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마음의 거울이다. 이 명제는 필자가 오래 전부터 신문지상에 올리고 강연 때마다 부르짖어왔던 말이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하며, 문자를 이용하여 문화를 전수한다. 인간은 동물이 아니다. 영과 혼이 있고 문화가 있다. 이것을 체계적으로 계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다. 언어의 기능 중에 문화 전수의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유행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오래 유지하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자칫 언어의 파괴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나치게 축약하고, 혹은 외국어와 혼합하여 만들어냄으로써 우리말의 국적을 상실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들이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명한 가수의 노래 중에는 맞춤법에 맞지 않는 가사가 상당히 만다. 예를 들면, 지금은 복수표준어가 되었지만, 윤형주의 노래 중에 “조개 껍질 묶어 / 그녀의 목에 걸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금방 가사에 문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물질의 막”을 이르는 말이다. 사과 껍질이나 호랑이 껍질과 같은 경우에 쓸 수 있다. 조개는 껍질이 아니라 껍데기라고 해야 한다. 껍데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달걀이나 조개 같은 것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라고 되어 있다. 즉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막’이고 껍데기는 ‘단단한 물질’을 이른다. 이렇게 대중가요를 통해 언어가 흐려지더니 급기야 돼지 껍데기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호랑이나 돼지는 껍질이라고 해야 하는데 요즘 고깃집에서 모두 돼지 껍데기라고 하는 것을 쉽게 본다.
언어는 화자(말하는 사람)의 심정을 드러낸다. 과거에 영국의 여왕이 방한(訪韓) 적이 있다. 그녀를 통역한 후배의 일화 중에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고상한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는 얘기가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영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어에 상당히 너그럽다. 언어 생활을 하면서 유식을 자랑하고 싶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영어나 불어 등을 자주 활용하는 것을 본다. 짧은 영어라 할지라도 여왕의 한마디 어휘가 통역관을 감동시키고, 배려하는 행동 하나가 주변인들을 감복하게 한다. 이것이 언어의 힘이다. 억지로 스스로 높아지려고 외국어를 섞어 쓰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우리말의 아름다운 점을 살려가면서 말하는 것이 좋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도 강의 시간에는 육담을 잘한다. 아이들이 졸거나 재미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면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재미있는 얘기도 하고, 고전 문학에 나타난 얘기를 해 주면서 분위기를 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육담과 막말은 차이가 있다. 강의를 위한 육담과 정치판에서의 막말은 차원이 다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설명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과거나 지금이나 문제 가정에서 문제아(요선도 대상)가 나온다. 가정에서 언어 훈련을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들은 막말을 하면서 자녀에게 바른말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윗물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백성들이 보고 있는데 거친 표현이 난무하고 있있다. 아이들에게 뉴스를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도 많다. 정책을 내는 의원보다는 막말로 선동하는 사람들이 더 인기가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가 생각하면 안타까울 뿐이다. 프랑스에서는 시집 보낼 때 언어는 확실하게 가르쳤다고 자부하면서 보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경향이 있다. 그 힘이라는 것에 언어도 포함된다. 논리적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논쟁보다는 큰소리로 억압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과거에 교통사고가 나면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도 있었다. 요즘은 보험회사가 알아서 해 주니 큰 소리 낼 일이 없어졌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순리대로 해야 한다. 윽박지르고 상대를 비난하고 남을 비하하는 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른으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다운 언어 행태를 보여주어야 한다. 말이 많은 것보다는 유효한 단어 몇 마디만 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이 먹을수록 말 수를 줄여야 한다.
훈민정음을 1446년 9월 상달에 반포하였으니 이제 580돌이 되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일이 있는 글자임을 유네스코에서 인정했다. 해마다 한글날이나 되어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얘기하고 지나간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언어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고상한 말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언어는 말하는 이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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