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7일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암살자(들)>(이하 '영화') 관련 여야의 설전이 길게 이어졌다.
감사 개시 직후부터 추가 증인채택 문제가 쟁점이 됐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 조은희 의원은 첫 의사진행발언에서 "내 편이면 성역화하고 역사 바로세우기라 지켜세우는데, 5.18도 세월호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도 함부로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왜 육영수 여사의 죽음은 달라야 하느냐"고 운을 뗐다.
조 의원은 이어 "국민의힘은 창작의 자유와 상상력의 영역을 존중하지만 역사 왜곡으로 인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죽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피해자 유족이 겪을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남매의 '고통과 상처'를 언급하고는 "(영화 제작사) 김원국 하이브미디어코프 대표와 허진호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을 증인·참고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무슨 국감장이 사상 검열하는 자리도 아니고 문화예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자리도 아니다"라며 "영화를 보니까 (야당 주장은) 정말 터무니없는 지적"이라고 했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도 "왜들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이것은 국회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며 "창작자를 국회로 불러내서 추궁하고 묻고 따지는 게 가능한가"라고 따졌다. 노 의원은 "일반인들이 의견을 내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국회가 어느 정도 정리되게 할 책무가 있는 것인데, 국민의힘에서 입장이 나올 때마다 폭발적으로 반응이 일어난다. 적어도 문화·창작 관련 부분은 저희가 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결국 민주당 소속 이재정 문체위원장이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영화의 내용을 가지고 국감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영화의 내용을 점검하기 위해서 창작자를 국회에 불러오는 일은 두 간사가 합의를 하더라도 위원장이 허락할 수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증인채택 문제는 일단락이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번 <건국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영진위의 행정행위가 계재가 된 상황으로 이 사안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부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후 질의시간에도 영화 내용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최휘영 장관은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고 여러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에 문화정책을 이끌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저의 개인적인 감상평은 말씀드리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입장 표명을 거부했고, 관련 증인·참고인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여야는 형식상 최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사실상 정치적 주장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은 "광복절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영부인이 조총련의 사주를 받은 문세광에 의해서 피살됐고 유가족이 지금도 살아 있다. 이런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권력 내부의 기획 가능성과 연결한 내용에 대해서 우리 국민 정서상 영화적 상상력만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느냐"고 최 장관에게 물었다.
최 장관은 "그것은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국민과 관객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그리고 영화로 인해서 만약에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느끼시는 분이 있거나 한다면 그것은 사법적 절차가 마련이 돼있다"고 응수했다.
윤 의원은 그러자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는 것이 창작의 무제한적 자유 영역이라고 보시느냐, 아니면 역사 왜곡 금지에 한계가 있다고 보시느냐"고 물었고, 최 장관이 이에 "상상력, 창작에는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라고 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된 영화가 나와도 그렇게 평가하실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윤 의원은 최 장관이 배우 유해진 씨의 신변 위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린 데 대해서도 "장관은 이미 영화에 대해서 개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개입을 하지 말든지, 아니면 개입을 했으면 역사적 왜곡에 대해서도 한 번쯤 언급이 있어야 장관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 장관은 "창작의 결과물에 대해서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 문체부장관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서겠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도 "저도 이 영화를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하고 같이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제가 물어보니 '뭐가 진짜 역사고 뭐가 만들어진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며 "당시 정보기관이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에 관여를 했고 박정희 대통령 등이 배후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는 것이 영화를 보고 나서의 반응이었다. 제작진이 영화를 만든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런 식이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서거한 사건을 두고 '이게 자살이 아니고 권양숙 여사나 가족, 측근이 개입한 타살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면 그것도 영화적 상상력이니까 수용할 수 있나?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서 관련자 몇 사람이 죽은 것을 가지고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측근이 죽음에 관여했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사실처럼 믿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도 창작의 자유냐"고 따졌다.
최 장관은 이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사전 검열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우리나라에서 정부는 창작물 내용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그게 일관되게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이라며 "적어도 문화예술 분야에서만큼은 다양성·상상력·창의성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게 문체부 장관으로서의 소명"이라고 답변했다.
최 장관은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장관께서 유해진 배우에 대해서 도를 넘는 신변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말씀하셨는데, 유해진 배우가 신변보호 요청을 경찰에 직접 했느냐, 아니면 유해진 배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가 불법시위냐"고 따지자 목소리를 키우며 "영화에 대한 평가가 문화예술인 개인의 신변 위협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아무리 합법적인 집회일지라도 배우 집 앞에 가서 시위를 한다는 것은 그 당사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공포를 주겠느냐. 그것은 상식적으로 다 상상할 수 있지 않느냐"라며 "비슷한 상황에서는 왜 아무 얘기 안 했냐고 하면서 이번에도 놔둬야 되지 않느냐는 말씀은 전혀 납득이 안 간다"고 맞받았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최 장관에게 "장관께서 '창작자에 대한 신변 위협은 민주주의 파괴'라는 입장을 밝히셨지 않나. 예술인 권리보장법에 따라 예술인보호관이 당장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최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영화에 대한 다섯 가지 거짓말"이라며 "첫째, 육영수 저격의 배후는 박정희라고 역사를 왜곡했다, 둘째, 북한 영화 <민족과 운명>을 베꼈다, 셋째, 중국 자본이 투자됐다. 넷째, 네이버 매크로 조작도 대통령 지령이다. 다섯째 김정일이 사과했다"고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을 옮기며 "영화 좀 보고 얘기하자. 그런 내용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임오경 의원은 "제가 만약 유가족이었더라면 이 미심쩍고 이 찝찝한 기분에 오히려 진상규명을 더 강하게 외쳤을 것 같다"며 "이 찝찝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영화는 2탄이 나와 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준호 의원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과 야외 무대 인사도 모두 취소가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주연배우 집 앞에서 집회까지 열린 이 상황이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은 상영 중단까지 요구했고, 감독을 국정감사장에 세우려 했고,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장에서 빼라는 서한까지 보냈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정 의원은 "모태펀드와 국책은행 투자금을 환수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모태펀드 투자를 개별 작품의 정치적 성향으로 결정한다는 말 들어봤나. 모태펀드는 현재 민간운용사의 독립적 투자심의를 거치고 있고 이재명 정부는 펀드 운용, 투자처 결정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있다"고 보수진영 주장에 대한 반론을 폈다.
정 의원은 증인신문을 통해서는 정종민 CGV 대표에게 "어제부터 경북 구미 CGV에 영화가 내려갔다. 구미지역 다른 영화관 두 곳에서는 상영을 하고 있다"며 "CGV 구미는 본사 위탁지점인데 위탁주가 그렇게 결정을 한 거라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따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암살자들은 현재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이다. 내릴 이유가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고는 "정치적 검열에 굴복해서 위탁주가 마음대로 영화를 내린 것 같은데, 이것은 많이 돌아봐야 할 포인트 같다. 2024년에도 구미에서는 이승환 공연이라는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법원에서는 구미시가 이승환 소속사와 공연 예매자들에게 1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사실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정 위원장은 본인 질의 순서에서 "영화에 대해 작품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치욕스럽다"며 "왜 우리가 지금 상영되고 있는 영화에 대해서 검열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이 거들어야 되는지 제 스스로가 왜 이런 행위를 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회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도 "적어도 일반인들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같이 동참해서 소모적인 논쟁을 계속 진행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며 "심지어 국제 싱가포르 영화제에서 절차에 따라 전문가들이 개막작으로 선정했는데 국회의원들이 '철회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정치의 굴욕사(史)이다.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신문에서는 노래방 반주 재생시 편곡자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현 제도상 문제에 대한 증인으로 가수 조정치 씨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스트리밍 서비스 '티빙'의 최주희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해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 사업 위탁업체가 국고 보조금을 횡령한 의혹에 대해 협회 관계자를 질타했다.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은 스트리밍 업체 '쿠팡플레이'가 축구협회에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간 동안 타 기관의 해외 축구팀 초청 경기가 열리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자, 협회가 이를 받아들여 타 업체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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