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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동학' 시리즈를 마무리하며-'세계 시민의 성지' 부안을 완성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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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동학' 시리즈를 마무리하며-'세계 시민의 성지' 부안을 완성할 때

[기획] 부안동학, 130년의 침묵을 깨고 혁명의 중심으로 서다 ⑥

지난달 29일 전북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 부안동학농민혁명 학술대회'는 기나긴 역사적 침묵을 깨는 장엄한 서곡이었다. <프레시안>은 앞선 5차례의 기획 보도를 통해 우리는 고부나 정읍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부안동학'이 지닌 압도적인 역사적 위상을 확인했다.

오합지졸의 농민들이 4대 명의와 12개조 기율을 선포하며 진정한 혁명군으로 거듭난 백산대회, 유혈 사태를 막고 관민이 공존하는 상생을 이끌어낸 대접주 김낙철 형제의 결단, 평야와 성곽과 포구를 넘나든 치밀한 공간 정치, 그리고 혹독한 탄압을 견디며 항일 의병으로 진화해 간 이름 없는 민초들의 투혼까지.

부안동학은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 민중 운동사의 완벽한 축소판이자 가장 빛나는 정점이었다.

그러나 발굴된 진실이 저절로 찬란한 금자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계의 치열한 고증으로 부안동학의 거대한 뼈대가 세워진 지금, 이를 온전한 역사적 실체로 피어오르게 하고 진정한 '세계 시민의 성지'로 각인시키는 일은 이제 부안군과 향토역사학계, 그리고 부안 주민 모두의 묵직한 과제로 남겨졌다.

앞으로 부안동학이 국가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인 역사 자산으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지·산·학·민(지자체, 산업계, 학계, 민간)의 입체적인 연대와 실천이 시급하다.

▲전북 부안예술회관에서 열린 2026년 부안동학농민혁명 학술대회에서 참석한 지역주민과 발표자 등이 부안동학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이를 위해 부안의 향토역사학계는 파편화된 기록들을 모아 부안동학만의 확고하고 독자적인 학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동안 부안동학은 거대한 동학농민혁명사 안에서 주변부의 파편처럼 다뤄진 경향이 짙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성주현 경희대 평생교육원 강사가 날카롭게 지적했듯, 1894년 당시의 행정구역(백산은 당시 고부군 소속)과 현재의 지형을 정확히 중첩하여 농민군의 이동 경로를 시각화하는 '역사 GIS 복원 작업'이 최우선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양반 유생의 기록인 『홍재일기』와 관변 사료, 그리고 구전되는 후손들의 증언을 촘촘하게 교차 검증하여 족보에서조차 지워져야 했던 김기병, 김병철, 송성구 같은 무명 용사들의 발자취를 온전히 복원해 내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에 향토 사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부안군에게도 필요한 과제가 있다. 역사적 사실을 담아낼 물리적이고 제도적인 그릇을 단단하게 빚어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학술대회에서 김대훈 교사가 뼈아프게 짚었듯, 부안에는 확인된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가 25곳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문화유산 지정을 받은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자체는 선도적인 의지를 가지고 잊힌 유적지들을 적극적으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

나아가 단 한 곳의 유적지 안내판도 없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스마트폰 QR코드를 연동한 통합 둘레길을 성공적으로 조성해 낸 논산의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해 부안의 모든 거점 유적지에 첨단 디지털 아카이브와 연동되는 안내판과 표지석을 세밀하게 설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동학농민군이 최초로 조직적인 진용을 갖췄던 백산 일대에 아시아 민중 연대의 상징이 될 '백산 성지 및 세계 시민

▲전북 부안군이 백산성지 및 세계시민혁명의 전당 건축설계공모에서 당선작으로 선정된 작품. ⓒ부안군

혁명의 전당'을 건립하는 원대한 프로젝트에 군의 모든 행정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마땅하다.

부안의 주민과 시민사회는 박제된 역사를 생동하는 현재의 문화로 호흡하게 만드는 주역이 되어야 한다.

역사는 박물관 진열장 속에 갇혀 있을 때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문화로 소비될 때 비로소 영원한 생명력을 얻는다. 김낙철의 상생 정신과 줄포 도소의 치열했던 자치 경험을 하나로 엮어 걷는 '부안 동학농민혁명 순례길'을 개발하고 이를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역사 관광 코스로 키워내는 것은 결국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역 예술인과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창작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웹툰과 노래 등 다양한 로컬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쏟아내며 슬픈 역사를 자랑스러운 지역의 자부심으로 치환해 내야 한다.

130년 전,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부안동학의 지도부 김낙철 형제가 보여준 가장 위대한 가치는 파괴가 아닌 공존, 즉 '상생(相生)'이었다.

부안동학이 역사의 정당한 평가를 받고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도약하기 위한 열쇠 역시 이 상생의 정신에 있다. 부안군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 향토역사학계의 치밀한 학술적 고증, 그리고 이를 문화로 즐기고 전승하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하나의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조화롭게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부안동학은 미완의 과제를 끝내고 진정한 완성에 도달할 것이다.

백산에서 불타올랐던 보국안민과 만민평등의 외침은 결코 낡은 과거의 메아리가 아니라 지금도 꺼지지 않는 민초들의 염원이다.

그것은 지금도 시대의 불평등과 소멸의 위기를 넘어 새로운 연대를 갈망하는 21세기 세계 시민 정신의 가장 뜨거운 뿌리다.

이제 부안이 그 거룩한 뿌리를 당당히 품고 세계 시민의 성지로 웅비할 시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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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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