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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질린 캐나다, 비밀회담서 'EU 준회원국' 제안…유럽도 "개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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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질린 캐나다, 비밀회담서 'EU 준회원국' 제안…유럽도 "개방적"

WSJ "케나다, 북미 국가에서 대서양 국가로…그린란드 사태 겪은 유럽도 캐나다에 공감대"

미국과 무역 마찰을 보이고 있는 캐나다가 유럽연합(EU)와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비밀리에 회담을 이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유럽연합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준회원국 정도로 격상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며 유럽 역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카니 총리가 "서방 동맹의 경제적 구조를 전면 재편하려는 대담한 수단을 가지고 캐나다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수 개월 동안 캐나다 총리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물론 유럽의 일부 왕실 인사들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주요 유럽 지도자들과 유럽 블록에 어떻게 더 깊이 연계될 것인지를 두고 비밀 회담을 이어왔다"고 전했다.

신문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과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가 유럽과 캐나다를 가깝게 만들었다며 "유럽 정상들은 반농담조로 캐나다를 EU의 신규 회원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카니 총리는 유럽 담당 특사에게 EU나 EU 단일시장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가능한 한 EU와의 통합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에 의해 지배되어 온 경제와 사회를 재정립하겠다는 목표 아래, 카니 총리는 유럽 정상들에게 캐나다가 '유럽연합 준회원국(Associate Member of the European Union)'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갖는 방안까지 제안했다"며 "양측 당국자들에 따르면, 회원국 자격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유명한 EU조차 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캐나다와 EU가 수개월 동안 이어진 회담을 통해 에너지, AI, 배터리 및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광물, 방위산업 등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며, 카니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캐나다인들이 비자 없이 유럽에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고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보다 유럽연합의 28번째 주가 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나"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럽에서 공부하고 영국인 아내를 만나 7년 간 영국은행(BOE) 총재를 지낸 카니 총리가 과거 '영국령 북아메리카'로 불리던 캐나다를 다시 유럽으로 돌려 놓으려는 제안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U와 비공식 협의에 착수했던 한 캐나다 당국자는 신문에 "이것은 지각 변동과도 같다.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오는 17일 카니 총리가 유럽의회 연설을 통해 유럽과 연대 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양측은 비전 제시를 넘어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하기 위해 곧 열릴 정상회담에서 다수의 새로운 실무 작업반 출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밝혔다.

캐나다의 한 고위 당국자는 신문에 "이것은 캐나다가 자신을 '북미 국가'에서 '대서양 국가'로 재정의하는 과정"이라며 "캐나다인은 미국인처럼 말하고 미국인처럼 옷을 입지만, 사회적 지향점은 훨씬 더 유럽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캐나다와 EU 간 협의에는 정부 차원의 공식 담당자들 외에도 금융 및 정계 출신의 비공식 자문단이 활동하고 있는데, 일부는 카니 총리가 예전에 참석했던 '오타와 독서 모임(Book Club)'의 동료들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카니 총리가 포함됐던 독서 모임 멤버 중 한 명이 "캐나다인들은 세상(바다)에 미국 말고도 더 많은 물고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캐나다 정부가 카니 총리를 필두로 전방위적인 관계 변화 모색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미국과 무역 및 경제협력을 EU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문은 "앨버타와 퀘벡의 분리주의자들과 씨름하고 있는 캐나다 정부로서는 EU와 연계하기 위해 주권의 일부를 내놓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라며 캐나다 내부 정치적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신문은 "EU와 자유롭게 무역하는 국가들은 통상 EU 예산에 분담금을 내야 하고, EU 회원국들의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EU 규정을 준수한다"며 "여기에 미국 경제 성장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유럽이 과거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 보장했던 무역 규모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나다와 EU 간 비공식 논의에서 유럽 측 당국자들은 영국이 EU를 탈퇴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캐나다 측에 너무 관대한 조건을 제시했다가 다른 회원국들이 '캐나다식 모델'을 요구하며 이탈할 수 있다는 경계심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면서 유럽 역시 카니 총리와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신문은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 역시 초기에는 트럼프를 자극하길 꺼렸으나, 트럼프가 자신을 교황으로 합성한 AI 이미지를 올리는 등의 기행을 보이자 마음을 돌려 현재는 트럼프보다 카니 총리와 더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 7월 앙카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캐나다는 독일로부터 250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계약을 체결하는 등 유럽과 방산 및 경제 협력을 급격히 늘려가고 있다"라며 "트럼프가 온타리오호의 이름을 '미국호(Lake America)'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 캐나다 외교관들은 베를린에서 국방 협력을 논의하고 있었다"면서 안보 차원에서도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8월 22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 무역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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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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