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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이 길에서 울어 버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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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이 길에서 울어 버린 이유

김승호의 휴스턴 통신 <29>

***헬렌이 길에서 울어 버린 이유**

“거기 운전석 옆에다 집어넣어 놔!”
무뚝뚝한 남편은 헬렌에게
새 자동차 보험 증서를 건네주고 들어갔다.
“하여튼 멋대가리 없기는......,”
헬렌은 보험증서가 들어 있는 봉투 한 장을
던지듯 주고 훌쩍 안으로 들어가 버린 남편을 욕하고 있다.

그들 부부는 6년이나 타던 차를 버리다시피 내주고
오랜만에 새 차를 하나 뽑은 것이다.
흰색에 가죽 냄새가 풀풀 나는 신형 고급차를
함께 타고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은데,
남편은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차 안을 한번 슬쩍 보더니
축구경기를 본다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 새 차를 사고 나서 어떻게 …….
함께 분위기 있게 드라이브라도 하면 얼마나 좋아…….
나한테 이젠 관심조차 없는 거야."

헬렌은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결혼 8년째인 헬렌은 남편이 다른 남자들에 비해
다감하지 못한 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헬렌은 울적한 마음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얘! 지난번에 말한 차를 오늘 가져 왔어
나랑 드라이브나 할래. “
“미안해 그런데 나 지금 우리 남편하고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이야. 너도 같이 갈래?
너 남편도 데리고 나와라.“
“아니야 너 혼자 다녀와.”

물어 보나마나 거절할 것이 뻔한 남편을 두고
헬렌은 서운한 마음을 달랠 겸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
주말이라 한적한 고속도로를 음악을 크게 틀고 한참 달렸다.

새 차를 타고 음악에 취해 달리는 기분에
잠시 잊었던 남편 생각이 다시 난 것은
운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 내가 저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남편하고 계속 살아야 하나?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어.
이번엔 이혼하자고 말할 거야 ”

헬렌은 그 동안 별러왔던 말을 꺼내기로 작정을 했다.

집에 거의 다다른 모퉁이를 도는 순간이었다.
괘씸한 남편 생각에 한눈을 팔던 헬렌은
그만 사거리에서 신호를 보지 못하고
앞을 지나던 차의 옆구리를 들이받고 말았다.
안전벨트와 에어백 덕분에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자동차의 앞부분이 다 부서지고 말았다.

“ 새 차를 몇 시간만에 이렇게 부셔 놓다니…….”
헬렌은 정신이 아득했다.
그렇지 않아도 버럭버럭 거리는
잔정 없는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보험증서와 운전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 말하는
상대편 운전자에게 증서를 꺼내 주려고
남편이 준 갈색 봉투를 열었다.

굵은 매직으로 쓴 남편의 편지 한 장이 들어 있다.

“ 만약 사고가 나면 즉시 나를 부르도록 해.
내가 아끼는 것은 당신이지 차가 아니야”

헬렌은 보험증서를 상대방에게 건네주고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울고 말았다.

“이보세요! 다친 사람도 없고
보험도 있는데 뭘 그렇게 울기까지 합니까?

머쓱해진 상대방 운전자가 위로를 한답시고 한마디 했지만
헬렌은 듣는 듯 마는 듯 축구 경기에 빠져있을 남편에게
자신 있게 전화기를 꺼내 걸기 시작했다.

***추신**
저의 개인 홈페이지가 주소가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주소는 www.kimseungho.ne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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