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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로봇 도입, 민주적으로 합시다"

[안진이의 일자리 심층대담] 민태호·이승호·한선범 – 노동현장의 기술 도입을 둘러싼 이야기들

이승호(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안전국장, 이하 '이') - CCTV 도입은 2013년 무렵부터 수면 위로 올라왔어요. 차량용 블랙박스처럼 외부를 촬영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기관사의 조작과 행동을 촬영하겠다는 건데요. 노동 감시였고 개인정보 문제도 있어서, 처음 제시되었을 때부터 현장 노동자들은 반대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쯤 철도안전법에 CCTV 설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들어왔는데, 촬영 가능한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어요. 몇 년 후에 감사원 지적이 있어서 다시 CCTV 설치가 추진되었습니다. 작년에 우리가 기관사 감시 목적의 CCTV 설치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해서 5만 명을 달성했고요. 최근에는 국회 토론회 개최 등의 과정을 거쳐,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촬영에 동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국토부나 감사원이 원했던 CCTV 도입은 사람의 행동 전반을 촬영하겠다는 거예요. 국토부에서는 미국 철도가 기관사 CCTV를 2027년까지 설치한다는 내용으로 법제화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문제는 그게 과연 안전에 효과가 있느냐는 거죠. 이미 발생한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CCTV를 분석할 때는 결국 저 사람이 뭘 잘못했는지만 찾게 되거든요. 사고 조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겁니다.

또 CCTV를 설치하면 그것 때문에라도 사람들이 주의를 더 기울일 거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거야말로 공포를 조장하는 거죠. 그걸로 사고가 예방된다는 근거는 없어요. 2023년에도 CCTV가 사고 예방 또는 주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논문이 나왔어요. 감시와 사고 예방은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오히려 종사자에게 사고 책임을 묻는 쪽으로만 효력을 발휘하겠죠.

참고로 간선철도의 경우 기관사들이 2~3시간 운행을 합니다. 운전실에는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 운전하러 가면서 통을 하나 들고 가요. 그 통을 간이 변기로 쓰는데, 만약 CCTV가 운전실 전면 안쪽을 바라보면 용변도 CCTV 앞에서 보라는 건가요? 철도공사에서도 이걸 다 알고 있는데,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CCTV 도입을) 이야기하면 곤란하죠.

이 - 노동조합에서 몇 년 전에 제안했던 철도안전법 개정 요구안에 피로 관리 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피로한 상태를 잡아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피로하지 않게 하자는 취지였죠. 피로는 숙소 문제라든가 직원들 건강관리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가 얽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국회에서 통과되진 못했어요.

또 간선철도, 무궁화나 새마을 같은 노선은 통상적인 운행 시간이 3~4시간이거든요. 중간에 한 번씩 교대하긴 하는데, 그래도 길어요. 사람이 3시간 가까이 주의력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예전에는 승무 기관사 2명이 탑승했어요. 2명이 있으면 필요할 때 옆에서 보조도 해주고 업무를 일부 나눌 수도 있죠. 그런데 인력을 줄인다면서 전기 기관차를 1인 승무로 바꿨습니다. 비용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정원을 다 줄여놓고, 이제 와서 그걸 또 감시하겠다고 하니까 어이가 없죠. 처음부터 인력 감축을 안 했으면 이게 문제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1인 승무 자체가 안전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왼쪽은 지난 9월 AI안전산업박람회의 한국철도공사 부스에 전시된 제품. 오른쪽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차선 보수 장비. ⓒ전국철도노동조합

이 -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도움이 될 수도 있죠.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접목되는 걸 보면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철도 업무 자체가 자동화가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봅니다. 매표나 안내로 끝이 아니고 열차 운행 조정이나 운전, 차량 점검 및 수리, 선로, 건축, 전력, 신호 등 아주 다양한 직종이 있거든요. 중국처럼 철도 자체를 완전히 새로 건설하는 경우라면 자동화가 가능하겠지만, 한국의 경우 오래된 노반 위에 있는 레일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어요. 옛날 것을 계속 땜질하고, 호환성 따져가며 일부를 바꾸고, 이렇게 쌓아 올려진 구조라서 자동화가 쉽지 않습니다. 또 한국은 구간당 운행되는 열차의 대수가 많습니다. 그래서 점검 주기도 짧고, 그 점검은 인력에 의존하고 있죠.

그래서 기술들이 계속 나오는데 실제로 접목되고 있는 건 별로 없어요. 예를 들면 열차 입환, 즉 열차를 붙였다 뗐다 하는 업무가 있거든요. 사고 방지를 위해 무선 제어 입환을 하겠다고 5년쯤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기관차에다가 무선으로 조종할 수 있는 장비를 달아놓고 아예 열차 밖에 서서 조이스틱으로 열차를 붙였다 뗐다 하겠다는 거죠. 지금 시범사업 중인데 정착은 잘 안 됩니다. 사람이 직접 보는 것과 비교하면 정밀도가 아예 다르거든요. 그리고 무선 제어로 바꾸려면 관련 법이나 규정도 바뀌어야 하는데, 오랜 기간 형성된 이해관계자들의 책임 관계가 그렇게 금방 바뀌지 않거든요. 직원들 입장에서는 이거 하다가 문제 생기면 책임은 누가 지나 걱정되는 거죠. 그래서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 도입은 인력 감축과 함께 추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침목 교체를 자동화하는 장비를 도입하면서 실제로 인원도 많이 줄였거든요. 단순히 ‘이 사람들의 업무 중에 침목 교체가 몇 퍼센트니까 인원을 몇 퍼센트 줄일 수 있다’는 식으로 계산을 해서 8명을 7명으로 줄이는 거죠. 그런데 업무량의 8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실제 노동자들이 그 일을 하고 돌아오는 시간도 8분의 1이 줄어들지는 않아요. 안전교육 시간, 자재 챙기는 시간, 이동 시간 등을 다 따지고 보면 실제로 줄어드는 시간은 16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줄어들어 있으니, 이제 7명이서 낑낑대며 그 일을 해내야 하는 거죠. 이렇게 숫자놀음처럼 인력 산정이 되다 보니, 새로운 장비가 도입될 때 과연 안전에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한선범(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 이하 '한') - 예전 같으면, 간선차에서 물건을 그냥 레일에 실으면 일렬로 이동해서 옵니다. 그걸 사람이 일일이 보면서 분류했는데, 굉장히 비효율적이었죠. 그래서 휠소터는 꼭 과로를 막겠다는 취지만이 아니고 효율을 좀 높여보자는 의도로 도입된 것이기도 합니다.

휠소터는 날개 달린 레일을 이용해서 (택배기사) 4~5명분씩 상품을 분류해주는 장비입니다. 휠소터가 2020년 이전에 도입된 경우 반응이 좋았죠. 당시 택배기사들이 다 분류작업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휠소터 도입으로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시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어요. 다만 이 기계가 완전하지 않으니까 오분류가 많이 나왔어요. 끝에 가면 물건이 막 쌓여서 그걸 다시 분류하는 과정을 '역분류'라고 하는데, 레일을 반대 방향으로 회전시켜서 역분류를 하느라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죠.

이 휠소터가 택배 현장에서 가장 큰 자동화였던 것 같네요. 또 2020년에 택배노동자 집단 과로사 사태가 나면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고,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어떤 작업을 빼야 되잖아요. 노동조합에서는 계속 분류작업을 빼라고 요구했고, 그 방향으로 정리가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분류작업을 하는 대신 분류비를 받는 분들도 있습니다. 완전한 해결은 아니지만 아주 기본적인 자동화의 효과는 있었다고 봅니다.

한 – 심박수 같은 바이탈 지표를 체크해서 앱으로 관리하고, 노동자 본인이 일하다가 빨간 불 켜지면 쉰다거나 하자는 제안입니다. 주로 스타트업들이 사측과 노동조합에 제안을 하고 있어요. 일단 우리 입장에서는 신체 건강 정보를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라 환영할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고혈압이 있으니 택배 일하기 힘들겠다'는 식으로, 계약 해지 사유로 이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바이탈 체크를 통해 순간적인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런 기술을 도입하면 오히려 제도적 접근은 더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지금도 택배사에서 분류작업까지 하는 기사님들 중에는 주 60시간 초과 노동을 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쿠팡 같은 경우 택배기사의 노동강도가 너무 세고, 60시간 이상인 경우도 많고, 연속적인 고정 야간노동을 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러니까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물량을 제한하고, 몸에 무리가 가는 작업들을 빼는 조치가 필요한데, 그런 조치가 없이 노동자 심박수를 보면서 '상태가 안 좋으니 그냥 쉬게 해준다'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 - 모든 게 전산화되어 있어요. 가령 물건 하나를 내가 인수해서 집하 스캔을 하면 내가 책임지는 게 됩니다. 다음에 고객 집으로 가서 그 물건을 놓고 다시 스캔하면 배송 완료가 되고요. 그러니까 회사는 내가 그 물건을 집하하는 시간과 스캔하는 시간을 모두 알 수 있지요. 누가 하루에 몇 개를 배송했고, 언제 배송했고, 몇 시간 근무했는지를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스템을 기반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쿠팡을 제외한 나머지 택배사들은 주로 당일배송을 하니까 사회적 합의 이후로는 밤 9시까지 시스템이 돌아갑니다. 9시부터는 앱이 그냥 중지되니까 원칙적으로 배송을 못 하게 되어 있어요.

그날 배송하지 못한 물량이 늘어나면 대리점에 압력을 가하죠. 쿠팡의 경우 강도가 훨씬 셉니다. 배송 마감 시간이 있어서, 주간 신선식품은 오후 8시까지, 새벽배송의 경우 오전 7시까지 모든 물품을 배송해야 하거든요. 마감 1시간 전인데 물량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면 원청에서 대리점을 통해 연락이 와요. 빨리 뛰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요. 30분 남았는데 그래도 남은 물량이 많으면 직접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를 투입합니다. 그러면 원래의 택배기사는 그 물량에 대한 수수료를 못 받고요, 수행률이 떨어지게 됩니다. 1년 동안의 수행률이 부진한 구역은 입찰에 부쳐서 다른 대리점이 가져갈 수도 있게 합니다. 그러면 대리점은 구역을 빼앗기고, 기사는 사실상 해고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쿠팡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노동 과정을 정밀하게 통제하고 관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는 택배가 간선차량에서 하차 후 휠소터로 이동하면서 운송장이 자동 스캔되고 있는 장면. 아래는 휠소터 각 슈트별로 마지막 분류가 이뤄지는 장면. ⓒ전국택배노동조합

한 - 아직 당면한 일은 아니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보통 택배 기사 한 명이 하루 300개씩 배송을 하는데, 드론은 한 대당 조종사가 한 명이잖아요. 드론 한 대가 왔다 갔다 하면서 300개의 물건을 배송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거죠. 로봇도 실제로 도로에 나가면 여러 변수가 있어서 쉽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걸 보면 (기술 발전이) 더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요. 운송 구간이 일정한 간선 화물 운반의 경우 자율주행이 시도되고 있고요.

그런데 기술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한 단계를 뛰어넘기도 하죠. 아니면 (자율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세팅을 처음부터 하는 경우가 있어요. 최근에 짓는 아파트들은 로봇 배송에 적합한 구조로 단지 전체를 세팅할 수가 있죠. 그런 현대화된 아파트가 택배를 배송하기에 가장 좋은 곳인데, 그런 곳일수록 로봇 배송이 쉽게 도입되겠죠. 주택가처럼 배송이 가장 어려운 곳들이 마지막에 남을 거고요.

그래서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자동화가 일자리를 없애고 우리를 더 어려운 구역으로 밀어 넣는 결과로 이어질 것 같다는 걱정이 있습니다.

민태호(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이하 '민') - 아직은 조리 로봇이 많이 도입되었다기보다는 시범사업 단계입니다. 일단 노동강도가 높은 튀김이나 볶음 같은 작업을 로봇이 수행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죠.

그런데 조리 로봇이 아직은 스스로 정비를 하지 못해서, 가동이 시작되면 옆에서 지켜봐야 해요.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기계를 지켜보는 노동이 필요하고, 기계 사용 전후로 정비하고 세척하는 과정이 있어요. 그럼에도 근골격계 질환 감소 같은 점에서 이런 신기술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문제는 노사 간의 충분한 논의나 협의를 통해서 기술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어온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연 이게 우리를 위한 개선인가, 아니면 대외적으로 '우리가 이렇게 노동 안전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전시 효과를 위한 것인가 의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경기도 수원 대평초등학교에 조리 로봇이 생겼거든요. 인근 학교들이 신청하면 대평초의 로봇이 튀김을 만들어서 공급해주는 거예요. 조리흄 차단 효과가 있어서 이론적으로는 정말 좋은 일이죠. 그런데 1학기 때는 신청 학교가 2개밖에 없었다가, 2학기 때 신청 학교가 늘었어요. 최근에 기계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거든요. 노사 간 협의도 없고 노동안전에 대한 고려도 없이 기계가 도입되다 보니, 이 기계가 과연 어디까지 소화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직 없는 거예요.

▲학교급식 현장의 모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민 - 제가 보기에 정말로 노동자를 위해서 접근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나와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정말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 나왔다고 느껴지는 신기술은 아직 못 봤어요.

자동 절단기만 해도 채소나 과일이 아니라 손목이나 손가락이 절단되는 경우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거든요. 기계에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그 기계를 폐기하자고 요구해도 오래 걸립니다. 6개월, 1년 이상 투쟁해야 폐기되는 거죠. 전남에서 작년인가 손목 절단 사고가 있었고, 제주에서도 사고가 있었거든요. 물론 기계만 문제는 아니고, 노동강도나 동선 배치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설계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미진합니다.

노동강도 완화에도 도움이 안 되는 기계도 있어요. 특히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자동 세척하는 기계가 있는데, 수저를 다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너무 번거로운 과정이 되더라고요.

오히려 우리가 요구하는 것들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경향이 있어요. 특히 산재 사고 중에 화상이 많거든요. 장화를 신고 왔다 갔다 하다가 장화 틈으로 뜨거운 물이 들어가서 화상을 입기도 해요. 그래서 여러 군데서 안전 장화를 요구하는데, 그걸 생산하는 업체가 없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네요. 수요는 있는데 공급을 책임지는 공적 투자가 없는 거죠. 학교급식만 해도 종사자가 6만 명쯤 되고, 학교 밖에도 단체급식을 하는 곳이 많은데 왜 안전 장화를 생산하지 못할까요? 교육청이 관심이 없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그뿐 아니라 교육예산이 삭감되고 나서 환기시설 개선 예산도 삭감해 버렸어요. 이러니 해결이 잘 안 되죠. 환기시설은 설치율도 지금 50%도 안 됩니다. 원래 약속한 대로라면 내년까지 완료가 되어야 하는데.

이 - 지금까지는 기술의 도입이 경영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죠. 신기술이 도입되면 고용이라든가 노동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사실상 거버넌스가 없었죠. 그냥 경영진이 결정해서 도입하면 노동자들은 그 결정에 맞춰야 했죠.

지금 철도노조 같은 경우에는 신기술이나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노동조합이 가서 확인하고, 문제 있으면 보완을 요구하기도 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노동조합이 많지는 않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이런 것들이 확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하나 있어요.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필요에 의해 들어온 기술이나 장비는 잘 사용되고, 그만큼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이 들어오면 그냥 한쪽에 짐처럼 놓여 있는 것밖에 안 되거든요. 기술이나 장비뿐만이 아니고 정책이나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 정부에서는 위험성 평가를 강조하거든요. 이론적으로 위험성 평가 제도는 아주 좋은 겁니다.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을 요구하고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같이 확인도 하자는 거니까요. 그런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내가 원해서 시작된 게 아니니까' 잘 안 해요.

한 - 택배산업에서 기술은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도입합니다. 실제로 도입되어 있는 기술이 많지도 않고요. 택배노조는 대리점들 및 대리점연합회와 단협을 체결하고, 내년에는 원청 교섭도 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의제에 대해 합의가 어렵죠. 산업안전은 어느 정도 의제로 인정되는 분위기가 있지만, 기술 도입 같은 문제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술 관련 사안이 있으면 계속 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 – 우리는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서 신기술 도입을 계속 요구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기술 도입이) 결정된 후 설계를 어떻게 하고 집행과 설치를 어떻게 하는지도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면 후드를 설치했는데 모터를 거꾸로 달았던 거예요. 그래서 2년 동안 후드가 제 역할을 못 했어요.

이런 일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학교 시설에 감리가 법제화되어 있지도 않고, 제대로 확인이나 점검이 안 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기술 지침도 노동조합과 같이 짜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동선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노동강도가 높아서 하루 일을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번개처럼 지나다녀요. 그러니까 상당히 바쁘고 넘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기계화나 현대화를 하려면 동선도 노동강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해야 해요. 그런데 이런 요구를 하면 반영이 잘 안 됩니다. 결과적으로 동선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놓고, 기계 설치가 어려워지는 쪼으로 공사가 진행되기도 하죠. 기계를 설계하고, 설치하고, 가동하고, 감리하는 과정 전반이 비민주적이에요. 그러니까 돈을 들이고도 효과를 못 보죠.

민 - 신기술 도입은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반대로 우리의 고용과 노동안전을 해치는 방향으로 기술이 도입된다면 받아들일 수 없겠죠.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기 때문에 노동 중심, 인간 중심의 AI 시대를 만들어가자는 합의가 필요하고, 그런 합의에 따라서 신기술 도입의 과정에 신경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 결국에는 현장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진 기술이어야 해요. 그래야 직원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실제로 그 기술을 활용하게 되잖아요.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기술은 기술이 아닌 거죠. 사람이 사용하려면 필요성을 느껴야 하고, 직접 참여를 해야 그 결과물인 기술을 사용하게 됩니다. 기술을 도입할 때 민주적인 절차와 거버넌스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 지금은 멀어 보이지만 로봇 배송이나 드론 배송으로 나중에 해고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걱정이긴 해요. 6년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받는데, 2021년에 계약한 사람들은 2027년이면 6년이 되거든요. 그 구역을 그 사람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웬만하면 고용이 유지되겠지만, 여기에 기술 변화로 추가적인 고용 위협이 생긴다면 정말 쉽지 않겠죠. 택배 노동자에게는 그런 불안감이 있다고 봅니다.

이게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어떤 사회적 대책이 필요한 거 아닐까요? 과로를 막고 사람들이 여유를 누리기 위해서 기계화와 자동화를 하는 건데, 오히려 사람들을 생계 곤란으로 밀어 넣으면 안 되겠죠.

현재 AI와 관련된 국가기본계획이 나왔지만 노동과 관련된 액션 계획은 없어 보여요. 그냥 '기본사회'나 '일자리 모니터링' 같은 개념만 있고요. 노동자들이 AI 시대에 어떻게 자기 위상을 정립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니, 지혜를 모으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요?

▲왼쪽부터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이승호 전국철도노동조합 철도안전국장, 한선범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가나다순). ⓒ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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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노동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다가, 생각한 것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일자리, 자동화와 AI,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고 분석해서 여러 매체에 기고한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집행위원이며, 비영리 독립언론 디프레임(deframe)의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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