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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내 흰다리새우 육상 양식의 진실과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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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역내 흰다리새우 육상 양식의 진실과 오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일어나는 불편한 이해의 상충

벼베기가 끝날 무렵 농부들은 짚과 소똥을 짓이겨 넣은 가마니나 나무상자를 덤벙(가뭄에 대비해 파놓은 작은 연못)에 빠뜨려 소똥 속으로 파고든 미꾸라지를 잡아 자연산이라며 시장에 내다 팔았다. 소비자는 자연산이라는 말에 공해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최고의 미꾸라지를 구매한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이해의 상충이다.

“아니, 우리가 먹는 새우가 이런 곳에서 생산되는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흰다리새우 양식장. 오른쪽이 제보된 동영상(갈무리). ⓒ프레시안(서용찬)
경남의 한 중소도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3)씨는 이달초 소금구이로 각광 받는 왕새우를 신메뉴로 추가하기 위해 지인을 따라 남해안의 한 흰다리새우 양식장을 찾았다.

새우양식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는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FDA 지정 청정해역이자 맑은 물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고 기대하며 찾아간 새우양식장은 바다가 아닌 산골짜기라고 해도 다름없는 산 중턱에 위치했다. 흰다리새우는 어두컴컴한 실내 콘크리트 수조에서 양식되고 있었다.

물은 맑은 바닷물이 아니라 적갈색을 띠었고 수조의 표층에는 거품이 가득했다. 그는 수조에서 “냄새까지 났다”고 전했다.

최첨단 양식공법과 무항생제 양식을 자랑하는 흰다리새우를 가을 건강식으로 메뉴에 추가하려던 A씨는 자신의 계획을 포기했다. 대신 직접 촬영한 양식장 내부 영상을 <프레시안>에 제보했다.

그가 보여준 영상 속 갈색 수조 안은 사료나 미생물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해보는 의문의 기포 덩어리로 덮혀 있었다.

A씨는 현장을 찾았을 때 “냄새나고 거품이 가득찬 이 수조 안에 새우가 살 수 있을까. 이곳에서 자란 새우를 식탁에 올려도 될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해당 자치단체를 찾아 흰다리새우 양식 실태 확인에 나섰다.

당시 언론에서는 본격적인 출하기를 맞은 이 도시의 친환경 흰다리새우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는 기사를 다루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새우는 수질 1등급에 해당하는 물에 서식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1급수는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1PPM 이하의 무색무취한 가장 맑고 깨끗하며 냄새가 거의 없고 그냥 마실 수 있는 정도의 수질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새우가 맑은 물 청정한 바다에서 자랄 것이라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제보된 양식장 업주의 동의를 얻어 최근 육상 양식장을 직접 방문했다.

각각 200톤의 바닷물을 채운 육상수조 두 곳에는 약 20만 마리 정도의 어린 새우를 입식해 키우고 있었다. 실제로 대형수조에는 1급수라고 믿기 어려운 혼탁한 바닷물이 가득차 있었다. 산소발생기 주변에는 바다생물인 해면같이 지나치게 부풀어 오른 거품들로 가득했다.

흰다리새우 양식장의 환경은 영상에서 본 것과 거의 일치했다. 현지 양식장에 새우양식 신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B씨는 기자에게 이 양식장을 국내 최고의 친환경 양식시설이라고 자랑했다.

양식장 내부에 별도로 설치된 정수장치도 소개했다.

수조에서 들어 올린 그물에는 새우들이 파닥거렸다. 폐사체도 눈에 띄었다. B씨는 “폐사는 입식한 새우 가운데 30% 정도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수조에서 뜬 물을 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건물 밖에서 기자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약간의 부유물이 떠 있었고 실내에서 보는 것 보다 탁도는 덜했다. 그는 “새우양식장의 수질은 탁도를 제외하고는 문제가 없다”며 수질검사지까지 공개했다. “이 양식장도 수질은 수시로 검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다.

B씨가 공개한 검사지는 해수를 전문으로 측정하는 경남 창원의 한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것이었다. 수질 측정기록부의 검사항목에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대장균, 아질산성질소, 질산성질소 등 서너가지 뿐이었다.

B씨는 “흰다리새우 양식에서는 바닷물의 수온과 염도 등 적정한 새우의 생육환경과 바이러스 예방, 먹이가 되는 미생물 배양관리가 중요하다. 수질에 문제가 있다면 가장 먼저 새우가 폐사할 것이다. 양식업자들은 새우양식에서 수질 관리를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항변했다.

오염된 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질검사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항목이 특정되지 않았고 업자의 참고용으로만 사용되는 정도였다.

▲양식중인 흰다리새우. ⓒ프레시안(서용찬)

소비자에게 양식 새우의 보건학적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금속이나 항생제 유무 등은 수질검사 항목에 없었다. A씨의 염려처럼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행정당국의 엄격한 양식장 관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수산 관련 기관에서는 최근 흰다리새우의 양식기술과 관련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생산자의 성공적인 양식과 고부가산업으로 육성하는 새로운 양식기술들이다.

어민들이 흰다리새우 양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른 새우류에 비해 성장이 빠르고 환경 내성이 높다. ▲특정 바이러스에 비 감염된 무병 어미새우가 개발되어 있다. ▲염분 내성이 높아 내수면 양식에도 적당하다. ▲고밀도 양식에 적당하다. ▲이 종에 대한 연구와 양식기술이 발달 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조의 물갈이가 거의 필요 없는, 새우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양식수조에 기르는 바이오플락이라는 양식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생물이 사료찌꺼기나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을 분해하고 새우의 먹이가 돼 순환하는 구조다. 탁한 물색은 미생물의 영향이라고 했다.

어민들은 미생물을 키우기 위해 비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조의 물갈이를 하지 않고 전기적 방법으로 해수를 정화 살균해 새우를 양식하는 해수의 무순환 양식법도 신기술로 등장 했다.

새로운 양식기술은 어민들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질병에 강하며 최대한 밀식이 가능하고 성장이 빨라 조기 출하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소위 질병과 환경에 강한 죽지 않는 새우를 키우는 방법 위주다.

건강한 먹거리를 싼값에 구매하기 원하는 소비자가 흰다리새우의 안전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유다.

육상수조 양식장이 해수 순환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양식환경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A씨가 염려한 것처럼 먹거리 생산과정의 안전성 확보와 건강한 재료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양식수조의 정기적 수질검사 의무화 등 육상양식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1급수의 강물도 때로는 황토색으로 흐른다, 그렇다고 이 강물이 오염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로 소비자를 설득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래야 생산자도 비위생적 환경에서 새우를 키우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고 소비자도 건강한 식탁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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