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 부동산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민간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년간 거액의 뇌물을 받아온 안성시 고위공무원과 민간 개발업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문정신)는 31일 안성시에서 추진된 5건의 부동산 개발사업과 관련해 약 5년간 3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안성시 4급 공무원 A씨와 공범 B씨를 비롯해 민간 개발업자 등 1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A씨와 B씨, 뇌물을 건넨 개발업자 C·D·E씨 등 5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개별적인 뇌물 사건에 그치지 않고 안성지역 개발사업을 둘러싼 공직자와 민간업자 간 유착 구조를 확인한 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당초 특정 개발업자와 A씨 사이의 뇌물수수 정황에서 출발한 수사가 여러 개발사업으로 확대되면서 A씨가 2021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5건의 개발사업과 관련해 총 30억원을 받아온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씨는 공범 B씨와 함께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정상적인 용역비처럼 꾸미기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용역계약을 맺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뇌물의 자금 흐름을 감춘 뒤 법인계좌 등을 통해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일부 자금은 A씨의 고급 외제차량 렌탈비와 가족회사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파악한 A씨 측의 뇌물수수 규모는 민간업자별로 1억원부터 13억7300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A씨와 B씨가 공동으로 받은 돈만 30억원에 달하며, A씨는 별도로 다른 개발업자로부터 수천만원에서 2억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뇌물을 제공한 개발업자들에게도 사업상 이익을 얻기 위한 대가성이 적용됐다. 검찰은 이들이 부동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인허가 등 행정상 편의를 기대하고 장기간에 걸쳐 거액을 건넨 것으로 보고 이들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또한 일부 피고인에게는 배임과 횡령, 범죄수익은닉,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관련자들이 검찰의 압수수색 사실을 파악한 뒤 휴대전화를 교체하거나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허위 차용문서를 만들거나 수사에 대비한 진술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지인은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의 집에 숨기고 A씨가 맡긴 여행용 캐리어를 감춰주는 등 증거은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대검에서 관련 첩보를 넘겨받은 뒤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했다.
지난 4월 안성시청과 관련자 주거지 등을 처음 압수수색한 데 이어 7월과 8월 추가 강제수사를 진행했고, 지난 19일에는 개발업자 C·D·E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들은 이날 구속기소됐다.
특히 검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확보한 통화 녹음파일 약 4만3000개를 인공지능 기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이틀 만에 분석하고, 계좌추적과 회계분석을 병행해 뇌물의 전달 경로와 범죄수익 은닉 과정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개발사업 호재가 집중된 지역에서 공적 권한과 개발이익이 결합한 구조적인 부패를 확인한 사례"라며 "뇌물을 받은 공직자뿐 아니라 부정한 행정상 이익을 얻기 위해 금품을 제공한 민간사업자까지 함께 엄단했다는 데 수사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주력하는 한편, 앞으로도 공직자의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부패와 지역 토착비리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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