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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꼭

[文정부, 남은 임기 이것만은 ⑥·끝]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로써 촛불 집회에 나선 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임기 반환점에 들어가게 된다.

거센 여야의 기 싸움으로 올해 마지막 날을 앞두고야 겨우 국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공수처법) 논란에서 보듯, 올해 한국은 각종 사안을 두고 극심한 대립에 몸살을 앓았다.

이 같은 갈등의 주요 진앙지는 정부였다. 문재인 정부는 여러 갈등 사안의 중심에 있었다. <프레시안>은 연말을 맞아 이들 사안 중 일부를 꼽아 새해에 바람직한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고민을 정리했다. 31일 한 해를 정리하는 자리에서 이들 전문가의 목소리를 요약 정리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건 이른바 '4차 산업 혁명', 특히 '타다 논란'으로 불거진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안이다. 택시 서비스의 불친절함과 여성이 경험하는 공포가 한편에서 타다 서비스와 관련한 새로운 플랫폼 노동 규제 완화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 역시 임기 초반과 달리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적극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플랫폼 노동이 이른바 4차 산업의 대표격으로 과잉의제화한 측면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대표격이다.

김 부소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플랫폼 노동을 반드시 육성해야 할 신 산업 논리로만 본다면 지금도 만연한 노동의 비정규직화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이 집단적인 교섭력을 갖지 못한 현 상황에서, 노동의 플랫폼화가 브레이크 없이 가속화한다면 취약 노동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김 부소장은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이 같은 지적이 '기업가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다만 "생산에 참여한 사람에게 공정한 분배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금의 플랫폼 노동과 관련한 관점을 정리했다. 이어 김 부소장은 플랫폼 산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장할 새로운 산업도 "어떤 사회적 합의 틀에 동의하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가 큰 폭으로 변화하게 되리라고 관측했다.


올해는 여성 인권 이슈가 사회를 큰 폭으로 갈랐다. 기실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청년층에서 여성 인권 이슈는 정부를 향한 호오를 넘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여성 연예인의 잇따른 죽음과 버닝썬 게이트로 촉발한 폭력적 여성 대상화 문제 등이 여성층의 분노를 자극했고, 그에 반발한 남성층의 백래시도 어느 때보다 거셌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당시부터 친 여성 정부를 표방했다. 하지만 구호에 비해 눈에 띄는 여성 정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성계로부터 쏟아지기도 했다(다른 한편 '페미니즘 정부'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남성층의 목소리도 거셌다.). <진짜 페미니스트는 없다>,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등의 책을 쓰고 과거 <프레시안>에 한국의 여성혐오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한 '블랙리스트에서 여성혐오까지' 기고를 연재한 이라영 작가는 이 같은 한해 흐름을 두고 '(여성계가 변화를) 죽어라 외쳐도 (사회 체제는) 죽어라 듣지 않은' 해였다고 정리했다.

이 작가는 변화를 갈망하는 여성층의 목소리가 크게 일어난 한 해였음에도 이 같은 요구가 "제도적으로 흡수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한 해 정부와 의회 등 국가 체제의 굼뜬 움직임을 비판하고, 내년에는 "정치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아울러 '(조부모와) 이성애자 부모, 자녀'로 상징되는 가족만이 표준이라는 이른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다양한 가족 상황을 '비정상'으로 내모는 폭력적 이데올로기로 작용하는 점을 우려했다. 편부모 가정 자녀, 동성 가족 등을 비정상화하는 시각으로 이어지고, 근본적으로는 이 같은 시각이 '결혼해야 한다'는 여성의 불안함을 자극해 여성혐오 사회 원리로 작동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이 작가는 지적했다.

이 작가는 다만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 안희정 전 지사의 유죄 판결 등에서 사법부가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기성 제도권의 보수적 태도와 달리 문화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노력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는 기후위기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의 분기점으로 기억되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 닿았음을 실감케 할 기상 이변이 한해 내내 이어진 한편, 국제적 위기감도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5월부터 '기후변화' 용어를 '기후위기'로 고쳐 썼다.

하지만 정부의 위기의식은 전부하다는 비판이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로부터 제기됐다. 기후위기에 대처할 정부 계획 수준이 국제 사회의 기대치를 한참 밑도는 가운데,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만 붙잡은 한 해였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실패는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안을 보면 명확해진다. 이 안에 따르면 한국의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910만 톤으로, 과거 계획한 '202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대비 매년 최대 15.4% 초과 배출했다. 기존 목표도 태부족하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은 상황에서 그마저도 지키지 못한 결과다.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내년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에 1.5도 목표에 맞춘 새 감축 계획안을 국제 사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간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정부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이 기후 악당국가가 된 배경이다.

조 교수는 "한국은 파리기후협약 2도 목표도 지키지 못한 나라"라며 "한국 정부의 정책 순위에서 기후위기는 거의 밑바닥에 있음"을 확인한 한해였다고 개탄했다.

이제는 대중강연과 TV 출연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조 교수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필히 식량 위기로 이어지는데,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식량 안보에 취약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본격적 위기가 시작될 경우, 한국이 최전선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후폭풍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앞서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국가"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는 과장된 공포 마케팅'이라는 주장에 조 교수는 동의하지 않았다. 1.5도 목표를 제시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는 참가한 모든 과학자가 합의한 내용만 담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보수적인 전망이라고 봐야 한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IPCC 보고서의 가장 최신 내용은, 이대로 간다면 2030년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마지막 해라는 결론이다. 2020년대는 기후위기와 인류의 싸움의 10년이 될 공산이 크다.

조 교수는 "현 사태의 원인이 '20년 전 온실가스'"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인류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실제 미래는 IPCC 예측보다도 급하게 다가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특히 이 같은 궁극적 위기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현 위기 상황이 한편에서는 반민주적 리더십을 그리워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정부가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조 교수는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이 같은 모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나랏돈을 풀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중요한 이유다. 당장 경기 침체 해결을 위해 정부는 내년 50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이른바 '슈퍼 예산'을 짰고, 국회는 이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산적한 위기를 대응하는 데는 부족하다고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적했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당장 조천호 교수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전 세계가 외환위기 당시 한국보다 더 긴박한 수준의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 예산의 중요도가 어느 때보다 커진다.

하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고령화 대응, 노동 구조 변화 등의 모든 산적한 문제가 더는 민간에 맡겨서는 해결할 수 없는 큰 이슈이며, 정부가 직접 돈을 풀어야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부가 더 큰 예산을 적극적으로 짜야만 한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하 교수는 특히 정부 예산을 기업 회계, 가계부처럼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자재정이 민간에는 흑자이며, 궁극적으로 적자 재정을 통해 공공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국이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하 교수는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경제가 산다'며 더 강력한 노동 유연화를 요구하는 일각의 시각을 두고는 "오히려 자본생산성이 문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자본생산성이 너무 낮아 관련 투자를 정부가 주도해야만 전체 경제의 생산성이 올라가는데, 이 상황에서 노동자를 더 쥐어짠들 성장 가능성은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편 현 정부가 올해 내내 얽힌 이슈인 조국사태가 낳은 한국 사회의 변화, 특히 진보진영의 무력함을 총체적으로 짚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조국사태는 정부 발 갈등의 대표격이었다고 부를 만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정치적 차원에서 이를 수습할 수 있다. 오히려 조국 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건 이른바 '진보 진영'으로 묶였던 민주당 지지층과 좌파·노동계의 분화이며, 이 같은 분화의 국면에서 무력했던 범 진보진영의 큰 위기가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특히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인적 쇄신과 민주당 지지층과의 과감한 결별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의 위기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장 위원은 '이명박근혜 시대'를 거치며 과거 대립했던 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진영이 '안티 자한당' 정체성으로 결합했으나, 문재인 정부 집권 후 다시금 두 진영의 대립이 시작됐고, 올해는 불안한 동거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격렬한 대립으로 심화했다고 정리했다. 이 같은 국면에서 진보 진영 리더십이 민주당 지지층과의 어설픈 연합을 이어가려다 크게 흔들렸다고 장 위원은 평가했다. 정의당이 조국 사태에서 보인 우왕좌왕한 모습이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장 위원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진보 진영이 "현 정권의 재벌친화적 행보를 잡아내고 대응"해야 하며 "민주당과 경쟁"하는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 위원은 진보진영의 세대교체가 강력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만 하더라도 "당을 이끄는 사람 가운데 집을 소유한 사람, 남성, 수도권 거주자, 대졸자, 나이 든 사람"의 비중이 너무 큰 상황에서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관련기사 :
"진보진영, 기성 문법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새해에도 앞서 거론된 모든 이슈는 한국 사회의 화두로 계속 작동할 것이다. 새해는 이 같은 갈등이 총선이라는 거대 정치 제도로 극대화하는 한편, 수렴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위기 의식과 새로운 목소리를 담아내는 한 해가 될지, 더 극심한 분열로 무너질 지를 결정할 한 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대희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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