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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신뢰'는 영원할 거라고 믿습니까?"

[기고] 구글의 텍스트큐브 통합 결정에 대한 공개편지

텍스트큐브닷컴(www.textcube.com)는 구글이 지난 2008년 태터앤컴퍼니(TNC)를 인수해 만든 블로그 서비스다. 이 사이트의 공식 블로그에 지난달 30일 한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지난해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구글이 제공하는 또 다른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와 통합한다는 내용이었다.

구글은 공지글에서 "TNC 인수 당시 구글은 그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글의 소셜 전략에 통합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며 "블로거의 글로벌함과 텍스트큐브닷컴의 혁신이 만나면 놀라운 시너지를 창출하리라 믿는다"고 통합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결정 텍스트큐브 이용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블로그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일부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이 있고 이 점은 구글 역시 인정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또 그동안 텍스트큐브를 이용하면서 겪어왔던 불편을 토로하며 개선이 아닌 통합 결정은 구글에 대한 한국 사용자들의 신뢰를 잃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 역시 사용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블로그 주소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프레시안>은 텍스트큐브닷컴 블로거 '꼬뮌(☞블로그 바로가기)'이 '구글에 보내는 공개편지'란 제목으로 보내온 글을 게재한다. 편집자


구글에 보내는 공개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블로깅을 시작한 20대 청년 블로거입니다. 귀사의 많은 서비스들을 애용하는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수년간 블로깅을 하면서 여러 포털의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였었고 현재는 귀사의 블로그 서비스 텍스트큐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공개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이번 4월 30일자로 올라온 텍스트큐브 공지사항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귀사는 2008년 국내 기업인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해 태터툴즈를 기반으로 텍스트큐브 서비스를 개설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지사항을 보면 텍스트큐브와 구글 블로거 서비스를 통합한다고 합니다.

많은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은 텍스트큐브의 놀라운 장점에 만족해하고 있었습니다. 테터툴즈라는 훌륭한 블로그 툴과 귀사의 소셜미디어 기술은 그야말로 '딱'이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점은 공지사항에서 귀사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구글은 TNC 팀과 그들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글의 소셜 전략에 통합시킨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미 텍스트큐브닷컴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성과를 이뤄내며 구글의 텍스트큐브닷컴의 인수가 양측에게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귀사는 지금 이러한 텍스트큐브의 성과를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 텍스트큐브 공식 블로그에 지난달 30일 올라온 공지사항의 갈무리 화면

모니터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로 텍스트큐브 사회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번 통합발표를 사용자들은 텍스트큐브의 폐쇄로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블로거 서비스의 툴은 태터툴즈 기반 툴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너무나 조악한 것입니다.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은 이번 통합으로 인해 태터툴즈 기반의 툴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텍스트큐브는 기본적인 스킨(배경화면) 업데이트조차도 거의 없었으며 이 때문에 저의 블로그는 여전히 매우 단조로운 모양새를 유지하여 왔습니다. 업데이트는 고사하고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은 그동안 서버다운이나 방문자통계 오류 등 온갖 장애에 시달려왔습니다. 이에 제가 아는 어느 블로거는 주기적으로 자료를 백업해 왔고 그 주기가 점점 빨라진다고 말합니다.

또한 귀사는 언제부턴가 포럼(☞바로가기)에 올라오는 사용자들의 질문과 의견에 대해서 철저히 외면해왔습니다. 심지어 공지사항에는 댓글조차 막아두었습니다. 사용자들의 원성은 이미 이 사건 전부터 무성하였습니다. 아마도 귀사는 그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그동안 공지사항의 댓글을 막아두었고 4월 30일자 공지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랙백을 막았습니다.

그러면서 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비스 통합 시점까지는 텍스트큐브닷컴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지만 혹시 텍스트큐브닷컴 자체 기능 업데이트나 사용자 여러분의 문의응대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하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닫아버린 소통이 마치 통합이 이루어지는 과정 때문에 이제부터 일어날 일이라는 듯이 말합니다.

이러한 언급 자체가 귀사가 이미 사용자들의 원성을 충분히 알고도 외면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한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은 이에 강한 모멸감을 느낍니다. 귀사에서는 이번 통합을 위해 '구글 포럼(☞바로가기)'을 열어두고 사용자의 의견을 듣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귀사도 알고 있고 저를 포함한 다른 사용자들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낱 알리바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귀사는 착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악 해지지 말자'라는 귀사의 사훈(社訓)이 대표적인 상징일 것입니다. 그리고 귀사의 성공 한편에는 이러한 귀사의 철학, 그에 반응했던 많은 사용자들의 신뢰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용자들의 신뢰는 실제로 대단했습니다.

특히나 한국 사용자에게 귀사는 각별했습니다. 귀사에서도 충분히 주지하듯이 귀사의 여러 전략과 서비스는 국내의 다른 포털들과는 분명하게 차별화되어 있고 이 때문에 국내에서 귀사의 점유율은 높지 않음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들에게 귀사는 신뢰의 대상입니다. 저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 텍스트큐브와 구글 블로거와의 통합으로 그 신뢰는 크게 위태롭습니다. 이미 예견된 신뢰의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통합이 텍스트큐브 사용자들의 염려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날짜가 공지된 것도 아니고 통합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이미 사용자들은 줄줄이 이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사용자들이 이탈하였습니다. '추천 포스트'에 매일같이 보이는 글들은 블로그를 이전한다는 포스트들뿐입니다. 지금 텍스트큐브 사회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이사를 가지 못한 사용자들에게 텍스트큐브는 마치 철거지역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각자가 철거민이 된 심정으로 자신의 블로그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애통한 심정입니다.

제가 이렇게 귀사에 편지를 쓰는 것은 단순히 사용자들을 대신해 분노와 불쾌감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신뢰가 훼손되는 것에 경고, 아니 그저 알고 계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지금 제 눈앞에 업데이트는 고사하고 서비스 유지만큼은 믿었다는 댓글이 보입니다. 제 주위에는 텍스트큐브가 폐쇄되면 블로깅을 아예 그만두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블로거도 여럿 있습니다.

또 제가 아는 어느 블로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귀사가 알아서 잘 운영하리라 믿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포스트에는 귀사에 대한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포스트에 달린 댓글들도 모두 하나같이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귀사가 수많은 사용자들의 믿음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귀사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그 중에 한국은 낮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일부분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텍스트큐브는 무척이나 작은 서비스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귀사가 이를 손쉽게 저버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자본과 기술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귀사가 자본의 한계,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지 않길 바랍니다.

귀사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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