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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하기

김승호의 휴스턴 통신 <31>

***사돈 남 말하기**

무료하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은데,
현관문이 화들짝 열리면서
아내가 다급한 소리로 나오라고 소리친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아들 녀석들 중에 하나가 사고라도 당했구나."
라는 생각에 맨발로 뛰어 나갔다.

아내가 가리키는 곳에는 이웃집 데이비드 할아버지가
시멘트 바닥에 얼굴을 바닥에 두고 쓰러져 있었다.
입가에는 피가 흐르고 얼굴은 파랗다 못해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사십 먹은 아들 월터씨와
단 둘이만 사는데 평소에도 거동이 불안해 보여
아들이 부축을 해서 다니는 모습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아내에게 아들 월터씨에게 연락 하라고 말하며
911에도 전화를 하라고 부탁하고
데이비드 할아버지를 돌려 눕혀 놓았다.
가슴에 귀를 대보니 호흡도 맥박도 느껴지지가 않는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뛰쳐나온 아들 월터씨와
어렴풋이 주워 배운 대로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를 하기 시작 했다.

일분이 지나고 이분이 지나고
또 몇 분이 지났을지 모를 만큼의 긴장 속에서
가슴을 누르고 입에 바람을 넣어 댔다.
드디어 깊은 호흡 소리와 함께
데이비드 할아버지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 했다.

때맞추어 엠브란스가 도착하여
나는 뒤로 물러서 앉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아들이 미는 휠체어에 실려 집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다시 본 것은 사 나흘이 더 지나서 이었다.

며칠 밤을 병원에서 함께 보내서 였는지
아들 월터씨도 많이 치쳐 보였다.

그날 저녁에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자
카드와 작은 꽃다발을 들고 우리 집에 들른 월터씨와
현관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월터씨는 자기 아버지가 술 때문에 그러셨다며 한숨을 내 쉰다.
평생 술을 좋아해서 가족은 다 흩어져 버렸고
비만에 수전증까지 생겼는데도
그만 둘 줄을 모르신다며 안타까워했다.

"사람이 참 현명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어리석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아버지가 술을 끊게 할 수 있을지 걱정 됩니다"
라며 뒷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아버지에게 지친 연민을 내 보인다.

" 잔기침이 심하시군요? 담배를 많이 피우십니까?"
대화 도중에 계속되는 기침 소리가 걱정이 되어 내가 물었다.
" 하루에 두 갑 정도 피우나……."
월터씨는 남 이야기 하듯 말을 받는다.

" 아버지는 술에 완전히 중독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서서히 죽여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저렇게 술을 드시는지 모르겠군요."

월터씨는 담배 한대를 또 피워 물더니
터벅터벅 제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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