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양필규 님, 2018년 작고)께서는 중학교에 진학할 학생들을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아버지는 좋은 반찬을 모두 제자들에게 주고 정작 자녀들에게는 좋은 반찬을 주지 않으셨다. 훗날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일이지만 아버지는 학부모들로부터 일체의 대가를 받지는 않으셨다고 한다. 아들은 아버지 방 옆에서 그 학생들을 키우셨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은 고교시절(경남 거창고)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라’는 모토로 교육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교사의 길을 택했다.
처음 교사의 길을 시작했을 때는 적응도 쉽지 않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아버지의 배려심은 아들인 양 교장에게도 고스란히 전수됐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은 정확히 맞아 들었다. 양 교장은 평교사시절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환경의 학생들을 돌보는 것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아예 이런 학생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면서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직생활 28년차인 충북 음성군 원남초 양철기 교장의 제자사랑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1992년 교직에 발을 들인 양철기 교장은 2000년 옥산초 교사 시절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반 학생들 중 아동생활시설(보육원)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 것을 알고 보육원과 관계를 맺었다.
단순히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넘어서 이들이 중학교에 진학하면 중학교에 찾아가고, 고교에 진학하면 고교에 찾아가 선생님들에게 제자들을 부탁했다.
또한 대학에 진학했을 때는 가끔 이들을 찾아가 저녁식사도 사주고 이들의 장래 진로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하는 등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아버지의 역할까지 해내는 등 열정적인 사랑을 쏟았다.
그 결과 한 제자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커리어를 쌓기 위해 해외에 다녀오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해왔고 양 교장은 기꺼이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17년 연세대에 진학해 지역의 경사가 됐음은 물론 스승의 은혜에 보답했다.
보육원생 중 육상부원으로 인연을 맺은 한 아이는 학업성적이 떨어져 친구들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이 학생은 농고를 졸업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해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학생은 학업을 마친 후 1주일에 한 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주고받는 등 양 교장을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 졸업생은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양 교장과 졸업생이 현재까지도 청주와 서울을 오가면서 식사도 학 대화도 하면서 삶의 통로를 열어놓고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등 모든 일상을 양 교장과 공유하고 있다.
양 교장은 “그 아이가 좋은 짝을 만나서 앞으로는 여자친구와 자주 통화를 하면서 좋은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지금까지 돌봤던 아이들은 이제 2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됐지만 지금까지 멘토로서 계속 연락하고 있다,
양 교장은 특히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나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아이, 일반적인 가정에서 가족들이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서 한 달여 동안씩 함께 살면서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걸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이제 내 자식들이 사용하던 빈방에서 내 자식처럼, 우리 부부가 먹는 밥 함께 먹으면서 부부 싸움하는 것도 보여주면서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라는 양 교장은 “제대로 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아이는 제대로 부모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양 교장이 이렇게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과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데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 아내의 동의와 내조도 한 몫을 했다.
양 교장은 “아내가 이런 일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며 “저보다 마음이 넓은 것 같다”고 아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 교장의 아내 한봉선 씨는 현재 음성 맹동초 교감으로 양 교장과 같은 교사의 길을 걷고 있다.
양 교장은 “이제 자녀들을 출가시켰거나 타지로 진학한 친구들과도 이러한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확대시킬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이제 학교를 총괄하는 입장에서 양 교장은 “일선교사일 때는 자기 반 아이들만 보이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교장이기 때문에 전교생들을 다 봐야 한다. 원남초는 시골학교이기 때문에 전교생들의 가정을 모두 방문해봤는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며 “‘가정에서 아이들을 만나보자’라는 모토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잘 가르치고, 교장으로서는 학교 밖에서도 관심을 가져서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해 학문적 교육은 물론 제대로 된 환경조성 통한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올바른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교사로서 참교육의 의미에 대해 양 교장은 “현재의 아이들은 점점 힘든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성향 하나하나의 캐릭터는 다양해지고 가르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아이들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을 놓고 보면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설명해 성적을 올리게 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함께 찾아가고, 해결하는 등 교사와 함께 모든 교직원이 활동해야 한다.
예전에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받아들이는 일방적 교육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교육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학교도 그런 방향으로 뭔가 시도하고 있다.
양철기 교장은 지난 1990년 청주교대를 졸업한 후 교사의 길을 걷고 있으며 한국교원대에서 석사학위, 계명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또한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청주영어체험센터장으로도 근무했으며 영동대와 청주교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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