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와 불안, 억눌린 분노.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이 격한 감정들은 흔히 통제하기 힘든 '거친 드래곤'에 비유되곤 한다.
이 요동치는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 스스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실험적인 집단상담이 학교 현장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운영 중인 '내 안의 드래곤 길들이기' 프로그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프로그램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의 자해나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 기획된 전문 집단상담 과정이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센터 측은 지난 1학기 관내 7개 학교 75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학생들은 '드래곤 멈추기', '내 마음의 안전지대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격앙된 감정을 다독이는 실질적인 방법을 체득했다. 참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됐다", "머릿속으로 나만의 안전지대를 떠올리며 진정하는 법을 배웠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
이 프로그램이 유독 현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집단상담'이라는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1대1 개인 상담의 문턱을 낮추고, 교실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또래들과 감정적 유대감을 나누는 방식이다. '드래곤 탈출 미션'이나 '내 드래곤 다루기 카드'와 같은 도구를 매개로 서로의 감정을 꺼내놓다 보면, 청소년들은 '나만 이런 불안을 겪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정서 조절 집단상담은 전국 다른 지역의 학교 및 위기 청소년 현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모델이다. 타 지역의 위기청소년 정서조절 사례 연구 등에 따르면, 인지행동 치료나 명상을 결합한 정서조절 집단상담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고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뚜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과거 타 지역의 중학교 등에서 실시된 집단상담 사례를 보더라도, 청소년들이 그룹 내에서 억눌린 감정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공유하고 또래들의 지지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달았을 때 능동적이고 문제 중심적인 대처 능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완주군의 프로그램 역시 위기 상황에서의 구체적인 대처 행동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훈련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타 지역의 성공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1학기의 성과와 긍정적 흐름을 바탕으로, 완주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학기에도 관내 학교들과 연계해 집단상담을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박현정 센터장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경험, 그리고 구체적인 대처 행동을 익히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서 발달과 위기 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음의 위기를 겪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스스로 '내 안의 드래곤'과 친구가 되도록 돕는 완주군의 집단상담 실험이 지역 사회의 든든한 심리 방역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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