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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향한 극우세력의 공격,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후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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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향한 극우세력의 공격,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 후퇴시킨다

[인권의 바람]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공격에 분명한 입장 내야

초등학교 시절 옥상에 앉아 읽던 소설은 대부분 추리소설이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나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시리즈였다. 사건을 풀어가는 추론 방식과 정보수집 능력, 과감하고 괴짜 같은 주인공의 행보는 어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가 범인일까?', '왜 이런 사건이 벌어진 거지?'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지금도 추리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역사나 과거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몰입도를 높이는 추리 형식을 사용한다. 물론 추리물이 아니므로 범인을 단정하지 않고 끝나는 영화도 많다. 영화가 던진 질문은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암살자(들)>도 그렇다. 197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 겪는 부조리, 그리고 그 부조리에 저항하거나 굴복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리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 속에서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4일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3일까지 누적 관객수 204만 명을 넘겼다. 이로써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 9번째로 200만명을 넘긴 작품이 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영화관에 걸린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자유로운 감상을 막는 우익 정치의 프레임

국민의힘 정치인들 때문에 <암살자(들)>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1974년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의 배우자 육영수 여사 살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다. 시대물인 만큼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도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에 대한 기사나 감상평은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암살자(들)>에 대한 논란은 좀 다르다. 단순히 영화의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평을 넘어섰다. 국민의힘 같은 특정 정치세력들이 제기하는 방향과 방식은 매우 문제적이었다. 역사 왜곡이니 유족 명예훼손이라며 비판했다. 영화를 앞장서 비판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배우 유해진 씨에 대해 “북한상”이라며 인격 모독을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허진호 영화감독을 국정감사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스에서도 문화면이 아니라 정치면에 소개될 정도로 수없이 언급됐다. 심지어 주진우 의원은 영화를 보지 않고 “패륜 영화를 보는 게 정상이냐”는 막말로 비판했다. 그렇게 영화를 본 사람들이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를 구분하고 찾아보면 평가할 여유조차 빼앗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역사 왜곡 프레임으로 막은 탓에 자유로운 감상과 평은 쉽지 않았다. 이상한 진영 논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필자가 영화를 보게 된 이유도 이들이 제기한 논란 때문이었다. 진짜 심각한 역사 왜곡이나 음모론을 부추기는지 궁금해서였다.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세력 간에 음모론이 넘쳐나는 시대인 것은 사실이므로. 음모론은 보이는 사실까지 부정하는 마력이 있고 쉽게 퍼진다. “자료를 얻기 전에 추론을 세우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야. 추론에 맞도록 무의식 중에 사실을 왜곡하게 돼”(보헤미아 스캔들)라는 소설 셜록 홈즈에 나오는 대사처럼 말이다. 국민의힘 정치인이나 일부 극우세력들이 영화를 보지 않고도 단정하고 퍼뜨리는 영화에 대한 평이 그렇다.

그런데 영화는 누가 죽였는가가 초점이 아니다. 주로 독재정권시절을 살아가는 기자들의 현실을 다뤘다. 중앙정보부가 어떻게 기사에 칼질을 했는지, 기자들은 어떻게 저항했는지, 애국이라는 말이 어떻게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담론이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물론 영화적 허구의 시기나 연결고리가 맞지 않아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언론실천선언>부분이 대표적이다. 진실 보도를 위해 정권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기자들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자유언론실천선언>의 계기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이 아니라 유신정권에 맞선 종교인들과 학생, 시민들의 시위와 그에 따른 탄압이 이어지던 때 이를 보도하려는 동아일보 기자들에 대한 탄압이다. 그 외에도 저격범 재일동포 문세광을 둘러싼 것이나 총알의 개수 등은 허구다.

그러나 영화의 시대적 배경 묘사는 진실이다. 군사독재정권이 중대한 사건조차 제대로 조사하고 투명하게 발표하지 않았던 시대가 낳은 의문이 영화의 토대이고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이다. 초법적 권력을 휘두르는 중앙정보부(중정)를 다룬 영화는 <남산의 부장들> 외에도 많다. 중정은 신문보도 검열만이 아니라 영화 검열도 했다.

▲14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 앞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와 중앙당 대학생위원회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우익정치인을 등에 업은 극우단체들의 사후검열, 그리고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

문세광의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암살자(들)>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MBC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나 2020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룬 바 있다. 심지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도 여러 번 다루다가 중단되기도 했다.

사건 당시 경호가 소홀했을 뿐 아니라 조사에 대한 불신, 다시 말해 사건에 대한 진실 은폐 의혹은 독재정권에 대한 불신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상식적이지 않은 국정운영, 기관들의 권한남용이 불러온 비참이다. 당시 피격사건의 감식을 맡았던 이건우 전 서울시경 감식계장은 1989년 탄흔 및 각도 분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은 영화 말미에도 나오듯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이번에는 보수단체들의 공격은 심한 것일까.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 극단적인 우익세력들이 성장했다는 뜻이다. 과격성도 더 심해졌다. 극우라 불리는 보수단체의 이러한 행보는 2024년 말의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더 집단적 공격성은 커졌다. 서부지법 폭력사태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제도권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고 더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유해진 배우의 집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협박으로 배우가 자신이 상 받는 영화제에도 불참하게 만드는 것은 도를 넘은 행위다. 이것은 비판의 자유를 넘어선다. 이 영화를 계기로 극우세력을 동원하고자 하는 상업적 욕망(극우 유투버의 돈벌이), 정치적 목표(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지지세 모으기)에 닿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영화도 보지 않고 압박의 수위를 높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학생인권이나 교사의 노동권을 다루기보다 <암살자(들)> 공격에 집중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것은 예술인들을 국가권력인 입법자인 국회가 압박한다는 점에서 '사후검열'이다. 이는 표현의 자유 위축 효과를 낳는다. 영화감독이나 배우들이 영화를 제작하고 영화에 출연하는 일을 꺼리게 만든다. 영화배우나 감독에 대한 고소나 광고주에 대한 압박 등은 이후 영화인들을 지원하고 함께 창작활동을 하는 것도 꺼리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 시절 난무했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예술인의 활동 범위를 좁힐 수 있다.

한마디로 예술인들에 대한 통제와 길들이기다. 이는 다양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영화 제작과 이를 보는 관객들인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도 함께 제한되는 일이다.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암살자(들)>의 내용에 허구의 정도나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으나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압박과 사후 검열은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들을 등에 업은 극우단체들의 사후 검열이 낳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우리는 명확한 입장을 내야 한다. 그래야 영화의 다양성, 표현(창작)의 자유를 바탕으로 한 문화다양성 등을 만드는 힘을 보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나 국가기관의 제재가 답은 아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권력의 제한은 다른 편향을 낳기 때문이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행위에 대해 비판해야 한다. 그러니 우리 더 크게 말하자. 당신들의 행위는 사후검열이며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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