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에게 물었더니?

김승호의 휴스턴 통신<15>

***김승호에게 물었더니?**

문) 결혼한 지 6개월 입니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같은 사무실에 미스리가 매혹적으로 보입니다.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신선함을 느낄 방법 좀 알려 주십시오.

답) 치약을 다른 걸로 바꿔 보십시오.
한 삼일은 신선합니다.
그래도 조금 부족하시면 박하향이 들어 있는
삼퓨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문) 정치가 지망생입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려 하는데 공천을 못 받고 있습니다.
왜 한번 국회의원을 하면 계속해서 하려고 죽어라 애를 쓰는 걸가요?

답) 아직 몰랐습니까?
그 사람들이 계속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문) 가까스로 졸업은 했습니다만,
이런 성적표 가지고는 취직할만한 데가 없습니다.
뭐 하러 대학을 갔었나 후회스럽습니다.

답) 내 얘기이군요.
실망하지 마십시오.
巧者(교자)는 卒之奴(졸지노)라는 말이 있습니다.
C 학점을 받은 사람들끼리 회사를 차려
A 학점 받은 사람을 고용하면 됩니다.
즉각 C학점 받은 동료를 규합해 회사를 차리십시오.
회사가 돌아가면 A 학점 받은 사람을 고용해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십시오.

문) 저는 개를 한 마리 키우는데요,
이 녀석은 아무나 좋아서 헤헤거리고
다른 개를 만나면 무조건 숨어 버립니다.
도둑도 못 지키는 개를 어떻게 하죠?

답) 근무 태만을 이유로 하나님께 항의서를 쓰세요.
하나님이 그 녀석을 만들 때
교활함과 공격성을 넣는 것을 잊으신 모양입니다.
항의서는 www.GOD.com으로 보내십시오.
www.god.com으로 보내시면 특정 가수의 펜클럽에
자동 가입될 수도 있으니 유의 하십시오.

문) 스물여덟 먹은 아들놈이
사업을 한다고 싸다니는데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습니다.
언제나 성공하게 될까요?

답) 설마 점괘를 묻는 말씀은 아니시죠?
걱정 마십시오.
아직 충분히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거듭하면 성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더 실패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십시오.

문) 엄마 생일날 감동적인 이벤트를 준비중입니다.
눈물이 나도록 획기적인 아이디어 없을까요?

답) 있죠.
변기의 묵은 똥찌꺼기를 깨끗이 닦아 주십시오.
정말 감동하실 겁니다.

문) 옆집 여자가 용한 점쟁이가 있다기에 따라 갔더니,
처녀 때 버스 사고로 죽을 뻔한 이야기나
돌아가신 아버지가 엄마 속 썩인 일이며
심장병으로 지금 고생하고 있는 것을 다 맞춥니다.
올해 삼재가 있다며 조심하라는데 휴가를 가도 될까요?

답)과거를 맞춘다고 미래도 맞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당신 어머니는 당신 과거를 모두 알고 있지만
당신 미래는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담으로 언제 배달될지 모르는 상품을 파는 사람을
점쟁이라 부르고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품을 파는 사람은
광고회사 직원이라 합니다.

문) 친구들이 저 보고 거지같은 놈이라 놀립니다.
기분 나빠 죽겠어요.
얻어먹으면 다 거지입니까?

답) 어쩌면 거지일 것 같은데요.
새로 개정된 국어사전에는
전적으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는 인간들도
거지 축에 포함 시켰 거든요.

문) 지난 여름에 경포대 해수욕장에 휴가를 갔었습니다.
멋진 근육과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는 남자애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주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런 멋진 애들은 무슨 직업을 갖고 있을까요?
혹시 모델이 아닐까요?

답) 서울역 앞에도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경제 용어로 실직자라고 부릅니다.
나이가 젊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나이 들면 서울역 앞에서 어차피 만나게 될 겁니다.

문) 아저씨! 제 남자친구는 저만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애인 있던 남자를 빼앗은 원죄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답)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아십니까?
에너지의 양에는 변화가 없지만
에너지의 형태는 항상 바뀌는 법칙입니다.
아가씨의 남자 친구는 사랑 불변의 법칙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바람둥이 타입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랑의 양은 변하지 않는데 대상이 항상 바뀌는 경우입니다.
남자친구를 변화시키려 애쓰지 말고 남자 친구를 바꾸십시오.
그리고 이번에는 애인 없는 남자 친구를 사귀세요.

문) 연애할 때보다 결혼한 후가 더 재미없습니다.
주례 선생님은 둘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고 하시던데
어쩐지 공허하게 들립니다.
선생님도 그런 것을 느끼십니까?

답)둘이 하나가 되는 것은 육체적인 것만을 뜻하진 않습니다.
정신적인 것도 둘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둘이 하나가 되느냐 하는 문제는
직접 해결 하셔야 합니다.

문) 전 이제 16살이 되어가요.
천생연분인 남자친구가 나타날까요?

답)그럼요.
인연은 하늘이 맺어 줍니다.
하지만 그걸 깨는 것은 인간입니다

문) 제 남편은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공부를 한다고 직장을 집어 치웠습니다.
사업을 한다면 모를까
지금 공부해서 뭘 한다는 건지 암담합니다.

답) 걱정하지 마세요.
그 대신 한의사나 변호사가 되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시면 됩니다.
의사와 변호사는 늙어 보여도 괜찮거든요.

문) 선생님! 저는 지금은 비록 가난한 고학생으로
제 소설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소설가가 될 거에요.

답) 부디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사람들이 원래 효능이 발견되기 전에는 약초를 잡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학생의 효능이 사회에 알려지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필자 김승호씨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독자는 jk959@ naver.com 이나
개인 홈페이지 www.kimseungho.net 으로 연락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