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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두 편의 애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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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보는 두 편의 애국시

'책 읽어주는 부행장'의 주말이야기 <10>

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22주년이다. 오늘 빛고을에서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외세의 역할이 무엇이었던가를 규명하기 위한 시민법정이 열린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단순한 반독재운동이 아닌 그 이상의 민족자주.자존운동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영국과 우리나라 시인이 쓴 두 편의 애국시를 소개한 이 글은 김종욱 수석부행장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차장 시절에, 3년간의 영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에 행내 신문에 게재했던 내용이다.

혹자는 말한다. 지금같은 글로벌시대에 무슨 놈의 시대착오적인 애국타령이냐고. 그러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리고 열강의 패권주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애국은 영원한 화두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 땅 위에 사는 이들은 이 땅에서 태어난 이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두 편의 애국시를 읽어볼 일이다. 편집자

대학시절에 전공(무역학)과 관계없이 영시를 찾아 읽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시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녹아 있어서 지금도 가끔 되새기고 혼자 즐기다가,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더 알고 같이 즐기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마음대로 작정을 하고 이 글을 씁니다. 또 ‘항일민족시집’을 보다가 우리나라의 ‘상록수’의 저자 심 훈의 가슴 절절한 애국시를 다시금 읽게 되어 같이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말한 영시란 루퍼트 부룩(Rupert Brooke: 1887~1915)의 ‘병정(The Soldier)’라는 시인데 Sonnet(근세 유럽문학의 소시형으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페트랄카를 위시하여 셰익스피어 등이 구사한 14행시)로서 전대절 8행, 후소절 6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인은 영국인(캠브리지 대학의 킹 칼리지 졸업)으로서 1887년 럭비의 발상지인 럭비(Rugby)에서 태어나, 스물여덟 살의 짧은 인생을 눈부시게 살고 간 시인입니다.

그는 대단한 미남인 데다 크리켓, 축구, 테니스 등 여러 운동에 능했고 특히 수영은 직업선수보다도 우수했다고 하며 별명이 ‘황금의 젊은 아폴로(Golden Young Apollos)’였다고 합니다. 그의 죽음이 이 시에서 예상되었던 듯 하여 애틋한 기분을 더해주고 있으며, 더욱이 그가 참전했던 전장(크리미아 전쟁)도 머나먼 이국땅이고 지금도 그곳에 묻혀 있기 때문에 시가 가슴에 와닿는 느낌을 더욱 진하게 맛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또한 어색한 일인지라 엄두를 못내고 있던 중 우연히 어느 잡지에 피천득씨가 번역한 것을 보고 노트에 적어 두었던 것이 있어 그대로 옮겨 보려고 합니다.

***병정**

내가 죽거든 이것만을 생각해주오

외국 들판 어느 한 곳에
영원히 영국인 것이 있다는 것을
기름진 땅속에 보다 더 비옥한
한덩이 흙이 묻혀 있다는 것을
영국이 배고, 모습을 만들고, 의식을 넣어준,
일찍이 사랑할 꽃을 주고 거닐 길을 준,
영국의 공기를 숨쉬고, 영국의 강물에 목욕하고
영국의 태양에 축복받은 몸

그리고 생각해주오. 정화된 일편단심
영원한 심장의 한 맥박이 되어
영국이 나에게 준 사상을
받은 것보다 못지 않게
어디선가 욍겨줄 것을

영국의 풍경과 음향과 영국의 태양같이 행복스런 꿈을
그리고 친구에게서 배운 웃음, 우아한 마음
영국하늘 아래 평화스러운 가슴을
다른 나라사람에 알려줄 것을

저도 영국에서 약 3년간 살다가 귀국하였습니다만 누구라도 문장력이나 시작법을 알면 그런 시를 쓸 수 있게 하는,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국민들 스스로 쌓아올린 풍경과 정성 들여 보존하는 자연과 오랜 세월을 갈고 닦아온 에티켓, 질서존중, 상호신의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등 살면 살수록 매력을 느끼는 그런 나라였습니다. 듣기로는 영국인이 유럽 여러 나라 중에서는 일인당 국민소득이 떨어지는 편이나 자기나라에 대한 만족도는 제일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애국시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심훈(1901~1936)하면 누구나 그 유명한 ‘상록수’를 연상하지만, 그가 지은 시 ‘그날이 오면’또한 일제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되는 ‘그날’을 목타게 기다리며 읊고 있어 가슴을 절절하게 울려주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시인이 ‘그날’을 못보고 요절하여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시를 설명한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는 노릇이고, 마음으로 느껴야만 하는 것이겠지요.
다만 위의 두 시가 애국심을 읊은 시임은 이미 느끼신 대로이며 두 시인이 처한 입장이 달라 내용이 당연히 달리 표현되어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우리들이 또다시 남의 나라에 짓밟혀 ‘그날이 오면’같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시를 쓰는 일이 절대로 없어야 되겠습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내나라 내민족이 정말로 자랑스럽고 우러나오는 사랑을 감출 수 없어 절로 읊어지는 시를 쓰게 되는 그런 환경을 우리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노력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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