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에 걸쳐 '몸에 좋다'는 말들을 하나씩 따져 왔다. 단백질과 유산균, 영양제와 발효식품, 커피와 차, 그리고 제로 음료와 감미료까지. 서로 다른 주제였지만 그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첫째, 근거를 읽는 힘이다. '몸에 좋다'는 한마디 뒤에는 근거의 수준이 제각각이다. 국가가 인정한 기능성과 광고 문구가 다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관찰 연구의 무게가 다르며 같은 유산균이라도 균주에 따라 효과가 갈린다. 겁을 먹을 필요도 맹신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 말이 어느 정도의 근거 위에 서 있는지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특히 광고를 조심해야 한다. 다이어트 식품 광고에서 무언가를 넣자 지방 덩어리가 스르르 녹아내리는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먹은 성분이 몸속 특정 부위의 지방을 그렇게 직접 녹이는 일은 과학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영상은 효과의 증거가 아니라 연출된 이미지에 가깝다. 더 근본적으로는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실제 인증에 근거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를 거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와 인정 마크를 붙인 제품을 가리킨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건강을 앞세워 파는 상품 가운데 상당수는 포장의 '식품 유형'을 보면 캔디류나 차류 같은 일반식품이다. 기능성을 인정받지 않았는데도 광고만 그럴듯하면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래서 광고 문구가 아니라 포장의 식품 유형과 '건강기능식품'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마크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제품에 HACCP(해썹)이나 GMP 같은 마크를 크게 내걸어 믿음을 주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나 위생적으로 규격에 맞게 만들었는가'를 보증하는 표시일 뿐, '무슨 기능이 있는가'를 보증하는 것이 아니다. 안전하게 잘 만든 캔디라도 그것이 곧 몸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만든 과정에 대한 인증과 효능에 대한 인정은 전혀 다른 문제다.
둘째, '누가, 얼마나, 왜'가 중요하다. 같은 것이라도 부족한 사람에게는 약이 되고 충분한 사람에게는 과잉이 된다. 단백질은 노인과 환자에게는 중요한 보충이지만 이미 잘 먹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열량이고 영양제는 결핍을 채울 때 빛나지만 예방을 명목으로 쌓아 두면 도리어 부담이 될 수 있다. 카페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무엇을 먹을지 정하기 전에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셋째, 하나로는 되지 않는다. 어떤 슈퍼 성분도 원당이나 특정 감미료도 그 하나가 건강을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더하느냐보다 전체의 균형과 총량이다. 여러 음료에 흩어진 카페인의 합, 하루에 먹은 당의 총량, 식탁 전체의 다양성. 건강은 한 가지를 챙겨서가 아니라 전체를 살펴서 지켜진다.
넷째, 기본은 늘 균형잡힌 식단과 물, 그리고 생활습관이다. 보충제와 기능성 음료는 그 위에 얹는 것이지 그것을 대신하지 못한다. 다양한 음식으로 이루어진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물, 그리고 잘 자고 몸을 움직이는 하루가 어떤 값비싼 제품보다 크게 작용한다. 이 순서를 뒤집는 순간 우리는 기본을 소홀히 한 채 곁가지에 매달리게 된다.
다섯째, 즐거움도 건강의 일부다. 건강은 참고 견디는 일이 아니라 잘 누리는 일이기도 하다. 발효가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낸 깊은 맛, 커피와 차의 향, 따뜻한 한 잔이 주는 잠깐의 여유. 이런 즐거움은 건강의 반대말이 아니라 건강한 식생활을 오래 이어 가게 하는 힘이다. 맛과 향을 음미하며 천천히 먹고 마시는 태도 자체가 과식과 과음을 멀리하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잘 먹고 잘 마신다는 것은 새로운 유행을 부지런히 좇는 일이 아니다. 근거를 차분히 읽고 나에게 맞는 양을 가늠하며 다양하게 먹고 물을 기본으로 삼고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라벨의 문구에 흔들리기보다 접시 위와 잔 속에 무엇이 담겼는지를 보는 눈, 그 눈 하나면 넘치는 정보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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