기준을 공개가 필요하다. 도의원이 사업을 제안하거나 민원을 전달한 것인지, 예산 증액을 요구한 것인지, 특정 사업자나 단체의 선정을 요구한 것인지도 구분해서 공개해야 오해가 풀릴 수 있다.
특히 인수위가 검토했다는 130개 사업과 1차 문제 사업 10개, 최종적으로 적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7개 사업'도 도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개된 제20대 전북교육감직 인수위원회 활동 백서에는 1600억 원의 산출 내역이나 문제로 지목된 7개 사업의 구체적인 명단이 제시돼 있지 않다. 교육청과 인수위 내부에서만 검토한 자료라면 이를 공개하지 않고서는 도민과 도의회의 검증을 요구하기 어렵다.
도의회의 대응 역시 격한 표현과 사과 요구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천 교육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면 교육청에 관련 자료 제출을 공식 요구하고, 예산 심의와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1600억 원의 실체를 검증해야 한다.
교육청이 구체적인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천 교육감의 발언은 예산 개혁 선언이 아니라 도의회 전체에 의혹을 던진 정치적 주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명확한 자료와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한다면 이번 논란은 교육청과 도의회 사이에 이어져 온 이른바 ‘의원 사업’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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