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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공항 대신 생태관광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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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공항 대신 생태관광지로

[함께 사는 길] 서식 조류 실태에 주목하여

백령도는 인천에서 출발해 소청도, 대청도를 거쳐 다섯 시간 동안 항해해야 도착하는 섬이다. 북한 옹진군과 12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국토방위용 군사시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백령도는 안보 요충지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새들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서식지다. 섬 해변을 따라 갯벌과 염습지, 모래사장, 바위와 절벽 해안, 내륙의 둠벙과 자연습지, 저수지와 수로와 논습지 등 인공습지까지 다양한 서식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물새들이 서식한다. 게다가 군사시설이 없는 곳의 산림과 덤불 지역은 보전상태가 좋고 사람의 접근도 적어 다수의 산새들에게도 좋은 서식처다. 백령도는 중국의 산둥반도와 남북한 사이를 최단거리로 잇는 위치에 있어 매년 봄·가을 수십만 개체의 조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 섬에 2025년까지 민군복합공항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공항이 들어설 때 과연 이 섬은 여전히 새들에게 '좋은 섬 서식처'로 남을 수 있을까?

백령도가 이동성 조류를 비롯한 새들의 중요 서식처라는 사실은 새와생명의터 대표 나일 무어스 박사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2013년 3월부터 2019년 5월 말까지 7년간 176일에 걸쳐 백령도 월동조류 및 번식조류 조사를 실시해 총 344종을 관찰했다. 이 연구 결과와 조류 보호 관련 제안은 '백령도로 떠나는 생태여행'이라는 제안서에 담겨 있다.(☞ 바로 가기 : www.birdskorea.or.kr) 이 제안서에 따르면 산새들은 여전히 다수가 남아 있지만, 2013년 연구 시작 이후 목격된 많은 습지 파괴의 영향으로 황새와 같이 월동 종의 수와 해당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제안서는 '최우선 16개 보호구역을 선정'해 '해당 보호구역 특징'과 '관찰 가능한 멸종위기종 및 보호종', 그리고 '더 나은 조류 서식지 및 생태관광지를 위한 대상 지역별 복원방식과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 두무진 바위해안에서 관찰한 오리류 무리. ⓒ주용기

지난 10월 31일~11월 1일 필자는 제안서상의 16개 구역을 나일 무어스 박사와 함께 현장조사했다. 먼저 일출시간에 맞추어 오전 7시에 도착한 13번 구역의 진촌리 동북쪽 임야와 습지에서는 황조롱이와 북한 쪽에서 바다를 방금 건너 온 댕기물떼새와 양진이, 솔잣새, 수백 마리의 되새, 제비, 귀제비 등 산새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주택들이 새롭게 들어서고 콘크리트 배수로가 늘어나고 있었으며, 생물다양성이 높은 경작지가 버려지고 있었다. 바로 옆 16번 구역의 진촌리 동부 쪽 해안에서는 바닷물 수위에 따라 점박이물범 50여 마리가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수면 위로 드러난 평평한 바위에 올라가 드러누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범들이 어선이 접근할 때마다 물속으로 피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해안가에 관찰 스폿을 세워 망원경과 CCTV로 물범을 관찰할 수 있게 하는 게 좋겠다. 남쪽의 끝섬 전망대에서는 백령도 전체와 인접 북한 땅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하늘에 말똥가리와 솔개가 날았다.

1일 오전 7시에 찾아간 1번 구역의 두무진 바위해안에서 유리딱새, 박새를 비롯한 다양한 산새들이 중국 산둥반도 방향으로 날아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사냥하러 모인 매, 새매, 말똥가리 등 맹금류가 잇달아 발견됐고 바위에는 쇠가마우지, 괭이갈매기, 오리류 등 물새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북한 황해남도 옹진군에서 내려오는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등 오리류 무리가 관찰됐고, 동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큰고니 10여 마리도 보였다. 이 큰고니들은 백령도로 들어오지 않고 동쪽 방향의 황해남도 옹진군 쪽으로 날아갔다. 번식지인 몽골에서 출발해 남행하는 무리인 듯하다. 31일 오전과 1일 오후에 찾은 4번 구역의 중화동댐과 숲 지역에서도 중국 산둥반도로 이동하기 위해 모여든 다양한 산새들과 맹금류, 그리고 물새가 관찰됐다. 15번 구역에 속한 진촌리 남동쪽 갯벌지역은 갯벌과 해안사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는데 수십 마리의 달랑게와 옆낭게가 서식하고 여러 염생식물과 사구식물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래포집기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2017년 5월에는 갯벌의 3분의 1가량을 분리시키는 제방이 축조됐다. 그러나 아직도 제방이 견고하지 않아 만조가 되면 해수가 내부로 유입되고 있다. 매립계획을 취소하고 해수 유통을 확대해 갯벌기능을 유지해야 이 갯벌을 생태자산으로 삼는 생태관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왼쪽 상단) 검은머리촉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완쪽 하단)저어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 (오른쪽) 황새,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지정 멸종위기종. ⓒ나일 무어스

9번 구역의 사곶해안과 바다로 가 보니 매 한 마리가 바닷가에 세워진 전봇대 꼭대기에 앉아 있었고, 넓은 염습지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11번 구역의 관창 해안으로 가보니 갈매기들과 되새 무리가 보였다. 해안가 높은 바위에서 2018년 여름철에 4∼5쌍의 저어새와 5쌍의 노랑부리백로, 그리고 5000쌍 이상의 괭이갈매기가 집단 번식을 했다. 당시에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바로 옆 12번 구역의 논과 주변 습지에 들어와 섭식을 하거나 휴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멸종위기종 2급인 맹꽁이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3번 구역의 연화리 논습지는 여름철에 번식 중인 뜸부기가 관찰되었는데 배수로가 자연스럽게 잘 유지되고 있어서 물고기와 양서류들이 서식하기에 좋고 주변 농경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논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에 갯벌이었던 곳을 1990년대 초 간척해 만든 8번 구역의 백령호와 6번 구역의 폐염전(2018년 사용 중지), 화동습지를 찾았다. 8번 구역의 백령호에서는 큰고니 한 마리와 큰기러기 800마리, 수십 마리의 쇠기러기, 그리고 흰죽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중 기러기류들은 주변 논습지에 날아 들어가 낙곡을 주워 먹고 저수지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6번 구역의 폐염전과 화동습지(갈대군락과 물이 적게 고여있는 곳)에서는 붉은왜가리와 백로류, 오리류 등 물새가 관찰됐다. 2016년 이전만 해도 백령호와 화동습지 사이에 2차선 포장도로가 없었는데 이때 화동습지에 황새 17마리, 큰고니, 혹고니, 수천 마리의 기러기 등 많은 물새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2차선 도로와 폐염전 내 습지 사이의 보행로 옆에 밀폐형 탐조대와 갈대로 만든 가림막을 설치하고, 가급적이면 도로 통행을 차단하는 게 필요하다. 또 화동습지로 물이 원활히 공급되도록 만들고 갈대군락 사이로 산책로와 탐조대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백령호는 수질이 오염돼 농업용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남쪽 제방의 수문을 개방하고 물 수위를 적절히 낮추어 물가의 가장자리를 넓히고 구역별로 민물습지, 갯벌 지역으로 나누어 복원한다면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복원이 가능해 더 많은 물새들이 서식할 것으로 보인다.

백령호 주변에는 5번 구역의 북포리 남쪽 논습지와 7번 구역의 사곶마을 북서쪽 논습지가 있는데 과거에는 갯벌이었던 곳이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수는 논습지 사이의 수로에서 구한다. 이곳을 찾았을 때 농민들이 트랙터로 탈곡을 하고 있었다. 5번 구역의 논습지 상공을 나는 솔개, 왕새매, 전깃줄에 앉은 비둘기조롱이, 전깃줄 위에서 잡은 쥐를 뜯어 먹고 있던 검은어깨매가 보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백령호에서 머무르던 기러기류 무리가 벼 베기가 끝난 논습지에 내려앉아 낙곡을 먹었다. 이곳 논습지가 바로 인천광역시가 추진하는 백령도 공항 예정지에 들어간다. 국토교통부는 (사)한국항공정책연구소에 연구용역을 맡겨 '백령도 소형공항 건설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를 2017년 11월에 발간했다. 지난 10월 31일, 백령도를 방문한 허종식 인천광역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백령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여러 마을의 이장, 어촌계장, 사회단체 대표 등 20여 명의 주민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허 부시장은 "백령도 공항 건설은 국토교통부, 인천시, 국방부와 얘기가 잘 돼 내년 1월에 잘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 공항이 건설된다면 새들의 서식처와 공항이 겹쳐 항공사고 우려가 높고 섬의 조류 생태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명백한 사실을 '사전타당성 검토 보고서'는 완전히 누락하고 있다. 관광 개발이 목적인 백령도 공항 건설이 정작 백령도의 가장 큰 관광자산인 수많은 새들의 생존을 위협한다면 이는 본말전도가 아니겠는가?

▲ 진촌리 동부 쪽 해안. ⓒ주용기

14번 구역의 진촌리 동남쪽 논습지 쪽에 어류와 맹꽁이가 서식하다는 둠벙이 있는데, 주변 숲의 산새들이 둠벙에 들어와 물을 먹기도 한단다. 이런 습지들이 계속 매립되는 추세고 논습지 사이에 폭 좁은 농수로는 점점 콘크리트로 바뀌고 있다. 가능하면 물고기와 양서류가 서식할 수 있도록 자연배수로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미 콘크리트로 만들어 버린 수로는 양서류와 물고기가 농수로와 농경지를 오고 갈 수 있도록 경사가 완만한 '개구리 사다리'와 흙으로 된 낮은 각도의 배수로, 즉 생태통로로 바꾸길 바란다. 10번 구역의 사곶리 지역에서는 새매 한 마리를 관찰했다. 특히 이곳에 위치한 논습지와 연못에는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서식하는데 둠벙이 상당히 오염돼 있어 위험한 상황이다.

31일과 1일 양일간 백령도를 돌아보며 조류 82종의 수많은 개체를 관찰할 수 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습지를 잘 관리'하고, '논습지에 겨울철 무논을 조성'하며 '백령호와 폐염전을 포함한 화동습지를 생태 복원한 뒤 생태탐방로를 설치'한다면 이곳들을 서식처로 삼은 조류를 비롯한 생태계의 활력이 커질 것이다. 자연히 이들을 찾는 생태관광 수요도 커질 것이다. 이와 연계된 체험형 생태관광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환경과 지역경제의 동시 보호와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항 건설로 뻔한 일반 관광지를 추구할 게 아니라 불편해도 찾고 싶고 찾을 만한 가치를 지닌 생태 보고의 섬으로 미래를 일구어갈 것을 주민과 행정에 추천하고 기대한다.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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