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가 ‘완판본’과 ‘조선왕조실록’으로 대표되는 기록문화의 도시라면 그 기록을 오늘의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과 전주시평생학습관이 마련한 ‘기록문화유산 전문 도슨트과정’ 현장 교육이 지난 29일 오후 전주기록유산에 대한 탐방으로 진행됐다.
이번 과정은 기록문화유산에 대한 이론교육과 현장 탐방을 결합해 전주의 기록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보존돼 왔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날 완판본문화관을 시작으로 경기전 내 전주사고, 서문교회 교회사박물관, 다가동 일대의 옛 서포(書鋪) 등을 차례로 찾았다.
첫 현장인 완판본문화관에서는 조선 후기 전주를 중심으로 발전한 출판문화와 완판본의 의미를 살폈다.
전주는 조선시대 호남지역 출판문화의 중심지로 한글 고전소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서적이 간행된 곳이다. 특히 다가동 일대에는 다가서포와 칠서방 등 서적을 간행하고 유통했던 서포들이 자리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옛 책의 형태를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어떤 사람들이 책을 만들고 읽었으며, 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유통됐는지를 따라가며 전주의 출판문화를 생활사의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전주사고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이야기가 중심이 됐다.
임진왜란으로 전국의 사고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전주사고의 실록은 지역 선비인 안의와 손홍록 등에 의해 옮겨 보존되면서 살아남았다. 이 과정에는 오희길 등 여러 인물들의 노력도 함께 있었다.
참가자들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실록을 지켜낸 이들의 선택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을 단순한 ‘왕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기록’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전주본 실록은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다시 간행하는 데 중요한 저본으로 활용되면서 오늘날까지 실록이 전승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이번 탐방의 시선은 근대 전주로도 이어졌다. 서문교회 교회사박물관에서는 근대 전주에서 교육과 의료가 제도화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남겨진 기록들을 살폈다.
신흥학교와 예수병원 등을 중심으로 한 근대 교육·의료의 도입은 전주의 기록문화가 단순히 책과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지식과 제도, 시민사회의 형성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장교육은 서문교회에서 다가동 일대를 걸으며 다가서포와 칠서방 등 근대 전주에서 활동했던 서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다가서포의 한글고전소설 출판과 칠서방의 사서류 출판 등 당시 전주에서 활발했던 책과 출판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다.
이번 프로그램을 전주시평생학습관과 공동기획하고 강의 책임을 맡은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은 “전주는 완판본을 비롯한 출판문화가 발달했던 도시이자,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기록문화의 도시”라며 “이번 과정은 전주의 기록문화유산을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그 역사적 가치와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로 해설하고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학장은 “완판본을 만들고 책을 보급했던 사람들, 임진왜란 속에서 조선왕조실록을 목숨 걸고 지켜낸 사람들, 그리고 근대의 새로운 교육과 의료를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정신으로 이어진다”며 “전주는 세상이 가장 어려울 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킨 사람들의 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교육과 현장과정을 이수한 참가자에게는 ‘기록문화유산 전문 도슨트과정’ 특별한 수료증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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