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도 햇빛도 없는 건물 안에서 채소가 자란다. 도시 한복판의 층층이 쌓인 선반 위에서 상추가 계절과 상관없이 자란다. 미래 농업의 상징처럼 이야기되는 스마트팜, 그중에서도 실내에 작물을 쌓아 기르는 수직농업의 풍경이다.
원리는 이렇다. 밀폐된 실내에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빛, 양분을 사람이 정밀하게 조절해 작물을 키운다. 햇빛 대신 LED 조명을 쓰고 흙 대신 양분을 녹인 물로 뿌리를 기른다. 날씨와 계절, 그리고 땅에 매이지 않는 농업인 셈이다.
장점은 여러 가지다. 우선 날씨에 좌우되지 않아 연중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기후위기로 작황이 널을 뛰는 시대에 이는 분명한 강점이다. 물도 크게 아낀다. 양분을 녹인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돌려 쓰기 때문에 노지 재배보다 물을 90% 넘게 절약한다는 것이 업계와 연구의 공통된 설명이다. 밀폐된 환경이라 농약이 거의 필요 없고 좁은 땅에 여러 층으로 쌓으니 단위면적당 생산량도 높다. 무엇보다 도시 가까이에서 기르니 갓 딴 채소를 짧은 거리로 공급할 수 있다.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대도시가 신선한 채소를 자급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에너지다. 햇빛을 대신할 조명과 자연 환기를 대신할 공조 장치를 온종일 돌려야 하므로 전기가 많이 든다. 이 에너지 비용과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이 스마트팜의 가장 큰 벽이다.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대지 못하면 '친환경'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수 있다. 실제로 전기요금과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해, 한때 각광받던 해외의 대형 수직농장들이 2023년을 전후로 파산하거나 대규모 감원을 겪었다. 기술의 가능성과 사업의 수익성은 별개라는 사실을 이 시행착오가 보여 준다.
기를 수 있는 작물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지금 경제성이 맞는 것은 대체로 상추와 허브, 새싹채소 같은 잎채소다. 자라는 기간이 짧고 수확이 잦아, 들인 전기값을 회수하기가 상대적으로 낫기 때문이다. 반면 쌀과 밀 같은 곡물이나 과일, 뿌리채소는 아직 이 방식으로 기르기에는 값이 너무 비싸다. 스마트팜이 넓은 들녘의 농사를 통째로 대신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도 이 흐름에 올라타 있다. 정부는 김제와 상주, 고흥, 밀양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며 기술 확산과 청년 창업을 뒷받침해 왔고 여러 기업과 스타트업이 도시형 실내농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리하자면 스마트팜은 기후와 물 위기의 시대에 특정 채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유력한 도구다. 그러나 모든 작물의 해법도 노지 농업을 대신할 대체재도 아니다. 에너지원을 청정하게 바꾸고 채산성을 확보하는 일이 관건이며 들녘의 농사를 대신하기보다 보완하는 자리에 설 때 제 몫을 한다. 빌딩에서 기른 상추 한 포기가 미래 밥상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다만 땅과 날씨가 흔들릴 때 도시가 스스로 일부 먹거리를 길러 낼 수 있다는 것, 그 회복력이야말로 스마트팜이 지닌 진짜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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