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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더럽게’의 의미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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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더럽게’의 의미 확장

언어는 늘 변한다고 하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의미 확장이 심한 경우도 있다. 며칠 전에 숙소 앞에 있는 산에 산책하는 중에 남자 두 명이 뒤에 오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명한 날씨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날인데, 뒤에 있던 한 남성이 “야, 날씨 참 드럽게 맑네. 하늘이 유리알 같아.”라고 하니, 옆에 있던 사람이 맞장구를 친다. “그러게, 말야. 엊그제만 해도 드럽게 더웠는데, 벌써 가을 바람이 부네. 누가 뭐라 해도 계절은 어쩔 수가 없나벼.”라고 한다. 앞에서 조용히 듣고만 가기에는 그들의 대화가 귀에 자꾸 어정거리며 돌아다닌다. “참나, 날씨가 맑은데, 왜 하필이면 ‘더럽게’ 맑을까?” 하는 생각에 한참을 고민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더럽다(사람들은 주로 [드럽다]고 발음한다)’는 표현을 참으로 많이 한다. 한때 젊은이들은 ‘매우’나 ‘아주’라는 부사 대신에 ‘절라(졸라, 욜라)’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나이 먹은 사람들은 ‘[드럽게](더럽게)’를 쓰는 것을 느꼈다.

우선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예문을 보기로 하자.

① 더럽게 더럽다.

② 태호는 참 성격이 더럽다.

③ 더럽게 덥다.

④ 코로나 제대로 걸렸네, 진짜 개더럽다.

⑤ 내가 이 집에 태어난 게 더럽다.

⑥ 더럽게 이쁘다.

⑦ 더럽게 못생겼네.

등과 같이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①의 ‘더럽게’는 ‘몹시’라는 부사를 대신하고 있는데, 뒤에 있는 ‘더럽다’를 꾸며 주는 말로 사용되었다. 같은 글자이지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의 경우는 ‘나쁘다’, 혹은 ‘악하다’라는 말 대신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래 태어날 때부터 성격이 나쁜 것인지는 모르지만, 화자가 보기에 성질을 자주 부리는 것으로 느끼는 모양이다.

③은 ‘매우’나 ‘몹시’라는 부사 대신에 사용하고 있다. 날씨가 엄청나게 더울 때도 사람들은 ‘더럽다’는 표현을 한다.

④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이다. 여기서는 접두사(?) ‘개’가 ‘아주’라는 말로 쓰였고, ‘더럽다’는 기분이 ‘나쁘다’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젊은이들은 ‘개’를 좋은 의미(개꿀 빨아. 개좋아 등)로 쓰고 있는데, 여기서는 ‘아주’나 ‘매우’ 대신 사용하고 있어. 단어의 확장이 기성세대와 소통 부재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말이다.

⑤는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난 사람이 한 말이다. 아마도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다’, 혹은 ‘부끄럽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한다. ‘부끄럽다’는 말을 ‘더럽다’로 표현한 것은 드문 일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쓰고 있음은 확실하다.

⑥의 경우는 참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지만 그래도 요즘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쁜 것’과 ‘더러운 것’은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정말 예쁘다’, ‘엄청나게 예쁘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⑦과 같은 예는 수도 없이 많이 볼 수 있다. “삼순이는 더럽게 못 생겼다.”, “태호는 더럽게 착하다.”, “삼식이는 더럽게 잘 나가는 놈이야.” 등과 같이 ‘매우’라는 부사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더럽다’를 이제는 아예 대놓고 ‘[드럽다]’라고 발음하고 있다.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하던 말이었을 텐데, 이제는 새로운 형식의 부사가 하나 만들어진 느낌이다. 한때 많이 사용했던 ‘절라(사실 이 말은 욕에서 비롯된 말이기에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다)’라는 말은 이제는 거의 사라져가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더럽게’는 왜 의미 확장이 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이고, 우리말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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