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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불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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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과 불관용

김승호의 휴스턴 통신 <35>

***관용과 불관용**

아무래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종교 생활을 하긴 했지만
요즈음의 종교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감출수가 없다.

그 남자는 나보고 지옥에 갈 것이니
지금 당장 지은 죄를 회개하고 돌아오라는 것이다.
그 말을 하는 남자의 양복차림은 예의가 아니라
위엄을 갖추기 위해 입은 것 같아 보였고
들고 있는 성경책은 위협을 주기 위한 무기처럼 보였다.
나를 더욱이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내가 죄인이라는 것이다.

나의 평소 태도로 보아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내가 죄인이라면 태평스럽게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극장이나 어슬렁거리며 주말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생활하며 경찰을 두려워 해본적도 없고
하늘로부터 버림 받았다고 절대자를 두려워 해 본 적도 없다.
물론 내가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아무런 결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펼치진 못한다.

나도 삼겹살이 익기도 전에 홀랑 집어먹는 친구가 얄밉고
침을 튀겨가며 애국심을 강조하는 위정자들을 경멸한다.
그러나 지금도 똑똑치 못한 점원이
거스름돈을 잘못주면 되돌려 주고
남의 잃어버린 지갑이 손에 들어와도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지금이야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해도 숫총각으로 결혼을 했고
결혼 후에도 집에 칼라테레비젼이 있는데 뭐 하러 밖에 나가서
흑백테레비젼을 보겠냐며 다른 여자를 접해 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골목 뒤에서 한번 빨아본 담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술을 먹고 취해 본적도 없거니와 노름에 빠져 본적도 없다.
내가 비록 성인군자는 아니어도
그런대로 별로 비난 받지 않을 삶을 살아왔다 .
물론 아내 말을 들어 봐야 하지만 이만하면 쓸만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완벽하지 않음을 알기에,
만약 어려서부터 저지른 모든 게으름과 악행,
부모님과 아내에게 다감을 보이지 못했던 죄로 감옥살이를 한다면
아마 잘해야 2년형 정도 받을지 모르겠다.

진공청소기로 청소 좀 해달라는 부탁을 무시 했을 때나
현관에 전구 나간 것을 갈아주지 않아서 싸운 것에 대한
아내의 서운함이 생각보다 많았다해도
길어야 3년형쯤 받을 것이다.
그나마도 어머니가 너의 남편은 어려서부터
전기제품 만지는데 젬병이라면서 변호라도 해준다면
거의 집행유해로 풀려날 확률이 많다.

그런데도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은
나를 영원히 불지옥에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자애롭고 이성적이며 따뜻한 하나님이
자비심도 합리적인 구원관도 없는 신들을
심판해 주기를 기대할 뿐이다.

협박을 일삼는 신을 가진 현대 종교는
지나치게 죄악을 강조하며
이루지 못할 최고의 선을 지향하며
사람들을 가혹하게 몰아가고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했다.
부자가 될 수록 걱정이 늘고
인기가 높아지면 비난도 많아진다.
그러니 위대한 사랑의 종교 이면에
불관용이 숨어 있다 해서 그리 놀랄 이유가 무엇인가?
관용을 베푸는 것이 악과 결탁한다고 믿는 관념은
서양 역사에 엄청난 재난을 가져왔다.
양식 있는 역사학자라면 로마정부가 기독교를 박해 한 것보다
콘스탄티누스 시대로부터 17세기말까지
기독교인에 의한 기독교인의 박해가
훨씬 더 혹독했음을 인정할 것이다.

이젠 하나님이 좀더 양보하실 때가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정의만을 주장하는 아모스 보다는
온화한 시인 이였던 호세아 같은 예언자를
더 많이 보내주시길 기대한다.

지옥에 간다는 말에 억울해서 한마디 적었지만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지옥에 간다해도
사실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 대부분을
다 거기서 만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친구들 하나 없이 영원히 찬송이나 부르고 앉아 있기엔
천국이 너무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겁이 많은 내 친구들을 위해 관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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