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문상윤의 건강한 식품이야기] ⑨허브티, 효능보다 향으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문상윤의 건강한 식품이야기] ⑨허브티, 효능보다 향으로

효능은 가려 읽고 향으로 즐기기

▲ 볕에 말린 메리골드. 우려 마시는 것 말고도 고운 빛깔을 살려 에이드나 젤리에 더하면 향과 색이 산다. ⓒ프레시안(문상윤)

카페인 없는 따뜻한 한 잔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허브티가 인기다. 캐모마일은 잠을 페퍼민트는 소화를 돕고, 어떤 차는 '디톡스'와 '체중 감량'까지 내건다. 향긋하고 편안한 이 음료에는 정말 그런 효능이 있을까? 근거가 있는 것과 과장된 것을 갈라 볼 필요가 있다.

허브티는 꽃과 잎, 뿌리, 씨앗을 물을 이용해 우린 음료로 '허브 인퓨전(herbal infusion)'이나 '티젠(tisane)'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부분 카페인이 없어 부담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근거가 비교적 분명한 것도 있다. 생강차는 메스꺼움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분석에서 생강은 임신 중 입덧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었다(Viljoen 외, 2014). 적당한 양이라면 임신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한 선택으로 꼽힌다. 페퍼민트도 소화 불량에 오래 쓰여 왔다. 다만 여기에는 구분이 필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줄이는 데 근거가 쌓인 것은 페퍼민트 '오일'을 농축한 캡슐이며 여러 무작위 대조시험을 종합한 분석에서 그 효과가 확인되었다(Alammar 외, 2019). 우리가 마시는 묽은 페퍼민트 '차'는 이보다 농도가 훨씬 낮으므로 캡슐의 치료 효과를 차 한 잔에 그대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캐모마일은 진정과 수면에 널리 쓰이지만 그 효능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고 엇갈린다. 다만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의식(儀式) 자체가 주는 편안함은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과장이다. 특히 '디톡스 차'나 '살 빠지는 차'는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제품에는 센나처럼 설사를 유발하는 완하 성분이 든 경우가 많다. 마신 뒤 체중이 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지방이 빠진 것이 아니라 수분과 대변이 빠져나간 착시다. 오래, 자주 마시면 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잃어 완하제에 의존하게 되고 전해질 이상이나 심하면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차는 일주일 이상 연이어 마시지 않도록 권고된다. '몸을 비운다'는 문구에 마음이 흔들릴 때일수록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 카페인이 없다고 해서 무제한 안전한 것은 아니다. 허브에도 약처럼 작용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먹는 약과 부딪치기도 한다. 원리는 두 가지다. 하나는 허브가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효소를 건드려 약의 혈중 농도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약과 같은 작용을 겹쳐 효과를 지나치게 키우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인트존스워트(성요한풀)다. 가벼운 우울감을 덜어 준다고 알려진 이 허브는 약물 분해 효소를 활성화해 항응고제와 경구피임약, 면역억제제, 일부 심장약과 항HIV제 등 수십 종의 약효를 떨어뜨린다. 피임약이 제대로 듣지 않거나 이식 환자의 면역억제제가 힘을 잃는 사례가 보고될 정도다. 반대로 우울증 치료제(SSRI 등)와 함께 쓰면 뇌 속 세로토닌이 지나치게 늘어 위험한 반응, 곧 세로토닌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약의 효과를 위험하게 키우는 경우도 있다. 은행잎과 마늘, 생강처럼 피가 굳는 것을 늦추는 성분이 든 허브는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나 아스피린과 함께 먹으면 출혈 위험을 높인다. 그래서 은행잎 보충제는 수술 2주 전쯤 끊도록 권고되기도 한다. 감초를 많이 먹으면 혈압이 오르고 칼륨이 떨어져 혈압약·이뇨제와 부딪치며 인삼도 항응고제와의 상호작용이 보고된다.

이런 상호작용은 대개 '차 한 잔'의 묽은 농도보다 농축된 보충제에서 문제가 크다. 그러나 특정 허브를 매일 진하게 오래 마신다면 방심할 수 없다. 약을 복용 중이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그리고 임신부·수유부라면 상시로 마실 허브는 라벨을 살피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마시는 것 말고도 허브티를 일상에서 쓰는 방법은 많다. 진하게 우린 루이보스나 캐모마일을 밥물이나 수프의 국물로 쓰면 은은한 향이 밴다. 홍차나 루이보스에 고기를 재우면 잡내를 덜고 특유의 향을 입힐 수 있고 색과 신맛이 진한 히비스커스는 청이나 에이드, 젤리로 만들기 좋다. 생강차를 조림이나 드레싱에 한 숟갈 더하면 향과 매운맛이 살아난다. 여름에는 허브티를 얼려 얼음으로 쓰면 음료가 밍밍해지지 않는다. 이때도 향이 쉽게 날아가는 허브는 조리 마지막에 넣어야 향을 지킬 수 있다. 굳이 효능을 따지지 않아도 허브티는 향을 더하는 재료로 부엌에서 두루 쓸모가 있다.

허브티는 대체로 안전하고 편안한 무카페인 음료다. 생강이나 페퍼민트처럼 근거가 있는 효능은 취하되, 그것을 만병통치처럼 부풀린 문구는 걸러 읽어야 한다. 허브티는 치료제가 아니라 즐기는 음료다. 특정 효능을 좇아 억지로 마시기보다 향과 온기가 주는 위안 그 자체를 이유로 삼는 편이 허브티를 가장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