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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배출 주사' 투여는 어떻게 가능했나

[시민건강논평] 사건의 뒤편에 놓인 구조적 문제들

대개 참사가 발생한 뒤에야 관련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안전수칙은 피로 쓰인다"고들 말한다. 산업안전보건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숨진 15세 문송면, 이황화탄소에 중독된 노동자가 1000명 가까이 나오고 그중 23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원진레이온,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19세 하청 노동자 김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의 희생 위에서 1990년과 2019년 두 차례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었다. 그러나 노동 현장의 피는 멈추지 않았다. 불과 며칠 전에도 DL이앤씨 부천 공사장과 김포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대통령의 엄중 대처 지시로 주목받게 된 DN오토모티브 사건은 아직 법으로 규정한 중대산업재해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왜 노동 현장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병들고 다치고 죽는지를 보여 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10년 간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비타민 주사'라고 속이고 혈중 납 농도를 낮추는 킬레이션 주사를 투여했다. 작업환경 개선 명령을 회피하고자 납 농도를 떨어뜨린 것인데, 이는 일시적으로 납 수치를 떨어뜨릴 뿐,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그대로이고 오히려 개입할 시기를 놓치게 만든다. 게다가 의사들은 이 주사제 자체가 신장 손상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회사의 이러한 행태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 그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려 한 적극적 시도이다. 노동자 개개인의 납 수치를 확인하고 투약 대상과 횟수까지 관리했다는 정황은, 이것이 우발적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악덕한 특정 개인이나 회사의 일탈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개별 행위자의 책임은 수사와 재판으로 따로 물어야 하지만, 이 사건은 여러 구조와 조건이 겹쳐서 가능해진 일이다. 구조와 조건이 달랐다면 사건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거나 훨씬 일찍 멈췄을 수 있다.

가장 깊은 구조는 시장의 경쟁 압력이다. 이윤 추구가 기업의 존재 이유이고 계속해서 성장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조건에서, 임금과 안전 투자는 당장 나가는 비용이면서 기업이 비교적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항목이다. 이렇게 줄인 비용의 대가는 노동자와 사회가 떠안는다. 경쟁 압력 속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개별 기업의 자율에 맡길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이 산업안전보건 규제를 발전시켜 왔다. 대통령도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사고 발생 시 치르는 대가가 더 커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을 지키는 편이 기업에도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말대로 제도가 마련되고 제대로 작동한다면 위험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고의 발생 가능성과 비용은 불확실한 반면 작업환경 개선에 드는 비용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만큼 기업에는 위험을 예방하기보다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유인을 제어해야 할 산업보건 제도에도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다.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은 사업주가 기관을 선정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에서 실제 건강 위험과 작업환경이 가려지고 사업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과가 기울기 쉽다. 이번 DN오토모티브 역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특수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기관을 바꿔 원하는 결과를 얻은 정황이 드러났고, 작업환경측정기관은 부실 측정으로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국가의 대응은 사후적이었고,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야 속도를 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은 2023년 12월 납 취급 사업장에 공문을 보냈지만 실제 DN오토모티브 감독은 2년여 뒤에야 이뤄졌다. 노동부는 올해 1월 말 제보를 받고 확인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나, 본격 감독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연 2월 25일 이후인 3월 23일에 시작되었고, 납 노출 공정 사용중지는 4월 21일에야 내려졌다. 대통령이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엄중 대처를 지시한 것은 지상파 언론 보도로 이슈가 된 다음이었다. 국가의 모든 조치가 사전 점검이 아니라 제보와 공론화 이후에야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도 드러난다. 더불어 중대산업재해로 이어지기 전 단계에서 국가가 얼마나 신속하고 강력하게 개입할 수 있는지도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사고의 대가가 안전을 포기해 아낀 비용보다 커야 한다고 했지만, 이를 위한 제도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4년이 넘었지만 실형이 확정된 원청 경영책임자는 단 3명 뿐이고, 75%는 집행유예다. DN오토모티브에는 46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었는데, 같은 시기 회사는 258억 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결의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과태료와 배당액을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 제재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기업의 규모와 경제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 제재가 안전을 소홀히 해서 얻은 이익을 상쇄할 만큼 실효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에는 속도를 낸다. 반도체특별법은 인프라 국비 지원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를 법제화했고, 메가특구특별법도 규제 특례와 세제 감면을 담아 연내 제정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기업의 투자와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만큼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제도에도 정책적 우선순위와 집행 역량이 배분된다고 할 수 있을까.

자본과 노동의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도 두드러진다. 회사는 노동자 개인별 혈중 납 수치를 파악하고 검진 일정과 투약 시점까지 관리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반면 노동자는 주사의 정체와 부작용을 알지 못했다. 여기에 소득 손실이라는 부담 속에서 노동자가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복지' 혹은 '자율 치료'로 포장된 납 배출 주사제 투여가 10년 간이나 지속되었다. 지금이나마 회사의 중대한 불법 행위가 드러난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컸다. 금속노조는 노동안전보건 단체와 함께 노동자 115명의 동의를 받아 건강검진표를 분석해 이상 소견과 수치를 확인하고 공론화했고, 그 끝에 노동부의 감독과 측정기관 영업정지, 업무방해 수사 의뢰가 이어졌다.

구조와 조건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이 사업주의 선택과 비용에서 벗어나 있었다면, 검진 직전에 수치를 낮추는 일은 시도하기 어렵거나 곧바로 드러났을 것이다. 안전을 소홀히 해서 얻는 이익보다 사고의 대가가 실제로 더 컸다면, 회사는 주사 대신 환기설비 개선을 택할 유인이 커졌을 것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 정보와 약물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면,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고용과 생계를 위협받지 않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2023년의 경고 공문이 곧바로 감독으로 이어졌다면, 사건은 훨씬 일찍 멈췄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와 조건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바탕에는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우선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피해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경제와 산업의 필요 앞에서는 안전을 유예할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이러한 인식이 기업의 비용 절감 논리와 국가의 산업 우선 정책을 통해 재생산되는 가운데, 개별 기업의 위법 행위에만 분노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명목으로 누구의 생명과 건강이 희생되고 있으며, 그러한 희생을 당연한 비용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질서는 어떻게 유지되는지 물어야 한다.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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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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