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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핵발전소가 안전? 그럼 대도시에 지어라"

[탈핵 좌담회] 삼척 탈핵 운동을 평가한다

탈핵 단체들은 지역별로 전개되고 있는 반핵 운동 '현안'과 '과제'를 점검해보는 연속 기획 좌담회를 작년 7월부터 부산·울산·경남, 8월 대구·경북, 9월 전라도, 11월 수도권에 이어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진행했다. (수도권 좌담회 바로 가기)

작년 9월 지경부는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을 신규 원전 예정 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2년 이상 삼척 핵발전소 유치 백지화 운동을 이끌어온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이하 삼척투쟁위)는 작년 10월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 등으로 맞섰지만, 25.9%의 투표율로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곧이어 12월 삼척시의원 보궐선거에 8명이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삼척 핵발전소 백지화'를 내걸고 뛰어든 이광우 실장(삼척투쟁위)이 36.7% 득표율로 압승한 바 있다.

이번 '탈핵 운동의 현황과 과제-강원도' 좌담회는 2월 19일(화) 삼척투쟁위 사무실에서 오후 2시부터 3시간가량 진행한 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탈핵신문)> (토론회 전문 보기)

삼척 반핵 운동에 대한 평가

박혜령(사회, <탈핵신문> 공동 대표, 영덕핵발전소반대투쟁위) : 삼척은 전국에서도 핵발전소 반대 투쟁을 가장 잘 이끌어온 지역 중 한 곳이라 생각한다. 삼척 자체 평가는 어떠한가?

이광우(삼척시의원, 전 삼척투쟁위 기획홍보실장) : 첫 계기는 후쿠시마 사고였다. 2010년 12월 삼척투쟁위를 결성한 이후에도, 김대수 시장 기세에 눌려 매우 수세적이었다. 당시 선전물들은 핵발전 반대가 아니라, '저쪽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내용에 머물렀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둘째는 주민소환운동이다. 핵을 계기로 지자체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놓겠다는 취지였다. 삼척은 작년 국회의원 선거,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 운동, 투표율 33.3%를 넘기기 위한 주민소환 선거 (참여 운동), 시의원 보궐선거 등 4번의 핵발전 관련 선거를 치뤘다. 이런 계기들로 싸움을 서서히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었고, 잘되었다고 평가한다.

▲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탈핵운 동의 현황과 과제-강원도' ⓒ탈핵신문

이상호(함께 세우는 교회 목사,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동해시 기독교연대 공동대표) : 주민소환이 실패했을 때의 파장에 대해, 염두에 두지는 않았는가.

박홍표(도계성당 신부, 삼척투쟁위 상임 대표) : 일반 사람들은 주민소환 실패 후 다 떨어져나갔지만,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용기를 냈다.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핵 마피아'를 그대로 두고 대통령만 바꿔서 될 일이 아니다. 아래로부터 풀뿌리 연합이 더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다.

성운기(강원대 삼척캠퍼스 교수) : 대학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삼척에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살기 좋은 지역이 파괴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작년의 주민소환운동 당시 공무원들과 관변 단체가 총동원되어 물리적으로 투표를 방해했는데도, 1/4이 투표했다는 것은 민중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박홍표 : 신규 부지로 예정된 근덕 지역의 주민들은 주민소환을 어떻게 생각했었고, 또 앞으로 어떻게 싸워갈 것인지 궁금하다.

신재호(근덕면 핵발전소 반대 투쟁위 공동위원장) : 금전과 권력의 힘이 막강했다.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니까, 힘을 못 썼다. 게다가 삼척공무원 중에서 근덕면 출신이 제일 많아 공무원의 친지들 때문에 투표를 선뜻 못했다. 그럼에도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홍표 : 근덕면이 현안 지역인데, 오히려 삼척시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반대 투쟁을 하고 있다. 만일 근덕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서 천막·단식 농성 등으로 투쟁하면, 동조 단식에 들어가는 등 부응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점이 많이 아쉽다.

신재호 : 처음에는 촛불집회 같은 소식도 듣지 못했다. 처음 현수막을 붙였는데, 불법 현수막이라며 임의로 철거되기도 했다. 600만 원 모금도 했다. 생각은 있지만, 외부의 회유와 압력이 심해 몸이 잘 안 따라준다. 삼척 쪽에서 반대해 줘서 오히려 고맙다.

이붕희(삼척투쟁위 사무국장) : 현재 핵발전소 부지 주민들 대부분은 농사도 짓기 어려운 고령인데다, 살기도 굉장히 어렵다. 땅을 좀 더 비싼 값에 팔아, 자식들에게 현금을 주려한다. 젊은이들도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준다거나, 한수원이 채용한다는 등의 금전적 보상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그 외 다수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김숙자(삼척여고 총동장회장) : 주민소환 서명을 받을 때 '서명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고 약속하며 받았는데, 공개되고 말았다. 주민소환 투표 때도 가는 사람은 반대이고 안 가면 찬성이니, 공개 투표에 가깝다. 이는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 주민소환법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

박혜령 : 영덕은 기관·단체, 향우회, 동창회 등을 지자체에서 찬성 쪽으로 포섭했다. 그래서 삼척여고의 반대 성명은 참 '의외'였다. 남성 중심의 활동이 많은데 여고동창회, 어머님들이 지역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기자회견을 한 것도 상당히 인상 깊었다.

이광우 : 실제로 작년 싸움의 주요 동력 중 하나가 삼척여고 기자회견이었다. 김대수 시장은 근덕투쟁위와 삼척투쟁위 빼고는 다 작업했다고 생각했는데, 자생적으로 생겨난 삼척여고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김숙자 : 원전이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어도 되느냐. 이상하다. 마을이 조용하다. 남자들이 가만히 있으면 우리가 움직여야지. '우리도 반핵 활동을 같이하자'며 뜻을 모으고, 이사회를 거쳐 성명서를 내게 된 것이다. 선배들이 이끌고 후배들도 마음이 맞았다.

삼척 주민소환운동의 실패와 보궐선거 승리

박혜령 : 주민소환이 실패하면서 대다수 시민들이 실망하고 좌절했을 터인데, 그 이후 삼척시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광우 실장의 출마와 당선 결과를 평가해 본다면?

이옥분(삼척투쟁위 사무실장) : 삼척 '반핵의 꽃'을 피운 것이 이광우 실장의 당선이었다. 투표를 하면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민소환 때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의 짐도 해소할 수 있었다.

이광우 : 선거 운동 과정에서 주민들의 강한 반핵 의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투쟁을 하고 있었다면, 시민들도 각자 나름의 투쟁을 하고 있었다. 실제 시장과 어촌계를 지배하는 것은 소수이고 정치망도 거의 외지 자본들이다. 대다수는 반대다.

박홍표 : 출마한 기획실장도 열심히 했지만. 김대수가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내리누르니까, 그에 대한 저항감에 모두 열심히 했다. 투쟁위의 물꼬 역할,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핵의 위험성 인식, 주민소환제 실패의 울분 등이 합쳐져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이광우 : 36.7% 득표해 당선됐다. 2등과 3등을 합쳐도 이 수치가 안 된다. 그런데 근덕면만 2위를 했다. 근덕면은 '근덕 출신 의원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 많이 넘어갔다. 근덕면 투쟁위가 있으니까, 나도 너무 휘젓고 다닐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소극적이었다.

백경순(삼척투쟁위 사무실장) : 당시 근덕면 반투위에서는 투표 참관인을 하기도 어려워했다. 근덕 출신 후보와 안면 때문에, 근덕면 반투위가 핵발전소 반대 연장선에서 활동하지 못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삼척 지역 중심의 운동에 머물렀다"

박혜령 :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된 영덕·삼척 투쟁이 승리한다고 탈핵이 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지역운동이 '탈핵'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삼척 투쟁은 지역 중심 운동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탈핵 운동으로 확장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이상호 : 동해시의 작은 교회 3개가 모여 반핵사진전이나 집회, 촛불집회도 했지만, 일회성으로 끝났다. '왜 삼척의 문제를 동해 사는 우리가 하느냐'는 생각에 갇혀 귀를 닫고 있다. 삼척의 노력에 감사하지만, 외부 사람들은 공유할 기회가 없었다.

박홍표 : 실제로 내부를 보면 고리는 고리발전소, 월성은 월성발전소의 문제가 제일 크다. 지역색이 아니라 당면 과제이다. 당면 과제를 하다가 '탈핵'의 인식에 이를 수 있다. 전국적인 탈핵 모임을 확산시키려면 오히려 당면 과제에 대해 죽어라 싸워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탈핵을 삼척이 다 할 수는 없다. 시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먼저 대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도 필요하다.

성원기 : 탈핵에너지전환교수모임에서 '탈핵과 문명 전환'이라는 주제로 원광대에서 신년 세미나를 했다. 주된 내용은 지금과 같이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한다면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명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대국민적으로 이뤄질 때, 탈핵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광우 :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무한정의 전기를 생산해서 쓰자는 것이 골자다. 생산·공급만이 아니라 소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고, 핵 반대 운동을 하면서 전기 소비를 줄이는 시민들의 운동을 병행해야겠다.

백경순 : '핵이 위험한 것은 알고 있지만 핵이 없으면 전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대안이 있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 모델을 삼척에서도 적용해보면 좋겠다. 절전은 기본이다. 대안 제시를 동시에 해야 한다.

성원기 : 전기 공급은 주택용, 산업용, 상업용, 교육용 등으로 구분되는데, 주택용은 (전기 수요의) 15%. 산업용이 55%다. 경제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기업은 여태까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산업 부문의 왜곡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려면 전기세를 현실화해야 한다.

박설희(강원녹색당 창준위 준비위원) : 삼척 이외의 강원 지역에서는 '삼척 투쟁'이 탈핵 이슈라기보다 김대수 시장을 향한 주민반대운동의 측면으로 부각되었다. 아직 탈핵에 대한 인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핵에 대한 연대틀이 있다면 각 지역에서 결합하고 꾸준히 소통하면서, 핵에너지의 위험성과 함께 에너지 소비 구조와 지역 에너지 자립 문제 등을 논의하고 탈핵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공유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붕희 : 핵발전소가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데, 5000만 인구가 외면하고 있다. 사용자 부담 원칙을 강조해서 '안전하다면 대도시에 지어라', '사용자들이 생산하라'라고 말해야 한다. 왜 소수자들에게 강요하는가. 그래야 사용자들에 대한 규제도 마련될 것이다.

박혜령 : 영덕도 주변의 대구·경북 지역이 이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힘들다. 삼척의 경우 타 지역의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연대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이광우 : 주변 지역을 끌어들이기 위한 삼척의 역량이 부족하다. 금년부터라도 삼척이 연대체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박홍표 : 삼척투쟁위가 만들어진 지 2년 반이나 됐지만, 전문성과 기술력에 한계가 있고 이광우 실장도 시의원이 되어 여력이 없다. 사람들을 엮어낼 전문적인 사람이 내부에 없어 걱정이다.

신규 부지인 삼척과 영덕의 연대

박혜령 : 한국의 핵정책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지역 안에서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이 다른) 삼척과 영덕은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이광우 : 5월 정도에 여력이 된다면 삼척 사람 5명, 영덕 사람 5명이 '(지정)고시 해제하라'는 깃발을 걸고 해안선을 따라 도보 투쟁을 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박홍표 :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이야기를 나눈다면 영덕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각 지역에서 싸우면서 동시에 그들의 관심을 계기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협의체를 만들자.

이붕희 : 핵발전소가 있는 울진도 함께하면 좋겠다.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들만의 네트워크도 만들어서 이슈를 크게 만들 필요도 있다.

성원기 : 영덕과 삼척이 어떻게 탈핵 운동을 해나갈지 모색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한 지역의 문제,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다. 우선 지역부터 연대하자.

이옥분 :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영덕과 삼척이 신규 부지로 함께 선정된 만큼 힘을 합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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